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Sep 18. 2017

재건되었어도 괜찮아. 베를리너 돔

그런 상처가 있는지도 모를 만큼 아름다운 대성당

베를린 대성당엔 아주 슬픈 전설이 있어.


도시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교회. 그리고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 검게 그을린 듯한 벽면과 푸른빛의 돔 지붕이 인상적이다. 그 색채가 이 베를린 대성당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말해주는 듯하다.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은 실제로 보게 되면 기대 그 이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되어 보이는 색채는 아픔을 가리고 싶은 베를린 대성당의 슬픈 면면 일지 모른다. 1747년부터 지어진 화려함이 2차 세계 대전의 폭격으로 모든 것이 소실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지어진 그때는 1973년. 어쩌면 유럽의 유서 깊은 성당 중, 가장 젊은 나이일지 모른다. 폭격으로 소실되기 전에는 이보다 더 화려했었다고 하니, 시간을 되돌려 그때를 방문하고 싶다.


베를린 승전탑에서 베를리너 돔으로


베를린 승전탑에서 내려와 길을 건너면, 다시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향하는 버스가 있다. 그 노란색 2층 버스를 타면 사람들이 왁자지껄한 광장을 지나 베를린 대성당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려본 베를린 대성당의 모습은 소실과 재건의 상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당당하다. 스스로 그것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힘을 주고 서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1층엔 아무도 없지만, 2층엔 사람들이 있다. 모두다 같은 마음.
정류장에 내래본 베를린 대성당. 고풍스런 색채가 그 상처를 내색하지 않는다.


상처가 많아서인지, 입장료는 꽤 비싸다. 물론, 베를린 패스를 구매하면 저렴한 가격이나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성인 기준 7유로이니, 쾰른 대성당이나 베를린의 가장 오래된 교회를 무료로 운영하는 것에 비하면 값이 싸지 않다. 역시 상처가 있는 존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기도를 부르는 웅장함


티켓팅을 하고 어느 공작의 대저택에 온듯한 입구 복도를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입장료가 비쌌는지 아닌지를 금세 잊을 정도로 장관이 펼쳐진다. 입은 벌어지고, 고개는 위로 향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신을 위해 인간이 만든 것인지, 아니면 신이 자신을 위해 창조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도저히 사람이 하나하나 저렇게 만들고 장식했으리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물론, 사람도 신이 창조했다고 하면 결국 신이 만든 솜씨라고도 할 수 있겠다. 

들어서서 왼편에 있는 오르간은 마치 교회를 지키는 강한 요새처럼 보인다. 모습만 보더라도 웅장한 소리가 귓가에 맴돌 정도다.

그리고 구석구석 시선을 강탈당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규모에 압도된 어떤 사람들은 의자에 차분히 앉아 숨을 고르고 주위를 살피고, 바로 기도에 몰입하기도 한다.

티켓팅을 하고 문으로 들어서면, 누군가의 대저택에 온듯한 느낌의 복도를 마주한다.
들어서자마자 규모와 아름다움에 눈과 마음, 온 생각을 빼앗긴다.
입구 좌측에 요새와도 같이 서있는 오르간. 듣지 않아도 웅장한 멜로디가 들려온다.


백미는 돔이다!


머리를 들어 천장을 보면, 이곳을 왜 베를리너 돔으로 부르는지 몸소 느끼게 된다. 겉에서 본 돔의 색채와 디자인도 아름답지만, 안에서 보는 그것은 하늘을 우러러보게 되는 예술작품이다. 내부에서 본 오목한 돔, 즉 겉에서 보면 하늘에 좀 더 가까이 위치한 돔에 정성의 정수를 모은 모양새다. 

절정은 돔이다. 하늘로 솟아 내부에서 볼 때 오목한 돔에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베를린 대성당 내부 360도 View


돔을 향해 가까이


사실, 비싼 입장료를 주고도 안에 들어선 건 아름다운 것들을 마주하고픈 열망이 있어서였지만 더 기대한 건 돔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베를린 대성당에서 내려다보게 될 전경이 궁금했다. 더 높은 전승 기념탑에서 베를린을 내려다봤지만, 빛바랜 초록색 돔과 함께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은 그 느낌이 다를 것이기에.


생각보다 많은 계단을 오르게 된다. 고풍스러운 건물 내 계단을 다 오르면, 외부로 나가기 위한 좁고 좁은 골목이 나타난다. 좁은 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마침내 베를린 시내가 보인다. 시원한 바람이 계단을 오른 수고를 위로한다. 숨을 돌릴 새도 없이 눈은 경치를 보느라 바쁘고, 손은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최대한 눈에 담고자 하는 열망이 불타오르고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때 묻은 초록색의 돔과 같은 색채의 천사 동상들의 모습이 반복된다. 돔 한 바퀴를 돌다 보면 가지각색의 경치가 보인다. 현대적인 건물이 보이는 곳, 빨간 지붕들의 집들이 보이는 곳, 그리고 강과 사람들이 모여있는 작은 광장까지. 그리 높지 않은 높이지만 왠지 하늘에 매우 가까워진 느낌이다.


베를린 대성당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큰 상처를 안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입장료도 비싸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아름답다. 재건되었어도, 그 아픔을 덮어주며 베를린 대성당을 온 감각으로 느끼고 감탄하는 것이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최고의 방법이 될 것이다. 더불어,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감상하고 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상처도 어느샌가 조금은 치유되거나, 잠시라도 잊을 수 있으니.


재건되었어도 괜찮다. 베를리너 돔!

생각보다 많은 계단을 오르게 된다. 중간 중간 교회 내부를 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참고: 베를린 여행글 모음

- 장벽은 없어. 이념은 남았어. Part 1.

- 장벽은 없어. 이념은 남았어. Part 2.

- 천사가 내려온 도시 베를린








매거진의 이전글 자다르에서 받은 따뜻한 고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