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못 쓰는 소설가의 삶을 시작하고 나서, 소설을 쓰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소설을 쓸지 고민하고 있는 분을 많이 만났다. 생각보다 소설 쓰고 싶은 분이 많아서 놀랐고, 고민 중인 내용을 들을 때마다 우리나라에 팽배한 '가난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다는 걸 알았다.
소설을 취미로 쓰거나, 전업으로 쓰거나, 퇴직하고 소설을 쓰는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그 선택을 하는 건 당신의 몫이다. 이 글이 당신의 선택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웹소설 수입의 평균을 물어보면 명확하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웹소설을 써서 수입이 0원인 사람이 있고, 의사 월급보다 높은 수입을 벌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명확하게 '수입 얼마 보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당신이 웹소설 작가가 되었을 때, 수입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몇 가지 적어보자면,
웹소설 연재 / 전자책 단행본 / 종이책 단행본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드라마, 웹툰, 영화 계약 등 부가 라이선스 수입은 제외했다)
이는 별도의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에서 3번의 수익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A작품을 온라인에서 유료 연재 > A작품 완결 후, 전자책 출판 > A작품 종이책 출판
이렇게 A작품으로 3번씩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일부는 "이미 봤는데, 독자들이 책을 사겠어?"라는 의문을 가지지만, 이는 서점 사이트 댓글만 봐도 "산다"는 걸 알 수 있다.
Q. 독자들이 같은 작품을 여러 번 구매하는 이유는 뭘까?
(*실제 댓글로 본 내용을 적어둔 것으로, 제 생각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 몇 년 만에 다시 보는데도 이렇게 새롭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전자책을 없을 때 무료로 봤던 소설을 몇 년 뒤 전자책이 나와서 구매 후 남긴 댓글)
- 몇 년 전에 본 건데 갑자기 생각나서 구매함. 오랜만에 봐도 재밌어요.
- 종이책이 낡아서 소장용으로 전자책 구매합니다 ㅋㅋㅋ
출판사 입장에서 생각하면, 연재했던 A작품을 전자책이나 종이책을 출간할 때 더 수익을 내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전자책/종이책 특별 외전 수록"등의 문구를 넣어서 독자의 구매를 유도하기도 한다.
웹소설 연재 / 전자책 출판 / 종이책 출판
위 3가지 과정은 작가 스스로 진행이 가능하고, 출판사와 계약 후 진행할 수도 있다.
A 작가 / B작가 / C작가 가 1,000권 책을 팔았다고 했을 때, 세 작가의 인세가 같을까? 그렇지 않다. 인세 계약을 어떻게 했는데, 유통을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순수입이 달라진다.
■ 현직 작가 인세를 추측하는 계산법
ⓐ 단행본 가격 : 5,000원
#1 : 작가 스스로 전자책 제작(epub 파일)하고 유통대행만 했을 경우
최대 70% 인세를 받는다고 했을 때 : 5,000원 * 0.7 = 3,500원
작가 소득세 3.3% : 3,500 * 0.967 = 약 3,384원
총 1,000권이 팔렸다면 : 1,000 * 3,384 = 3,384,000원
(이는 1 권당 수입을 계산한 것으로, 4권 완결인 경우 3,384,000 * 4를 해야 맞는 계산이다)
***
#2 : 출판 계약을 10%라고 했을 때
10% 인세를 받는다고 했을 때 : 5,000원 * 0.1 = 500원
작가 소득세 3.3% : 500 * 0.967 = 약 483원
총 1,000권이 팔렸다면 : 1,000 * 483 = 483,500원
(이는 1 권당 수입을 계산한 것으로, 4권 완결인 경우 483,500 * 4를 해야 맞는 계산이다)
위의 계산에서 최대 인세를 70%인 경우, 작가 스스로 출간한다는 가정했을 때 가능한 내용이다. 온라인 사이트에 유통을 안 하고, 독자와 직거래로 책을 판매한다면 유통 수수료까지 0%가 되어 인세 100%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독자와 직거래로 책을 판매하는 경우가 없으므로, 전자책을 직접 편집하여 전자책 유통만 대행을 맡겼을 경우 최대 인세 70%가 가능하다.
