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은별 Feb 19. 2024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기

여행 취소 된 경험 돌아보기

6년 전의 일이다.


오래전부터 세운 여행계획이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계획을 세울 당시에는 6명 모두 일정을 비우기로 했고,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각자의 삶에는 이변이 생겼고, 한 명씩 여행계획을 여러 번 확인하며 일정을 조율하고 싶다는 내색을 비친다. 다시 일정 잡자니 모두 가능한 날은 또다시 몇 개월 후가 되어야 한다. 여행을 가기 위해 매달 돈을 모으던 중에 일정에 대한 잡음이 생기자 한 명이 조건을 건다.


"모두 가기로 하고 결정하고 돈을 모은 거니까, 가기 싫은 사람은 빠져라. 대신 돈은 내라."라고 했다.


개인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모두가 합의한 것이 아니기에 개인의 생각으로만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서너 명이 입을 모은다.

그러니 강단 있게 제안한 친구가 기분 상했다며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행동이...


처음에 여행을 잡자고 한 것은 모두의 의견이었으나, 갑자기 일정을 변경해야 되는 친구는 시댁의 중요한 사정 때문에 친구들에게 미안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빠질 거면 돈 내라는 말을 들으니 미안한 마음 뒤에는 강요당하는데 대한 억울함이 생긴 것이다.


한 명의 의견일 뿐이니 개의치 말고 다시 조율하자는 또 한 명의 말에 나머지는 수긍했다.


빠질 거라고 하던 친구는 자기가 여행에 대한 기대가 높았는데 못 갈 것 같은 분위기가 되니가 속상해서 경솔하게 말한 것이라고 사과한다. 이렇게 상황이 정리되는가 싶었다.


며칠 후 다이어리를 정리하다 보니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일정이 있었다. 중요한 시험이 겹치는 것이다. 작년에 떨어진 시험이라 올해는 꼭 붙어야 한다. 그런데 시험 날짜가 겹친다. 며칠 전 여행으로 단톡방이 시끄러웠던 게 떠올라 고민이 컸다. 어쩌나 어쩌나.


그렇게 한참을 지내며 나름대로 선택했다.

시험을 포기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20년지기들과 떠나는 여행을 선택했다.

당장 시험 못 친다고 생사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여행을 선택했다.


그런데 웬일인가.

또 다른 친구가 어렵게 운을 띄운다.

돈을 내더라도 자기는 이번 여행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회사에서 자신이 꼭 챙겨야 되는 연간 일정이 겹친다고 한다. 그 일정을 다른 직원에게 미룰 수는 없단다. 여행을 포기하게 되면 경비를 다 내야 되기 때문에 많이 망설였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회사가 우선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비행기도 숙소도 다 예약되어 있는 상황에서 일정 변경이 어렵다. 인원이 많으니 변경하기가 더욱 힘들다. 아마 2~3명의 움직임이었다면 이렇게 곤란하지 않았을 테다.


그리고 다음날 다른 한 명이 또 여행을 빠진다고 한다.

건강검진에서 안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재검을 받아야 된다고 한다. 여행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다고 한다.

모두 깜짝 놀랄 소식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번 여행... 취소하고 다음에 다시 잡자고...


그리고 그날 꼭 가고 싶은 사람은 모여서 국내 여행으로 다시 노선을 잡자고 했다.


6명 모두 편해지는 결정을 한 셈이다.


나는 마음 가볍게 시험준비를 한다고 했고, 국내 여행이기에 여행 중에 하루 시험 치기로 했다.

그리고 붙었다.

이전 10화 왜곡이 심한 사람 대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