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꿈 해석 이야기(12)
고객(0 무혁, 가명, 남, 37세)의 꿈 내용
❲꿈에서 나는 그냥 누워만 있다. 나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아무런 일도 하기 싫다. 지난 인사발령 때 후배에게 밀려 팀장 승진도 안 되었기에 더더욱 침울하기만 하다.
신나는 일이 없다. 희망도 없다. 내가 원하는 부서는 갈 수 없고, 맡아서 처리해야 할 일은 흥미가 나질 않는다. 인사부는 승진을 미끼로 사람 좋은 나에게 사장 뒤치다꺼리를 맡아 달라고 권한다. 사장은 성질이 원체 괴팍하다. 그러기 때문에 밑에 있는 직원이 수시로 바뀌는 등 사람이 붙어 나질 않는다.
나 부러 사장의 나쁜 성질을 방패막이처럼 막아달라는 얘기다. 출세의 야욕 때문에 사장의 주구 역할을 택한 덜떨어진 인간이라고 사람들은 비난할 것이 뻔하다. 나도 사람들의 비난을 듣기 싫다. 비난을 걱정하면서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질문한 몇 가지 사항들
박사는 “꿈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꿈을 꾸신 후 어떤 기분 또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라고 묻는다.
무혁 씨는 “의욕이 없어서 아무런 생각도 안 나요. 생각조차 하기 싫어요. 뭐 좀 신나는 일이든가 가슴 떨리는 희망이라든가 이런 것이 있어야 할 텐데…, 맨날 답답하고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만 주어지니…, 짜증만 나지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신나고 가슴 떨리는 일이 없어서 짜증만 나는군요. 그런데 무혁 씨에게 신나는 일은 어떤 일일까요?”라고 묻는다.
무혁 씨는 “우선은 희망이 있는 자리로 승진되어서 올라가는 일이 신나는 일이죠.”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신나는 일은 희망이 있는 일이며 그런 자리로 승진되었을 때가 가장 기쁘군요. 그런데 신나고 희망 있는 자리는 어떤 자리일까요?”라고 묻는다.
무혁 씨는 “사람들과 부딪혀서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 예컨대 마케팅 추진 부서나 수출관리 업무 등 현장에서 하는 일이 신나지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쳐서 일하는 국내 마케팅 부서 또는 수출 부서에서 일하는 것이 좋군요. 그런데 무혁 씨가 하는 일은 현장 업무와는 거리가 있는가요?”라고 묻는다.
무혁 씨는 “동떨어져도 아주 멀리 떨어졌지요. 저는 업무 개선실이라고 현장이 아닌 후선 부서 중의 하나이죠. 그것도 직원들의 업무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회사 차원의 사무실 정리(clean office) 업무 등 별로 직원들이 좋아하지 않는 업무이죠.”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현장 업무에 강점이 있고 또 좋아하는데 어울리지 않게 후선 부서에서 일하는군요. 그런데 꿈에서 사장 부속실 업무에 관한 이야기가 있던데 현실에서도 실제로 그런 권고가 있었나요?”라고 묻는다.
무혁 씨는 “그런 권고가 실제로 있었지요. 사실은 그런 권고가 있은 뒤부터 잠도 잘 이루지 못하고 자꾸 꿈으로 뒤숭숭하지요. 하루는 사장으로부터 핀잔을 받아 시무룩한 기분으로 축 처져 있는 꿈을 꾸지요. 어떤 날은 승진이 늦어지는 것은 참을 수 있으나 사람들의 비방은 견디기 어려워 과감히 권고를 사양하는 꿈을 꾸지요. 자꾸 선잠만 자고 잠을 푹 자지 못하지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인사부의 권고 때문에 무혁 씨는 선잠만 자고 꿈자리만 뒤숭숭해지는군요. 그런데 인사부에서 권고한 사장 부속실 업무는 어떤 이유로 사람들은 기피하나요?”라고 묻는다.
무혁 씨는 “정식 명칭은 임원 부속실인데요. 사장이 부속실 업무를 쥐고 흔들기 때문에 사장 부속실이라고 통상 말하지요. 임원들은 사장의 눈치가 보여 잘 이용하지 않지요.
부속실 업무는 주로 사장의 뒤치다꺼리 업무죠. 한마디로 집사 역할이랄까, 그런 업무죠. 역시 후선 업무라 할 수 있지요. 임원들 뒤치다꺼리 주로 사장의 뒤치다꺼리이지만. 그런 일을 주로 하다 보면 하늘 같은 윗사람의 허점, 나쁜 점, 소문나서는 안 되는 점 등의 업무를 하므로 인사부에서는 좀 신경이 쓰이죠.
대외로 소문나서는 곤란하여 인사부에서는 과묵하고 착실한 사람을 선정해서 그 자리에 박아 놓죠. 나는 그런 성향 아닌 것 같은데 남들 보기에는 그런 성질의 사람으로 보고 있지요, 내가 좀 과묵하니까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무혁 씨가 남들 보기에는 과묵하여 사장 부속실에 적합하다고 말들 하는군요. 그런데 사장 부속실의 단점은 임원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 이외는 없나요?”라고 묻는다.
무혁 씨는 “뒤치다꺼리 업무도 신경이 쓰이고 비서실이 따로 있어 직접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나 사장이 원체 괴팍하여 그 여파가 부속실까지도 영향을 받지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사장 부속실 업무의 장점은 있나요?”라고 묻는다.