인세 70%가 가능하다는 것에 솔깃할 수 있지만, 이는 당신이 원고 집필 외에 표지 작업 + 교열작업 + 전자책 편집까지 해야 한다는 뜻이다. (프리랜서에게 비용을 주고 맡길 수도 있다.)
소설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출판사와 계약이 필수이다. 법적으로 책 출판은 출판사밖에 할 수 없다. 그래서 책 출판을 원한다면 출판사와 계약을 해야 하며, 계약 내용은 출판사마다 다르다.
긍정적인 면을 말하자면, '소설은 공짜로 보는 것이다'라는 인식이 '유료 연재 / 전자책 구매'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음원의 경우, 불법으로 테이프 복제해서 판매하여 저작권 당사자가 아닌 중간 유통자에게 수입이 돌아갔었다. 현재는 음원 스트리밍을 유료로 사용하는 게 일반화가 되었고, 음원 수익이 저작권 당사자에게 돌아가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소설 역시나 인터넷 연재소설을 무료가 아닌 유료로 보는 것으로 문화가 바뀌어, 많은 작가들이 인세 수입을 받으며 작품을 쓰고 있다.
또한 소설의 경우 종이책보다 전자책 소비가 활발한데, 전자책은 국내 독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거주 중인 한국인도 소비한다. 그러니 출판 시장을 계산할 때, 국내 인구수만 계산하는 건 실제 시장과 맞지 않다.
웹소설 시장 상황이 좋다고 하여, "웹소설 쓰면 돈을 쉽게 벌겠네!"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보면, 일부는 고수입을 얻지만 대부분은 구독자 1,000명을 만들지 못해 수익 창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는 구독자 1,000명부터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회사 입사하는 것이 입사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입사 후에는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당신이 회사에서 카톡을 해도 받을 수 있고, 늦잠을 자서 회사에 지각을 해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웹소설은 그렇지 않다. 소설을 썼다고 해서 바로 인세를 받을 수 없고, 소설을 5년을 썼다고 해서 인세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당신의 소설을 사는 사람은 당신의 팬이다. 당신의 책을 읽은 적이 있으며, 재미있게 읽어서 당신의 필명을 외우고 있고, 신간이 나왔을 때 작가의 이름만 보고 믿고 사는 팬.
이런 팬을 만들기 위해서 당신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일까?
- 당신이 집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지 모르는 수천 명의 독자에게 당신이 소설을 쓰고 있다고 알려야 한다.
- 집에서 혼자 연습하는 게 아니라, 소설 연재 사이트 / 책 출간을 통해, "나는 이런 소설을 쓰고 있어요"라고 알려야 한다.
- 이 과정에서 무관심을 경험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도중에 멈추면 안 된다. 꾸준히 소설을 써서, 독자에게 계속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당신에게 관심 없던 사람이 관심을 갖고 팬이 된다.
- 무관심 속에서 소설을 계속 쓰려면, 억지로 하면 안 된다. 당신이 소설을 쓰면서 재미있고, 재미있어서 뒷이야기가 궁금할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을 써야 한다. 타인의 위한 소설이 아니라, 당신이 좋아하는 소설 말이다.
당신은 정말로 소설 쓰는 걸 좋아하는가?
편한 부업, 집에서 할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있다면 웹소설을 권하지 않는다. 정말로 소설을 쓰는 걸 좋아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소설을 써보았으면 좋겠다. 기대했던 것보다 소설 쓰는 것에 금방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소설 쓰는 걸 좋아했고, 소설을 써봤더니 재미다면, 계속 소설 쓰는 걸 권하고 싶다. 당신이 재미있는 소설이라면, 다른 독자도 분명히 재미있게 읽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