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6도

러시아 여행에세이 <그 겨울 러시아>

by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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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밖의 기온은 영하 36도다

창문으로 성에가 가득 끼었다


한낮이면 녹아내리는 물을 닦는 것도

한겨울 기차생활의 일과 중 하나다


‘우리 집 창틀도 이렇게 자주는 안 닦았던 같은데...’


여행은 아주 잠시라도 사람을

변화하게 하고 진화하게 한다



0K6A0086.JPG 그 겨울 러시아
0K6A0088.JPG 그 겨울 러시아



정차한 역에서 열심히 창을 닦다가

창밖에 시선이 멈췄다

개 한 마리가 열린 문을

수십 분째 쳐다보고 있었다


가는 이를 배웅하는 중일까

오는 이를 마중하는 중일까


영하의 추위와 싸우며 마주하는 모습이

부디 앞모습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기다림의 시간조차도

꽤나 달콤할텐데...



20190203_165950.jpg 그 겨울 러시아



기차 문이 닫히고 시선을 거두자

어느 겨울밤, 어둠속으로 사라지던

그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곳엔 그런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나도 있었다


그를 떠난 건 결국

기다림에 지쳐있던 나였다


영하 36도

그때, 내 마음의 온도였을까





사진작가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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