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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28. 2019

오늘의 해야 할 일들이 나를 규정한다.

어쩌면 우리 삶의 또 다른 설렘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때는 언제일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방황’할 때가 아닐까 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앞 날이 막막하고 무엇을 해도 보람되지 않을 때. 가장 두려운 것은 그래서 ‘나’는 누구고, 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 때다. ‘자기 효능감’은 잃은 지 오래고 나는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애매모호해지는 순간들. 정체성엔 혼란이 오고 우울함이 몰려온다. 슬럼프로 치부하고 싶지만, 그 느낌이 너무 오래되어 영혼의 일부에 흡수된 얼룩 같이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은 대부분, 아니 모든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길 바란다.

그런데, 그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그 스트레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첫째는 지금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지 못하고 있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다는 것이다. 답답함의 정도로보면 후자의 스트레스가 더 크다.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는 삶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혼란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마치 흑백 논리와 같이 양분할 때 일어난다.

‘하고 싶은 일’은 행복한 것, ‘해야 하는 일’은 불행한 것으로 간주할 때 나타나는 삶의 불협화음. 우리의 삶은 사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이 더 많다. ‘해야 하는 일’의 범주는 더 커서, 그 안에 ‘하고 싶은 일’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사람들은 잘 잊는다. 반대로, ‘하고 싶은 일’이라는 핵심은 그것을 이루기 위한 훨씬 더 방대한 범위의 ‘해야 하는 일’을 동반한다. 그리고는 그 둘이 합쳐져야 비로소 실재가 된다.


재밌는 것은, 우리가 그토록 싫어 마다하지 않는 ‘해야 하는 일’이 우리 삶에 분명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를 때, 정체성이 흔들릴 때 더 그렇다. 목적의식 없이, 자기 효능감 없이 눈 뜬 아침. 우리는 어찌 되었건 무언가를 하게 된다. 양치나 세수,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야 하는 단순한 일부터. 그리고 꾸역꾸역 일을 하러 가거나, 일을 알아보거나 어제 미루어두었던 공부를 하기도 한다. 육아를 한다면 아이들도 돌봐야 하고, 밀린 빨래나 설거지를 해야 하기도 한다.

동시에, 가장이라는 무거운 가면을 쓰고 힘겹게 출근한 곳에서 우리는 성취를 맛보기도 한다.

정신없이 육아를 하다가 아이들의 웃음을 마주할 땐 굳었던 마음이 무장해제되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아 어둠 속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전 날보다 조금 더 오른 점수를 마주하며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삶에 지쳐 멈추고 싶을 때,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쳐질 때.

‘해야 하는 일들’이 마라톤에서 뒤처지거나 등산에서 낙오하는 사람들을 등 뒤에서 떠밀어주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내야지’, ‘하다 보면 잘 될 거야’라는 위로의 말까지 남기면서.


그러니 우리는 ‘해야 하는 일’을 나쁘게 볼 필요 없다.

아니, 오히려 ‘하고 싶은 일’에 조금 더 가깝게 해주는 또 다른 힘이라 재정의 함이 옳다. 정체성이 흔들려 왜 사는지도 모를 때, ‘해야 하는 일’은 어떻게든 우리를 규정하고 조금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라고 알려 주니까.


어차피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완벽하게 규정하거나 정의할 수 없다.

내가 되고 싶은 것, 돼야 하는 것, 남이 바라는 것, 사회가 요구하는 것 등의 수많은 변수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해야 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우리는 순간순간 우리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을 알아차려 좀 더 잘 다듬어 나가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도 저도 모를 땐, 그저 오늘 내가 해야 하는 일들에 흠뻑 집중해 보는 게 어떨까.

괜히 자책하거나, 아파만 하지 말고. 나는 오늘 무엇으로 규정될지를 설렘으로 맞이하는 삶의 탐험가 인척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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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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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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