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이 오다.

by 지푸라기


한겨울에도


나뭇가지 구석자리에


끝끝내 매달려있는 나뭇잎이 있다


어느 친구들은 가을냄새만 맡고도 포기하고 나무에서 뛰어내렸고


어느 친구들은 첫눈을 맞으며 그 생경함에 놀라서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남은 하나의 나뭇잎은 꿈을 꾼다


봄이 이만치 다가오고


겨울이 저만치 물러가면


세상이 싱그럽게 반짝거리고


온화한 바람이 느껴질거고


햇살 머금은 빗물도 담고


날개새들의 그늘을 만들고


다시


노란잎이


초록잎으로 되어지는


행복한 꿈을 꾼다.




싸늘했던 지난 겨울날은


옛이야기가 되었고


날 선 추위의 시비에도 버텨낸


스스로를


양껏 다독여본다.


그리고


'나 정말 힘냈다' 라며


이내 웃는다.




늦은 겨울날


누구보다도 마지막에 떨어졌다.


가벼웠지만 무거웠던


하나의 생


꿈도 많고 다툼도 많던


그 생의 마지막은


아쉬운 희망을 품고


그렇게 나려졌다.




그리고


늘 그렇듯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또 다른 초연한 생이


움튼다


그렇게


그렇게


봄이 온다.

keyword
이전 11화세상은 나와 같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