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에세이 <그 겨울 러시아>
기차 밖의 기온은 영하 36도다
창문으로 성에가 가득 끼었다
한낮이면 녹아내리는 물을 닦는 것도
한겨울 기차생활의 일과 중 하나다
‘우리 집 창틀도 이렇게 자주는 안 닦았던 같은데...’
여행은 아주 잠시라도 사람을
변화하게 하고 진화하게 한다
정차한 역에서 열심히 창을 닦다가
창밖에 시선이 멈췄다
개 한 마리가 열린 문을
수십 분째 쳐다보고 있었다
가는 이를 배웅하는 중일까
오는 이를 마중하는 중일까
영하의 추위와 싸우며 마주하는 모습이
부디 앞모습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기다림의 시간조차도
꽤나 달콤할텐데...
기차 문이 닫히고 시선을 거두자
어느 겨울밤, 어둠속으로 사라지던
그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곳엔 그런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나도 있었다
그를 떠난 건 결국
기다림에 지쳐있던 나였다
영하 36도
그때, 내 마음의 온도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