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열어둔 가능성 앞에 서는 법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책을 읽고


이 책은 불안, 상실, 의미찾기,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질문을 다루는 소설이다.

불안과 대면 그리고 침묵과 통과라는 주제와 맞닿은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극도로 예민하고

지적으로 뛰어나며

불안이 높은 아이다.


감정과 세계를 '이해 가능한 구조'로 만들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성향.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 구조를 만드는 인간의 전형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죽은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음성 메시지들을 듣고도

받지 못한 채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깊은 죄책감과 불안을 느낀다.


아버지의 죽음 그 자체보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감각이 주인공을 무너뜨린다.


'열쇠'라는 구조의 탄생

어느날 주인공은

아버지의 옷장에서 'BLACK'이라고 적힌 봉투와 열쇠 하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렇게 믿는다.

"이 열쇠는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퀘스트다."


이 열쇠는 실제로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아무 의미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다.

불안을 견디기 위해 '목적'을 만드는 것


그는 뉴욕 전역에 있는 'BLACK'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이 여정에서 그는

상실을 겪은 어른들

말하지 않는 사람들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을 피해 살아가는 인간들을 만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야기

이 책은 동시에 그의 조부모 서사를 병렬로 보여준다.

할아버지는 전쟁 트라우마로 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몸에는 yes/no 문신을 새기고 산다.

말 대신 침묵과 거리로 세상과 관계 맺는다.


이는 불안을 언어가 아니라 차단으로 처리한 인간의 모습니다.

같은 고통에 대해 다른 대응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불안을 말, 질문, 행동으로 처리하고

할아버지는 불안을 침묵, 부재로 처리한다.


결말: 열쇠의 진실

주인공은 알게 된다.

그 열쇠는

아버지의 메시지도,

구원의 암호도 아니었고,

우연히 남겨진 물건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 순간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의미는 외부에 없다.

불안은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변화는 '해결'이 아니라 '견딜 수 있음'이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되찾지 못하고

불안이 사라지지도 않았지만

더 이상 혼자만의 고통에 갇혀 있지는 않게 된다.


세상은 여전히 위험하고,

상실은 설명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여기 있다.


이 책이 건네는 말은 이런 것이다.

불안은 제거 대상이 아니다.

의미는 반드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인간은 살아야 한다.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 열어둔 가능성 앞에 서는 것


상실 이후에도 의미를 만들려는 인간의 몸부림,
그 시도가 결국 우리를 세계로 다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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