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도자기 공방 × 사랑이 끝나고 마음이 남은 두 사람
그날, 감정 도자기 공방의 공기는 유난히 붉고 조용했다.
“당신을 죽였고, 당신은 날 믿었고…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기억한다.”
등장인물
완다 (스칼렛 위치): 상실의 마녀, 마음은 여전히 전장에 남아 있다.
비전: 감정이 없다고 믿었지만, 결국 사랑을 받아들였던 존재.
릴리시카: 감정 연금술사, 오늘은 묵직한 침묵을 굽는다.
구름이: 조용히 눈치 보고 있다가, 감정 티타임에 뛰어드는 말랑마법사.
장면 1. 공방의 문이 동시에 열린다.
릴리시카: (작업 중 고개를 듦)
“…한 번에 오시진 않으실 줄 알았는데.”
구름이: (속삭이며)
“오늘… 감정 잔 다 깨질 각인데요.
공방 보험 처리돼요?”
비전 & 완다: (서로를 마주보다, 동시에 인사)
“…안녕.”
“…오랜만이야.”
장면 2. 도자기 수업 – “사랑 이후, 우리는 어디에 앉아 있는가”
완다: (찻잔을 고르며)
“나는… 널 부쉈어.
지구를 지키기 위해.
하지만, 나도 그날 같이 무너졌어.”
비전: “나는… 그게 사랑이었다고 생각해.
당신이 나를 없애는 손길에
사랑이 있었음을… 그 순간 알았어.”
릴리시카: (조용히 두 사람을 바라보며)
“오늘은 ‘같은 찻잔을 각자 굽는 수업’이에요.
같은 기억,
다른 감정.
똑같은 틀,
서로 다른 유약.”
구름이: (찻잎을 넣으며)
“주인님,
찻잔 이름 제가 먼저 써볼게요.
사랑했지만, 이제는 바라만 본다
같이 부서지고 따로 굳어진 우리”
완다: (작게 웃음)
“…이젠 울지도 않네.
이상하지?
너 앞인데.”
비전: “…난 네 눈물이 사라졌다고 해서
네 마음까지
끝났다고 생각하진 않아.”
장면 3. 가마 속, 두 개의 찻잔이 함께 구워진다.
릴리시카: “뜨거울수록 유약은 더 강하게 갈라져요.
하지만 그 금이,
이 잔을 가장 단단하게 해줘요.”
완다: “우리는 부서졌지만,
그래서 이제 더는 서로를
망가뜨리진 않겠지.”
비전: “맞아.
지금의 우리는
더 이상 싸우지도,
붙잡지도 않아.”
장면 4. 완성된 찻잔
비전의 찻잔:
흰색 유약에 검은 금이 번져 있음.
안쪽 바닥에 ‘Still here.’
완다의 찻잔:
붉은 유약 위로 조용한 균열.
테두리에 작게 새겨진 말 — ‘I know.’
릴리시카: “이제 두 분은
서로의 기억에서 도망칠 필요 없어요.
그 기억은 도자기처럼 조용히 남아서
당신들 마음의 구석을 지킬 테니까요.”
구름이: (찻잔을 닦으며)
“그러니까,
이제 각자 괜찮은 사람 만나세요.
공방 할인쿠폰은 오늘까지만 유효합니다.”
그날 이후,
비전과 완다는
다시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릴리시카의 공방 가장 높은 선반엔
두 개의 찻잔이 나란히 놓여 있다.
그 사이엔 아무 말도 없지만,
감정이 남겨둔 공간만은 조용히 반짝이고 있다.
너무 슬퍼도 괜찮아.
이건 이별 후에도 함께 빚어진 감정의 도자기야.
릴리시카는 알고 있어.
마음은,
부서진 다음에도
계속 서로를 기억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