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못 쓰는 소설가'를 예명처럼 쓰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 "왜 글 못 쓰는 소설가이세요?"입니다.
'글 못 쓰는 소설가'만 보면, 필력이 부족하다는 의미 같지만 사실 '글 못 쓰는 소설가'의 의미는 필력과 무관합니다.
소설에 관심 갖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 소설책을 읽다가 '나도 이런 글 써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흰 종이에 소설을 몇 자 적어서 읽어보면, 내가 읽었던 책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부족한 내용입니다. 부족한 글에 자신감이 확 떨어져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유명 작가의 책을 읽거나 필사를 해봅니다. 또는 도서관에 가서 소설 쓰는 방법을 다룬 책을 빌려 봅니다.
공부하고 연습해서 다시 소설을 써 봅니다. 그런데 내 글은 여전히 못 썼습니다. 머릿속에는 하나의 의문만 가득 찹니다.
왜 나는 00 작가처럼 못 쓰지?
다시 소설 잘 쓰는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제가 '글 못 쓰는 소설가'인 이유는 위와 같은 악순환을 방지하는 장치입니다. 소설은 타인에게 보여주는 글이라서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씁니다. 다른 사람의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아서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잘 쓴 책처럼 쓰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잘 쓰면 독자에게 인정받을 거라 착각합니다.
막연히 <잘 쓴 글>을 쫓으면 끊임없이 시선이 외부로 향합니다. 다른 저자의 책과 비교했을 때 비등하거나 더 잘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손은 내 글을 쓰고 있지만 머릿속은 끊임없이 타인의 글을 떠올립니다.
저 역시 소설 처음 쓸 때, 타인의 글처럼 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00처럼 잘 써야 소설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내 글에 집중하지 않고 맥락 없이 타인의 글을 추구하니까, 내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제대로 쓴 원고도 없으면서 매일 새로운 소설을 시작했습니다.
나는 글 못 쓰는 소설가입니다
소설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하는 나 자신이 '글 못 쓰는 소설가'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글 못 쓰는 소설가인데, 글을 좀 못 쓰면 어때'라는 생각으로 소설을 썼습니다.
스스로 '글 못 쓰는 소설가'인 걸 받아들였을 뿐인데, 외부로 향했던 시선이 나에게 돌아왔습니다. 타인의 글을 쫓는 게 아니라 내 글에 집중해서, 진짜 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저도 평범한 사람이라 잘 쓴 글을 보면 '나도 00 작가처럼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글 못 쓰는 소설가'라는 걸 되뇝니다. 그래야 밖으로 향하는 시선을 나에게 돌릴 수 있으니까요.
잘 써야 한다는 생각에 00 작가처럼 쓰려고 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저처럼 '글 못 쓰는 소설가'가 되어보세요. 그럼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던 내 글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글못소 TV] 소설 잘 쓰는 것과 따라 쓰는 건 다르다
365일 준비가 아닌 지금 바로 소설가의 삶을 시작해보세요. 당신은 이미 소설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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