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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29. 2023

일상 루틴은 더하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산더미다.

둘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다. 해야 할 일이 나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건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억지로 하든, 열정을 갖고 하든 무언가 에 도전하고 해내는 성취감은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일 들에 비례할 가능성이 높기에 허투루 대할 수가 없다. 말 은 이렇게 했지만, 나는 그 산더미에 자주 압도당한다. 출판사에 넘겨야 할 원고, 읽지 않고 쌓이기만 하는 책들, 미루고 있는 개인 브랜딩 콘텐츠 제작은 물론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강생 피드백까지. 아, MBA 과제는 내 일까지이고, 운동도 해야 하는데…라는 한숨과 함께 내 일 회사에서 해야 할 중요한 보고가 떠오른다. 이쯤 되면 나는 말 그대로 그로기 groggy 상태가 되곤 한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일상 루틴 만들기였다.

하루 한 시간은 글쓰기, 하루 두 시간은 독서, 한 시간은 콘텐츠 만들기 등을 계획하여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었다. 시 간표와 계획표도 그럴싸하게 작성했다. 생산성 툴을 찾아 각 목록에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적어놓고 완료 여부를 체크했다. 어느 정도 반복하면 습관이 될 거라 믿었고, 그 습관이 나를 좀 더 생산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라 확신했다.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에 거는 기대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작심삼일은 고사하고 작심일일조차 쉽지 않았다. 하나가 밀리면 다른 계획들은 줄줄이 수포로 돌아갔다. 시간을 쪼개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억지로 만들어낸 일상 루틴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삶에 스며들지 않았다.


반복되는 하루에서 찾은 희망


무거운 몸을 일으켜 출근 준비를 하다 일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꾸준함이 부족한 내가 출근만은 제대로 해내고 있었다. 이보다 훌륭한 일상 루틴이 있을까. 관점을 달리하니 지겹게 반복되는 하루가 아주 훌륭하고 강력 한 일상 루틴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가야 할 곳이 없었다 면, 나는 엔트로피 법칙을 충실히 따라 그날 하루를 무질 서하게 보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휴일에 생산성이 떨 어진다. 글쓰기 역시 휴일보다 평일 퇴근 후에 더 자주 한 다. 휴일이나 주말은 시간이 많다는 착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상 루틴을 새롭게 만들기보다는 있는 일상 루틴을 발견하고 활용하기로 했다. 실제로 생 산성을 높인 나만의 방법들을 소개한다.


출퇴근 시간은 오롯이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출근해서는 회사 사람들과 아웅다웅해야 하고, 집에 와서는 가족들과 그러해야 한다. 물론 사랑하는 이 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이라 할지라도 엄밀하게 보면 사회생활이라고 볼 수 있다. 직장인이라는 페르소나를 벗고, 남편과 아빠라는 페르소나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이것을 깨달은 후, 나는 출근길을 귀찮아하지 않고 퇴근길 걸음은 재촉하지 않는다.

잠시 주어진 그 시간을 만 끽한다. 통근 버스에 안에서의 몽롱한 정신은 상상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차분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무의식을 살핀다. 이때 유연한 생각들이 마구 피어오른다. 말 그대로 영감이 떠오르는 것이다. 어느 날 ‘이 버스가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 데, 이 한 줄의 상상력이 소설 《바다로 간 통근 버스》를 탄생시켰다.


퇴근 시간은 브레인 라이팅, 즐거운 글쓰기 시간이다.

스마트폰에 메모해 두었던 글감 하나를 골라 머리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제목은 어떻게 지을까? 장르는 무엇으로 할까? 도입부는 어떻게 시작할까? 예시나 비유는 어떻게 할까? 등등.

