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화번호가 있어서 다행이야
사는 게 힘들 때 신고하는 전화번호
한 아이가 숙제가 너무 어렵다며 전화를 걸어 신고를 했다. “오늘 너무 힘든 하루를 보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는 산수 숙제가 너무 어려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고, 911 상담원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애절한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상담원은 함께 산수 문제를 풀어줬다. 친절한 상담원과 나눈 1분 54초 짧은 통화로 아이의 걱정은 해결됐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나는 상담원이 이 전화번호는 위급한 전화만 하는 곳이라고 야단치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준 것이 고맙다. 나는 힘들게 고민을 털어놨는데, 상대는 별 걸 다 고민한다며 야단을 쳐서 얼굴이 붉어졌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사는 게 너무 힘들 때, 도와달라고 신고할 전화번호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해야 할지, 이 사람과 헤어져야 할지, 끝이 보이지 않는 꿈을 향해 계속 걸어가야 할지, 내게 상처 주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답을 모르는 수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사소한 일이지만, 자신에게는 너무 큰 고민거리가 있다. '누구에게 내 고민을 신고 할까? 걱정을 털어놓을까?' 스마트폰에 적힌 번호를 한참 뒤적인다. 이제는 누군지도 기억이 안 나는 이름, 절대 받지 말 것으로 기록된 이름, 나를 알고 내가 아는 많은 전화번호 속에서 반짝이는 이름이 있다. '내게 이 친구가 있었구나!'
부끄럼 없이 내 속을 털어놓을 사람, 무조건 내편이 되어줄 친구의 전화번호가 보인다. 이 전화번호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신고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지만, 내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추운 날 모닥불을 얻은듯 마음이 녹는다. 세상 사람이 나를 속상하게 하거나, 삶이 나를 힘들게 할 때, 나는 손가락을 꾹꾹 눌러, 이 전화번호로 신고할 것이다. 내 친구에게 나도 그런 사람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