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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May 16. 2024

프리랜서 권합니다

덕업일치의 길

이번 5월은 종소세의 달이다. 사업자로 분류가 되는 프리랜서는 반드시 이번 달에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어리바리하던 때에는 5월 중순부터 자료를 모으면 되는 줄 알고 맘껏 여유를 부렸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된통 얻어맞은 이후부터는 4월 중순부터 다음 달을 염두에 두고 미리미리 자료를 모으고 있다. 해외 쪽 외주를 받게 되면 챙겨야 하는 것들이 몇 가지 더 있다. 


입금 내역서는 물론이고 계약서, 부가가치세 관련 서류 (없는 경우도 많다)... 그 외 기부금이나 축의금 낸 것이 있으면 그것도 포함시키고, 연금이랑 건강보험내역, 통신비 등도 기본으로 넣어야 한다. 

내가 이걸 혼자?...

옛날에는 혼자 해보려고 했지만, 종소세 신고는 워낙 복잡하다 보니... 크몽에서 실력 있는 세무사님들에게 문의를 해서 맡기게 되었는데, 무엇보다 돈 대비 시간절약이 정말 많이 돼서 아주 잘 이용하고 있다! 무릇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법이다.


세금? 프리랜서는 알아서 하세요


이렇게, 프리랜서가 되면 직장 근로자와는 다르게 내가 알아서 소득 신고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만 이런가 싶었는데 미국이나 영국 같은 곳도 마찬가지로 프리랜서가 되면 알아서 소득 신고를 해야 한다고 한다. 


직장을 다니면 회사가 알아서 근로자의 4대 보험- 건강보험, 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을 내준다. 그래서 초년생들은 직장을 다니는 게 훨씬 유리하다. 프리랜서가 되면 이런 4대 보험을 스스로 내야 한다! 고용보험이 없으니 당연히 실업수당도 퇴직금도 없고, 일하다가 다치면 보상이 안 나온다. 네가 너를 스스로 고용했으니, 그런 것쯤은 좀 알아서 하라는 무언의 지시 같다.


이렇게 귀찮은 게 정말 많지만 난 그래도 프리랜서라서 좋다! 

일할 공간은 컴퓨터용 책상 하나 정도면 충분하다.

홈텍스에서 나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개인 사업자는 두 부류로 나뉜다. 직접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사업자, 혹은 프리랜서 디자이너나 건축가, 프로그래머처럼 서비스를 파는 사업자. 난 나의 용역을 팔고 돈을 벌고 있기에 후자에 속한다. 아마 내가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번다면 재고 관리라던지 판매라인을 구축하는 것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프로젝트 단위로 그림을 그려 돈을 받기 때문에, 일단 이런 골머리를 썩이지 않아도 돼서 좋다.


그것 이외에도 좋은 점들이 많이 있는데, 생각을 정리하고자 여러 가지를 적어보고 싶다.


자기 주도적인 인생


한때 직장을 다녀본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대부분 회사에서는 윗사람들이 지시하는 것들을 하게 된다. 그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낯설거나 지루한 것들을 맡아서 하기 마련이다. 내가 잘 되어서 심지어 임원급이 된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의 보스는 사장이다!!  아무리 민주적인 사회라고 해도 보스의 뜻을 완전히 거슬러 내 자아실현을 하긴 어렵다. 난 프리랜서로 일하고 내가 일감을 골라서 받지만, 가끔 남의 심부름을 온종일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회사원들은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프리랜서가 되면 "내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가 있다. 9시부터 6시까지 일해도 되고, 12시부터 시까지 일해도 되고, 아프면 일 안 하고 쉬어도 된다! 아무도 내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가끔 누가 참견 좀 해주면 좋겠다). 그 시간을 내가 어떻게 기획하고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내 삶의 밀도가 달라진다. 그게 프리랜서의 큰 장점이다. 


반면 그 긴 시간 동안 어떤 걸 뭘 해야 할지 모른다면, 혹은 혼자보다 다른 사람들과 많은 의사소통을 하며 같이 일하는 걸 즐긴다면, 프리랜서는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프리랜서는 일을 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조합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걸 즐긴다. 그런 팀워크 속에서 강한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낀다면, 계속 회사를 다니거나 작은 스타트업을 만들어서 직접 꾸려나가는 게 좋다.

그런 스타트업 사장님들도 다 힘든 일이 있겠죠... 
내 인생을 매니징 한다는 것 


인생을 보람 있게 꾸려나간다는 건 뭘까? 내가 내 인생의 방향타를 잡고 주도적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 나의 뜻으로 온전히 내 인생을 항해한다는 것. 대부분 그걸 못 느껴서 인생이 재미가 없다고 하는 것 같다. 나도 일이 몰아칠 때면 때때로 그런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럽다. 일하다가 힘들면 눈치 안 보고 한동안 낮잠 늘어지게 잘 수도 있고, 훌쩍 근처로 산책 가서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릴 수도 있다. 눈치 봐야 될 사람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그것이 좋은 리프레시였는지 아니면 그저 그런 시간낭비였는지는 오직 나 자신만이 알길 이다.


일의 효율성은 업무 데스크에 얼마나 오래 앉아있는가로 판가름되지 않는다. 특히 이런 예술분야는 더더욱 마찬가지! 나름 출장이라고 생각하고 근처 서점에서 하루종일 트렌드 분석도 해보고, 출장비 더 써서(?) 좋은 무대공연이나 전시를 마음껏 감상하기도 하고... 내가 날 회사라고 생각하고 잘 운영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내게 잘 투자하는 것이 이 프리랜서라는 회사를 잘 발전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 인생의 방향타를 놓치지 말기.

그래서 자기 발전, 자기 계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프리랜서가 가장 좋은 선택지이다. 게다가 휴가를 쓰기 전에 늘 통보를 해야 하는 직장과는 달리 내가 원하는 때마다 여행까지 갈 수 있다! 살면서 여러 경조사가 겹칠 때에도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즐겁게 쉬는 시간을 즐길 수 있고, 슬플 때 충분히 슬퍼할 여유가 있기 때문에 프리랜서의 삶이 참 좋다.


덕업일치하고 싶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닌, 남이 원하는 일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의 교집합이 있다면, 그리고 그 교집합 사이에서 인생을 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설령 그게 내가 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 세상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탄생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간섭을 받게 된다. 경제적인 문제도 크다. 나 좋아서 하는 일이 바로 돈을 벌어다 주지는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돈을 번다는 건 나보다도 다른 사람들의 취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위 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그림을 그리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나의 취향을 좋아하고 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 출판계, 특히 예술분야는 작가의 개성이 대체로 잘 존중되는 사회이다. 사람이 최소한 하루에 9-5, 8시간 동안 일을 한다면 하루에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시간의 반을 일로 보내는 셈이다. 그 시간을 계속 버티면서 일하는 삶과, 그 시간을 즐기는 삶, 무엇이 더 행복할까?  난 세상의 모든 일들은 스스로 마음먹기에 따라서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게 대체로 쉬운 직업과 어려운 직업이 있다면, 프리랜서 그림작가는 전자라고 본다. 


종합소득세 신고에 매년 골머리를 썩여도, 갑자기 밀려든 수정작업에 한 달 동안 주말을 반납해도, 다른 작가들의 발표작을 곁눈질하며 혼자 조바심 내다가도... 그래도 지금까지 작업한 책들을 떠올리며, 프리랜서라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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