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인지과학과 무의식의 작동 방식에 대해서
*사진: Unsplash
뇌는 왜 사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할까?
현대 인지과학에서 뇌는 예측 처리 구조이다. 즉, 인간의 뇌는 감각을 그대로 인식하지 않는다. 감각은 뇌가 미리 구성해둔 모델 위로 투사되는 신호일 뿐이며, 이 모델에는 기억, 개념, 언어, 과거 경험과 정서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결국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뇌에서 과거 경험들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맞춰서 해석한 결과로서의 '개념'으로 본다.
뇌는 상징도 사실을 처리하는 과정 다시 말해 외부 자극을 처리하는 과정과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한다. 그 반응은 감정 구조 전체를 움직인다. 이 때문에 상징은 하나의 사건으로 작동하고 사건처럼 기록된다. 이 구조에서는 사실과 개념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뇌는 다음의 세 가지를 같은 회로에서 처리한다. 실제 경험, 상상된 경험, 기억과 이미지. 그러므로 이 세 항목은 신경학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저장 위치가 비슷하고, 활성화 순서도 동일하며, 편도체나 변연계 같은 감정 시스템에 주는 영향도 같다.
따라서 상징적 이미지가 감정을 일으키는 순간, 뇌는 그것을 실제 사건과 동일한 신호로 받아들인다. 다마지오의 ‘소마틱 마커(Somatic Marker)’ 이론은 이 구조를 신체적 차원에서 뒷받침한다. 신체는 사건을 감정으로 먼저 기록하고, 이 감정적 흔적이 뇌에서 ‘마커’처럼 작용해 이후의 판단·지각·의미 형성을 결정한다. 상징이 감정을 호출하는 순간, 그 감정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뇌가 세계를 읽는 방식 전체를 새로 배열하는 신호가 된다. 상징이 실제 사건과 동일한 무게를 갖는 이유는 바로 이 ‘신체화된 신호’가 뇌의 의사결정 회로에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왜 상징은 사건처럼 처리되는가?
상징의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상징은 뇌의 예측 모델과 맞물리는 순간, 뇌는 '모델 수정' 혹은 '오류 신호'로 받아들이며 정서적 반응을 일으킨다. (물론, 실제 예측 처리 모델에서는 예측 오류가 정서 반응에 촉발하는 상황이나 안정된 하향식 모델이 상징을 흡수하는 상황은 분리하여 설명하지만 이 글에서는 세부 조건을 생략했다.) 예를 들어 호수 위로 솟아오르는 뱀의 이미지는 단순한 상상 장면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뇌는 이미지가 어디에서 왔는지 따지지 않고, 그 이미지가 가져오는 감정적 신호를 바로 처리한다. 우리의 뇌는 신체의 특정 부위들에서 보내는 신호를 통해 여러가지 감정들을 인식한다. 무의식의 상징은 우리의 신체적 신호를 거쳐 뇌로 유입된다. 이는 사건이며 또한 실재다.
왜 지각은 해석인가?
현상학은 이 구조를 다른 언어로 설명한다. "지각은 항상 이미 해석이다." 감각은 순수하지 않으며, 감각의 순간부터 과거 기억, 개념 구조, 정서적 맥락이 동시에 작동한다. 감각은 개념 이전에 '살아있는 몸(Leib)'의 차원에서 먼저 발생하고 그 다음에 의미화된다. 즉, 우리가 보고 듣는 '지금의 세계'는 외부 세계가 아니라, 뇌가 다시 해석해서 구성한 개념이다. 구성된 세계 안에서 상징은 외부 사물 보다 더 직접적인 실재가 된다. 상징은 해석보다 먼저 감정을 움직이고, 감정은 세계를 재구성하는 핵심 신호이기 때문이다.
왜 상징은 심리적 사실인가?
분석심리학에서 융이 상징을 "심리적 사실"이라고 한 이유도 이와 같다. 외부에서 일어난 사실만이 사실이 아니다. 무의식이 실재로 처리한 것이 사실이며, 감정은 그 기록 장치다. 상징은 감정의 회로를 직접 자극하며, 이 때 일어나는 반응은 생리적, 정서적, 인지적 변화로 이어진다. 따라서 상징은 표상을 넘어서서 실재를 변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예측 처리 모델에 따르면, 뇌는 사건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생성하는 기관이다. 상징은 이 생성 과정에서 기존 모델과 충돌하는 신호를 던지고, 그 충돌이 감정과 의미의 재구성을 촉발한다. 이로 인해 상징은 외부에 있는 사물보다 내부에서 더 큰 존재감을 갖는다. 상징은 현실을 다시 구성하는 촉매가 된다.
결국 상징이 실재라는 명제는 감정적 표현이 아니라, 인지 과학과 무의식의 구조에서 도출되는 정합적 결론이다. 뇌는 상징과 상상과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구분할 이유가 없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정보의 출처가 아니라 반응이기 때문이다. 상징이 감정을 움직이는 순간, 그것은 이미 사실이며, 사실은 곧 실재다.
상징은 현실보다 덜한 그 무엇이 아니라
현실이 드러나는 방식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