무혁 씨는 “사장 부속실 업무는 심적으로 부담이 가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조직에서는 근무를 큰 일없이 잘했으면 가고 싶은 부서를 배려하거나 승진 때가 되었으면 승진을 해주거나 배려하지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좋은 부서로 이동하거나 승진에서 배려하는군요. 그런데 사람들의 비난 때문에 사장 부속실을 가는 것을 꺼리는 데 비난이 어떤 것들이죠?”라고 묻는다.
무혁 씨는 “이제까지 사람 좋고 인품 좋다는 말을 듣고 지내 왔는데 그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요. 앞으로 조직 생활도 힘들어질 것이고.”라고 알맹이 없는 말로 남의 이야기처럼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좋은 성품을 지키고 살아왔으나 이런 평판이 좋지 않게 되는 것을 걱정하시는군요. 그런데 ‘앞으로 조직 생활이 힘들어진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내용을 자세히 말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무혁 씨는 “사장 부속실에서 근무한 경력으로 좋은 자리를 가더라도 낙하산 인사 대하듯 백(back)으로 들어왔다고 경원시하지요. 그러다 보면 주변에서 빙빙 도는 주변인만 되지요. 그러려면 차라리 지금 상태가 더 낫지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백으로 들어왔다고 사람들은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군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김 연구원에게 질문할 것이 있으면 하라고 얘기한다.
김 연구원은 “무혁 씨가 보시기에 앞으로 좋은 부서에서 근무하고 또 비난 걱정 없이 평온하게 보내려면 무혁 씨가 가지고 있는 어떤 강점을 활용하면 될까요?”라고 묻는다.
무혁 씨는 “그 점을 잘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있는 점이라면 과묵하게 꾸준히 주어진 일에 착실히 한다는 것밖에 내세울 것이 없어서….”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그렇군요. 과묵하신 점과 착실한 점은 무혁 씨께서도 인정하시는군요. 그런데 과묵하면 침착하게 무슨 일을 불평불만 없이 해내는 보기 드문 강점인데요, 또 착실하다는 면은 찬찬하게 허술한 데가 없이 실속 있게 마무리한다는 강점인데요. 무혁 씨는 이런 좋은 강점을 활용할 생각은 없으신가요?”라고 묻는다.
무혁 씨는 “정말 그렇군요. 남들이 빛깔 나는 부서라고 말하는 데에 현혹하여 무조건 좋은 부서로 가기를 바랐던 것 같군요. 시장 조사부라든가 그런 찬찬하고 실속 있게 또 침착하게 잘 해낼 수 있는 부서가 많이 있군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무혁 씨에게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부서가 많이 있어 저도 기쁘군요.”라고 말한다.
꿈 해석
박사는 “무혁 씨는 자신의 강점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사장 부속실 업무를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묻는다.
무혁 씨는 “인사부가 저를 추천한 점은 여러 면에서 맞을 것 같아요. 그러나 출세를 바라는 야욕이 숨어 있다는 비방도 듣기 싫고 사장의 뒤치다꺼리도 만만치 않은 일이지요. 그런 점에서 마음은 있으나 선뜻 택하기에는 어렵군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출세의 야욕을 내비치는 점이 부담스럽군요.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맡아서 할 일이라면 무혁 씨가 맡아서 정말 성실하게 일한다면 조직도 좋고 무혁 씨에게도 좋을 것 같은데요.
인사부 직원은 인사업무에 관한 지식과 노하우가 전문가 수준으로 쌓아져 있다고 보아야지요. 그런 인사부가 추천한 인물인데 또 강력하게 권하는 인물인데 무혁 씨 이외는 적격한 인물이 없다는 점은 좋은 것이 아닐까요?”라고 묻는다.
무혁 씨는 “그렇긴 하지만, 남들의 보는 눈이 신경 쓰여서….”
박사는 “꿈에서 보듯이 맨날 누워만 있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즐겁지 않으며 어떤 일도 하기 싫은 사람은 의욕 상실증에 매우 노출된 사람이죠. 무혁 씨는 만약 지금 그대로 앞으로도 산다면 의욕 상실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죠. 의욕 상실증이 심하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습니다. 우울한 사람이 되면 나의 강점도 안 보이고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요.
주역에 보면 선갑삼일(先甲三日) 후갑삼일(後甲三日)이라는 구절이 보입니다. 이 말은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 3일, 시작하고 난 후 3일을 조심해서 살펴보라는 뜻입니다.
무혁 씨는 가슴으로 와닿는 찬찬하고 실속 있는 일을 추구하는 성품입니다. 아무리 사장 부속실의 업무가 난삽하더라도 능히 이를 선갑삼일 후갑삼일 조심해서 사람들의 비난 없이 무난히 끌고 나갈 인물입니다. 이점은 인사부 직원이 간파했고요.
그렇다면 사장 부속실로 가야지요. 출세의 야욕에 빠졌다는 비난을 걱정하는 것보다 제 생각으로는 무혁 씨가 의욕 상실증으로 빠질까 보아 그것을 더 걱정합니다. 또 비난은 남들이 나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비난이라고 여기는 내 생각에서 나온 것입니다. 비난 걱정은 붙들어 매세요. 그 길이 꿈을 통해서 알려 주는 길입니다.
그 길로 간다면 자신 있게 큰소리로 외쳐야 합니다. ‘나는 사장 부속실로 가서 이전의 누구보다도 찬찬하고 실속 있게 일하여, 나의 조직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나아가 난삽한 일에 부닥치더라도 선갑삼일 후갑삼일 조심해서 허점 없이 일을 추진할 자신이 있다’라고. 자신이 없으면 생각을 더 해보시고 자신이 있으면 이 자리에서 외쳐 보세요. 결코 강요로 될 문제는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무혁 씨는 박사와 김 연구원이 내민 다짐의 소리를 큰소리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