브레인 라이팅을 하고 나면 어느새 글의 형 태가 갖추어진다. 글을 쓰자고 책상 앞에 앉아서 끙끙대 던 예전보다 내용도 풍부해지고, 글을 쓰는 속도도 빨라졌다. 출근과 퇴근은 직장인의 거부할 수 없는 일상 루틴이다. 이 좋은 일상 루틴을 놔두고, 새로운 일상 루틴을 만 들려고 했다니…. 다른 일상 루틴을 만들어 지켜낼 자신 없는 나에겐 출근과 퇴근이 더없이 좋은 루틴이었다. 있는 것을 활용하여 더 큰 생산성을 만들어내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헬스장에 기부한 금액으로 치자면 나는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

헬스를 등록하고 3분의 1 이상을 간 적이 없었다. 언제나 마음만 앞섰고, 운동하는 시간보다 운동하러 가는 여정을 힘들어했다. 막상 운동을 시작하면 열심히 하고 개운함을 느꼈지만, 의지는 헬스장으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사라져 갔다. 그러다 운동 목적을 떠올렸다. 건강과 체력, 체중 조절을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근력을 단련하거나 과도한 운동까지는 필요 없다. 걷기로도 충분하다. 걷기는 글감도 떠올릴 수 있고, 사색도 가능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재능공유 플랫폼에서 글쓰기 VOD 강의를 찍자고 했을 때, 나는 10 킬로그램을 감량하기로 결심했다.

영상은 언제까지고 남으니까 말이다. 주어진 기간은 3개월. 일, 글쓰기, 독서, 사이드 프로젝트 운영, MBA 공부, 또 가족과도 시간도 보내야 하는데 운동할 시간이 있을까? 운동이라는 루틴을 새로이 더하기보단 일상 루틴을 활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방법을 찾아보니 답은 있었다.


나는 아래와 같이 걷기 운동을 실천했다.


 • 회사 점심시간에 여의도 공원 한 바퀴 걷기(3.5킬로미터)

 • 퇴근길 전철 네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걷기(4.5킬로미터)

 • 주말 저녁 가족들과 불광천 걷기(4.5킬로미터)


이 외에도 사무실이나 전철역에서 계단을 이용해 걷기도 했다.

덕분에 목표한 대로 10킬로미터를 감량하고 VOD 영상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가족들과 함께 걸으며 대화도 많이 나누고, 무엇보다 글쓰기 영감을 수두룩 하게 얻었다.


시간 관리의 핵심,
의지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해야 하는 일이 많으니 물리적 시간 확보는 분명 필요하다.

문제는 의지다. 의지를 유지하는 법이 시간 활용의 핵심이다. 아무리 시간이 확보되었더라도 실천이 뒤따라주 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해서 나는 자발적 주 6일 근 무를 한다. 평일 주 5일은 회사 일에 몰두하고, 토요일은 내 회사를 운영한다는 생각으로 내 일을 한다. 기고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하고, 콘텐츠를 개발한다. 중요한 건 이 모 두를 ‘취미’가 아니라 ‘업’으로 받아들이고 실행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발적 주 6일 근무’라는 발상을 하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평일에 업무 모드를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 퇴근 후 휴식 모드로 바뀌는 과정에서 의지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 기에, 해야 할 일이 많을 때에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지 않고 바로 책상에 앉는다. 세상에 가장 독한 사람이 여행 다녀와서 바로 짐 정리하는 사람, 밥 먹고 바로 설거지하는 사람이라는데, 이를 역이용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하던 업무 모드를 (내 일을 위해) 이어간다고 생각하면 좋다. 이 방법은 확실히 의지가 더 오래 유지되고, 퇴근 후 몇 가지 일을 완수해 내면 묘한 성취감도 느끼고 성과물도 더 많이 나온다.


이 밖에도 나는 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하려 노력한다.

씻지도 않고 빈둥대다 하루를 허무하게 보낸 날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너무 잘 아 는 나의 꼼수이자 엔트로피 방향을 바꾸려는 시도다. 이처럼 일상 루틴을 잘 발견해서 활용하면, 그 생산 활동이 그 이상의 또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을 만 들 수 있다. 억지로 일상 루틴을 만들다 지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일상 루틴을 새롭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평범함과 일상 속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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