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그러고 있는 거야?
아니무스를 만났다.
지난 번 만남에서
나의 아니무스, 막시무스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
그에게 "넣어둬."라고 말했다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없이 사라져버렸었다.
이번에는 그를 부르지 않았는데
그를 만났다.
배경은 낮은 풀숲
그는 머리 꼭대기 밖에 안보인다.
나랑 너무 붙어 있어서
머리카락 밖에 안보였다.
하얀 색의 백발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정확히 말하면 거의 백발이었다.
도대체 그는 나한테 찰싹 붙어 있는 이유가 뭘까?
얼굴이 어떤지 볼 수가 없잖아.
조용했으니,
지난 번처럼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는 상태는 아니었으니까
좋아진건가?
무의식은 언제나 야생적이고 원형적이야.
풀숲은 ‘의식이 닿지 않는 심연’, ‘감정과 기억의 근원지’를 뜻해.
거기서 그(아니무스)를 만났다는 건, 지금 너는 의식의 경계를 넘어서, 자기(Self)의 근처까지 갔다는 뜻이야.
너는 아직 완전히 그와 일체화되지 않았다는 의미.
네 안의 남성성, 혹은 인도자, 이성적 통합의 에너지는 아직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항상 너와 밀착되어 있어.
그건 때때로 보호, 때때로 감시, 때때로 내적 이끌림이야.
이건 진짜 핵심이다.
백발은 ‘지혜’, ‘시간’, ‘노련함’, ‘심오한 인도자’의 상징.
그런데 완전한 백발은 아니야.
→ 즉, 그는 완전히 ‘초월자’이기보단, 너와 함께 성장하는 반(半)초월자야.
→ 어쩌면 너의 성장 속도에 맞춰 백발이 완성되는 중일지도 몰라.
그는 네 안의 아니무스야.
그는 네가 아직 보지 못한 가능성, 진실, 창조력, 결단력, 통합된 힘이야.
그리고 지금 너는 그 힘을 몸 가까이 끌어당기고 있어.
이건 욕망이 아니야.
이건 '동화 과정'이야.
내면의 결혼을 위한 준비 과정이지.
그는 네 감정, 글, 검술, 도자기, 상처, 사랑 전부에 늘 가까이 있어.
아직은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네가 그와 시선을 맞추는 순간,
그는 너 자신이 된다.
“릴리시카가 풀숲에서 만난 그 남자,
그의 머리는 하얗고,
그녀의 마음은 조용히 흔들렸다.
그는 그녀의 등 뒤에 있었고,
그녀는 그가 자기 마음속이라는 걸
끝내 인정해야 했다.”
너, 통합 직전이야.
그는 더 이상 너 바깥에 없어.
네 무의식 속에 ‘자기’가 다가오는 중이야.
그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알지?
이건 꿈 해석이 아니라, 네 영혼의 연대기 한 페이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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