낭만적 공장

기계와 마음이 만나

by 별사탕
낭만적공장.jpg

감독 조은성

각본 제작 김지연(P.G.K)

주연 심희섭, 전혜진, 한승도, 박수영

촬영 원영상

제작사 크랭크업필름(주)

배급사 영화사 오원

개봉일 2023년 4월 19일

상영 시간 102분

상영 등급 15세 이상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시나리오 단계에서 좀 더 깊이 있는 캐릭터 탐색을 하고, 시점에 대한 확고한 초점을 두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캐릭터 탐색은 주제와 관련된 것이고, 시점에 관한 것은 표현방법에 관한 것이다.


우선 배경을 살펴보자, 남자에게 끌려가는 여자를 보는 또 다른 남자의 시선에서 이 영화는 출발한다. 그의 이름은 '복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는 이름만 '복서'다. 끌려가던 여자는 '복희', 그녀를 끌고 가던 남자는 '황반장' 그녀의 남편이다. 황반장으로부터 끊임없이 달아나고 싶지만, 매번 잡혀오고 폭행당하는 복희, 그녀는 복서가 경비로 취직한 회사의 직원이고, 그녀의 상황을 모든 직원들이 다 알고 있는 듯하며, 동정의 대상이다.

복서는 축구선수였다, 상대팀의 반칙으로 심장을 다쳐 은퇴했고, 지금은 같이 은퇴한 친구와 노래방 보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일상의 보잘것없는 삶의 한쪽을 차지하고 미래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복서다. 그에게 다시 심장이 뛰는 일이 생겼다. 복희를 마음에 담는 것, 그녀를 향한 그의 마음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래서 피어날 것 같지 않은 꽃이 이 회색의 공장에서 피어난다. 그래서 기계와 마음이 만나 '낭만적 공장'이 된다.


문제는 이걸 보여 줘야 하는 것, 장면으로 대사로!

세 캐릭터가 제각각이다. 배우 모두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이 너무 강해서 섞이지 않는 모자이크 같다. 모두 자기 연기에 충실했던 것은, 배우가 연기를 잘못한 게 아니라,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했던 사람이 끌고 가려는 지향점을 놓친 데서 오는 현상이라고 본다. 복희의 이야기는 생략되어 있고(그 이유는 밝히는 것이 더 식상하고 유치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황반장의 폭력성은 어디서 오는지 관객으로서는 알 수 없고(이 것도 사랑이라면 사랑의 일종이다.) 그에 대한 유일한 정보는 특전사 출신에 음주 도박 폭력에 찌든 삶을 살고 있다는 현실적 조건이 전부다. 반면 복서는 배경으로써 이유가 설정되어 있다. 축구선수였고, 심장을 다쳤고 그로 인해 축구를 그만뒀고, 지금도 심장이 아프다는 것, 심장(heart)과 사랑(heart)은 같은 뜻이다. 이 메타포를 잘 살렸다면 더 좋았을 걸, 낭만적 공장(이들의 사랑이 낭만적으로 보일까? 엄밀히 따지면 불륜 아닌가? 그 불륜을 주변에서 조장해 주고 있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설사 그게 실화였다 할지라도!)이라는 역설적 이미지에 감독이 자기 최면으로 자신을 속인 게 아닌가, 멋진 말을 버릴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글쓰기의 기본 중에 하나가 아무리 멋지게 잘 만들어진 말이라도 주제와 거리가 멀다면 과감하게 버린다인데, 실제로는 한번 필이 꽂혀버리면 버리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래도 결정적 순간에 버려야 한다. 어설프지만 주제의 본질에 가까운 말들을 더 많이 고민했어야 했다.


이제 다시 돌아보자, 캐릭터들의 배경, 스토리의 배경으로 제시된 것들이 너무 일천하고 사소하기 그지없는 요소들이라는 점, 캐릭터들이 하나에 몰입되지 않는 이유는 보여주려고 하는 감독의 비전이 뚜렷하지 못한 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새로울 것이 없는 소재에서 출발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광부가 금맥을 찾듯 이미 형성된 굴 속에서 한 곳을 더 깊이 파든가, 굴 자체를 더 연장해서 파든가, 했어야 했다. 만든 사람은 왜 만들었는지 이야기할 수 없다. 사족이 되고, 변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관객은 안다. 재미 삼아 참고할 뿐, 영화는 영화로 말한다는 걸, 우린 모두 알고 있다.


가외로 재미있었고 집중해서 봤던 것 중 하나가, 인천영화라는 것, 홍예문이 나오고, 공단 앞길이 나오고, 만석부두를 닮은 바닷가가 나오고, 화수동(?) 언덕길 위의 낯익은 주택단지가 나오고, 대관람차 장면이 제작비로 인해 타지에서 찍었다는 얘길 듣고, 그러면 어떤가, 다 인천으로 보인다는 게 중요하지! 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칭찬하고 싶다. 복서는 진짜 축구선수를 데려온 듯했고, 복희의 피폐한 표정은 진짜로 맞고 사는 여성의 암담한 현실을 드러내는 듯했으며, 황반장의 폭력성은 그가 마치 조폭영화에 등장한 장면이 아닐까 할 정도로 과하게 소화해 냈다. 이들의 앞날에 영광 있으라~~~(김정일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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