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웹소설 쓰는 방법
A4용지 10pt로 100페이지 넘게 쓴 적이 있습니까?
웹소설은 보통 장르소설 (로맨스, 무협, 판타지 등)이라서 분량이 길다. 로맨스는 2-3권 분량, 무렵/판타지는 10권 이상인 경우가 많다. 단행본 1권은 글자 수로 10만 자가 넘고, 10만 자는 A4용지 10pt로 100 페이지 정도다. 그럼 완결까지 200~300p를 써야 하는데, 만약 중간에 "결론을 바꿔야겠어" / "글 전개를 바꿔야겠어"라면서 쓴 원고의 대부분을 지우게 된다면, 당신의 멘탈이 괜찮을지 걱정이 된다. 한 달 내내 썼던 글을 다 지우고 다시 쓴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새로운 원고를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한 달 내내 당신의 시간을 쪼개서 쓴 원고를 다 지우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본문을 쓰기 전 "시놉시스"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시놉시스"는 당신의 내비게이션이다. 초행길일 때, 지도에 목적지를 검색하면 내비게이션이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알려준다. 당신이 목적지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처럼 "시놉시스"는 작가인 당신에게 소설의 마지막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다.
처음에는 어떤 소설을 쓸지 정해야 한다. 장르/분위기/내용/결말 등을 정해야 한다. 소설의 전체 느낌을 정할 때, 대부분 "독자는 무슨 소설을 좋아하지?"를 고민한다. 이 질문에서 독자는 누구인가? 당신인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완벽한 타인인가?
- 스스로 쓰면서 재미가 없다면, 계속 쓰고 싶을까?
- 좋아하지 않는 음식, 싫어하는 공부, 재미없는 운동을 매일 1시간씩 365일을 하라고 하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365일을 채울 수 있는가?
이 질문에 1초의 고민도 없이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면, 스스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소설을 써도 된다. 하지만 이 질문에 일말의 고민 없이 YES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어떤 누구도 아무 의미 없이 재미없는 걸 매일 1시간씩 365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웹소설의 내용은 당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내용 이어야 한다. 웹소설은 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짧은 단편이 아닌 장편 소설을 써야 해서, 몇 달 또는 몇 년을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입은 0원이고, 독자의 무관심을 오랫동안 받을 수 있다. 가끔 비평글이 달려서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당신이 재미있다면, 소설의 결말을 보고 싶어서 계속 쓸 수 있다.
작가는 미리 결말을 알고 있어서 자신이 쓴 소설이 재미없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로맨틱 코미디의 대부분은 뻔한 결말이다. 독자는 그걸 알고 일부로 로맨틱 코미디만 보는 것이다. 이때 독자는 뻔한 결만이 예상되어서 소설을 재미없게 읽을까? 그렇지 않다. 소설은 과정을 즐기기 위해서 읽는 글이기 때문에, 뻔한 결말이 소설의 재미를 해치지 않는다.
정말로 당신이 쓰고 싶은 글이 재미있다면, 당신이 소설 쓰면서 내용이 재미있고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쓰고 싶어 질 것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장르로 소설을 쓰기로 결정했다면, 시놉시스를 쓸 차례이다. 시놉시스는 정해진 양식이나 방법이 있지 않다. 작가마다 편한 방법으로 시놉시스를 쓴다.
나의 경우, 엑셀로 시놉시스를 쓴다. 평소 엑셀로 문서작업하는 걸 좋아해서, 쓰기 편한 엑셀로 시놉시스를 쓴다. 나처럼 시놉시스를 엑셀을 써도 좋고, 흰 종이에 수기로 정리해도 좋고, 워드나 한글에 정리해도 좋다. 프로그램 상관없이 결말 / 주요 사건 / 등장인물 설정 / 세계관 설정을 최대한 자세히 적어야 한다.
만약 본문을 쓰다가 전체 스토리 방향을 수정하고 싶다면, 이 때도 본문 집필을 멈추고 시놉시스를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수정한 시놉시스에 맞춰 본문을 수정해야 한다.
시놉시스는 내비게이션이라서, 시놉시스가 허술하면 본문의 내용도 방향을 잃는다. 등장인물의 감정이 뒤죽박죽이고, 사건 진행이 즉흥적이라서, 결말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는 독자의 흥미를 떨어트려, 당신을 믿고 읽는 작가가 아니라 재미없는 작가라고 기억할 수 있다.
소설 처음 쓴다고 집에서 혼자 하고 있는가?
소설은 절대 혼자 쓰면 안 된다. 웹소설을 쓰는 이유는 연재 또는 단행본 출간이 목표이다. 일기처럼 혼자 간직하는 글이 아닌 여러 명에게 보여주는 글인 것이다.
수많은 독자에게 보여주는 웹소설을 쓰려면 어떤 연습을 해야 할까?
혼자 소설 쓰는 것을 벗어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 처음 다른 사람에게 글을 보여줄 때, 떨리고 부끄럽고 민망하다. 소설을 읽고 비웃지 않을까, 비평하지 않을까, 이런 글을 쓰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다양한 걱정으로 다른 사람에게 글을 보여주는 걸 주저한다. 이런 부끄러움은 소설을 잘 쓴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조아라/ 문피아 / 네이버 웹소설 등 자유 연재가 가능한 플랫폼 중에 당신의 소설과 맞는 곳을 선택해서 연재를 바로 시작하는 걸 권한다.
공개에 익숙해져야 하고, 무관심에 익숙해져야 하고, 비평글에 익숙해져야 한다. 3가지가 익숙해졌을 때쯤 재미있다는 댓글을 만날 수 있다. 이 과정은 모두의 통과의례라서 피하거나 지름길이 없는 없으니, 공개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시작하길 바란다.
시놉시스를 쓰고, 연재 플랫폼을 정했다면 본문 집필을 시작할 수 있다. 본문 집필은 모든 과정이 준비된 뒤에 시작하는 마지막 순서이다.
본문 집필을 꾸준히 하려면, 당신의 스케줄 확인을 해야 한다. 매일 몇 시간 쓸 수 있는지 / 주말에만 시간이 되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목표 분량을 정한다. 일주일에 몇 회를 연재할 것인지, 1회 연재 분량이 몇 글자인지 정하고, 그에 따라 최종 목표 분량을 정한다.
[본문 집필 계획]
첫 번째 | 일상에서 소설을 쓸 수 있는 시간 확인 (ex 토요일, 일요일 각각 4시간씩 총 8시간)
두 번째 | 당신이 소설 쓸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하여 연재 횟수 및 분량 정함 (ex. 주 2회, 3 천자씩)
본문 집필 계획이 잡혔다면, 독자에게 선언한다. "토요일, 일요일 11시에 업로드됩니다"라는 멘트를 남기면, 독자와 약속하여 꾸준히 본문을 집필할 수 있다. 그리고 독자 입장에서도 정기적으로 연재되는 느낌을 받아, 작가를 신뢰한다.
웹소설 쓰는 순서를 크게 4단계로 정리했다.
#1단계 | 당신이 읽고 싶은 웹소설
#2단계 | 시놉시스 작성
#3단계 | 연재 플랫폼 선택
#4단계 | 본문 집필
위의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 단계이다. 각 단계를 세밀하게 작업했지만, 첫 번째 단계를 당신이 아닌 타인이 읽고 싶은 웹소설이라면, 꾸준히 본문 집필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
당신이 가장 읽고 싶은 소설은 어떤 내용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