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준비하는 네덜란드의 가을
습한 기운이 올라온다.
겨울이 오고 있다는 증거다.
저 자신도 바로 오기가 그랬는지 슬쩍 가을을 중간에 집어넣었다.
구름은 태양을 덮고, 바람은 사나워지며 나뭇가지들은 요동한다.
흩날리는 나뭇잎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스스럼없다.
그러고 보니 부는 건 바람이고, 흔들리는 건 내 마음이다.
찬란하고 뜨거웠던 태양이 성가시다고 잠시라도 생각한 그 마음에 후회가 들 정도로,
가을이 그리고 겨울이 성큼이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가을이나 겨울도 분명 매력 있다.
모든 것이 차분해진다. 적막함이 감돌지만 네덜란드는 그것을 고요함으로 맞받아친다.
바람이 세차고 비가 흩뿌려지지만 억울하지 않은 이유다.
지인에게 빌린 커다란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과 자전거 산책에 나선다.
바람이 불고 비가 와도 꿋꿋하게 나아가 본다.
그러면 오롯이 느껴지는 가을이 가슴과 피부를 파고든다.
지나가는 가을이 아쉬워 마지막엔 아이들과 그것을 그림으로 남기자 했다.
거칠고 서툰 붓칠이 지나간 그 자리엔,
그렇게 선명히 겨울 냄새 나는 가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