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이중살림

by 최물결


실눈을 떴다. 자다가 잠깐 잠에서 깼다. 기지개를 키려고 하는데 옆에 솜털 같은 덩어리가 옆으로 낑낑대며 내 얼굴을 부빈다. 녀석의 엉덩이다. 녀석의 이름은 딸기. 싱글사이즈 침대에서 대자로 팔 다리좀 뻗고 마음 편히 자려고 했건만 딸기 요 녀석이 자꾸 끼어든다. 세로로 누워있는 것이 아닌 가로로 한자리를 차지하듯 누워있다.


딸기는 불을 끄면 소리를 어디에선가 소리를 들은 것 마냥 쫓아와 내 옆에 눕는다. 잠이 안올 때면 강아지의 온기소리와 함께 잠들었다. 강아지가 눈을 감고 잠자는 것을 보고서야 나도 잠이 들었다. 쌔근쌔근 잠을 자는 강아지의 모습을 보다가 눈을 떴다. 새벽이었는데 옆에 딸기가 자리에 없다. 딸기의 숨결이 묻어있었던 이불만이 내 옆에 널브러져있었다. 화장실에 가면서 보니 어두운 문틈 사이로 딸기의 실루엣이 비춰졌다. 딸기는 새벽녘에 안방으로 가 두 다리를 뻗고 자고 있는 것이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강아지는 다시 옆에 누워 쌔근쌔근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딸기는 나와함께 누워 잠을 자다가 새벽녘쯤에 일어나 안방으로가서 엄마 아빠와 함께 잤던 것이다. 그러다가 아침 무렵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 옆에서 하루 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간을 보내다가 일어났던 것이다. 오 마이갓 우리강아지가 지금 껏 안방과 내 방을 두 군데씩이나 옮겨 다니며 두 집살림을 했다니! 왔다 갔다한 딸기도 신기했지만 그 사실을 지금껏 눈치 못챈 채 지내온 내 자신도 놀라웠다. 강아지는 왜 두 집 살림을 했을까?





사실 나는 방문을 삼분의 일정도 열어 놓는다.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강아지가 끙끙대기 때문이다. 딸기는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문틈으로 왔다갔다 나를 따라 드나든다. 평소에는 나만 따라 다니기 때문에 잠을 청할 때도 잠에 들 때도 당연하게 응당 그래왔듯이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아주 영특한 녀석이다. 딸기는 유기견 출신이지만 영국의 황실견 말티즈 답게 내가 없으면 서열 2위인 엄마에게, 엄마가 없으면 아빠에게 상황과 시간에 맞춰 집에서의 서열이 누구인지 알고 곧바로 꼬리를 흔들며 가는 녀석이다. 반대로 내가 다시 집에 오면 나한테녀석은 시선을 맞춘다. 그렇다면 녀석은 가족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서일까? 두 방을 왔다갔다 하는 이유는? 정답은 녀석만이 알 것이다. 중요한 건 녀석은 가족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고, 내 시야를 벗어나서 완벽하게 왔다 갔다 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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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시험기간이 되어 공부하느라 밤을 지샌 적이 많았다. 불을 켜 놓으면 딸기는 마약방석에 누워 곤히 잠을 자곤 했다. 거실에 있으면 거실로 또 잠시 후면 방으로 내 발걸음이 옮겨질 때 마다 녀석이 따라온다. 움직일 힘이 없어도 휘청휘청 몸을 흔들며 따라오고 또 따라온다. 엄마는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잠이 드는 것을 보고 안방으로 안심하고 온 것 아니겠냐고. 가족들이 잠 드는 것을 체크하는 것 아니냐고. 들어보니 맞는 말 같았다. 녀석과 함께한 오랜 시간동안 녀석도 우리가족의 안위를 봐 주는 것 아닐까? 고요한 밤이 찾아 들었다. 오늘도 누워있는 내 옆으로 녀석이 엉덩이를 부비며 옆으로 다가온다. 녀석이 자다가 안방으로 갈 귀여운 행동이 생각이나 킁 하고 웃음이 새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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