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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무의식

돈과 존재 의미

by 석은별 Feb 12. 2025

우리가 의식에서 다루기 힘들어하는 소재들이 숨어 있는 정신의 깊은 영역을 무의식이라고 한다. 의식적으로 이유를 바로 알 수는 없지만 어떤 것에 빠지거나 반복적으로 행동하거나, 처음 본 사람에게 강렬한 감정을 느끼거나, 실수하거나 등의 무의식 영향을 받는 일상은 언제나 펼쳐진다.      


그렇다면 왜 의식에서 억압한 것이 무의식으로 들어갈까?


내가 찾아 낸 이유는 이렇다.

현실에서 무의식적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다면 그것이 스스로에게 (그러니까 ‘자아’에게) 곤란해지는 경우일 때다.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이 대낮에 길거리에서 노상방뇨를 한다거나, 귀엽고 예쁜 아기를 보고 불쑥 볼을 꼬집거나, 꿈에도 그리던 이상형이라면서 집요하게 따라다니면서 애정 공세를 한다거나 등의 행동은 한편으로는 가장 본능적이긴 하지만 문화와 교육과 규칙을 경험한 사회적인 시선에서는 미개인이 되고 무례함이 되고 범죄가 된다.     


때문에 그 공동체에 속하기 위해 우리는 다분히 어떤 욕망과 욕구들을 없는 척한다거나 애써 참으려고 노력한다. 애써 참는 것은 그나마 ‘전혀 없다.’고 믿는 것에 비해 고차원이다. 문제는 이 욕망이 자신에게는 ‘전혀 없다.’고 철저하게 믿으며 무의식으로 버리는 것. 이것이 문제가 될 때가 꽤나 많다. 교과서에도 나온다. 인권 운동을 하면서 시설에서 아동학대를 일삼는 관리자, 여성해방 운동을 한다면서 매춘업계의 숨은 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직업이면서 집에서는 폭력과 착취를 일삼는 경우 등 이미 여러 면에서 그러한 경우를 마주했지 않는가.     



다시 돌아가 짧지만 깊이 있게 탐색해 본 돈에 대한 무의식과 의식을 살펴본다.

얼마 전 여동생의 결혼식을 정리하면서 죽은 남동생이 떠올랐다. 그 아이와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나는 그 돈에 대해 고민을 해야만 했다. 그래야 그 아이도 이해할 수 있고 나도 이해할 수 있게 될 테니...          



우리는 돈에 대해서 어떤 관념들을 갖고 살아갈까?

돈의 가장 단순한 기능은 교환의 대체 수단이다. 우리가 직접 물건을 교환하기 번거롭기에 불편함을 줄이고자 돈이라는 것이 생겨났다고 한다. 한때 모든 인류가 돈에 대해 이 교환의 가치만 인식한다면 어쩌면 평화로울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돈의 역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돈의 기능은 극단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돈이 없다는 것만 보자.

사실 돈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이나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얻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그럼 그 돈을 있게 하기 위해 내 물건을 내다 팔거나 노동력을 제공하거나 다른 물건과 바꿔서 돈으로 환원시키거나 등의 활동을 하면 되지만 어찌 된 게 ‘돈이 없다.’는 의미가 때로는 ‘무시한다, 따돌린다, 비웃는다, 능력 없다고 본다. 그러니까 들키지 말아야 한다.’라는 집단적 사고를 믿게 한다.     

이 믿음 사람들 점점 더 가난결핍 현실로 이어진다.     


돈이 없으니 스스로에게 '무시당할 거다, 따돌릴 것이다. 이 정도 능력도 없다고 비웃을 것이라.'라고 알리며 끊임없이 '들키지 마라'명령한다.

왜? / 부끄러우니까. 

수치심만큼 사람을 위축되게 하는 감정이 또 있을까? 그러니 돈이 없어서 수치심을 느끼고, 수치심이 일어나니 돈 있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화가 나고 부럽고 뺏고 싶고 망했으면 하는 분노 감정과 손 잡는다.      


이 분노감정에 미치는 사고도 나름 일리가 있다.

돈은 정정 당당하게 벌어야지.

열심히 노력해서 벌어야지.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잖아.

갑자기 돈이 저렇게 생긴 건 뭔가 지저분한 것과 관련 있기 때문일 거야.     


뉴스에서 돈과 관련된 사건 사고를 보며 ‘역시 돈 많은 사람은 구리다니까!’라면서 그들을 끌어내리려 든다. 그렇게 판단해야 자아는 돈이 없는 현실을 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외면한 것들은 다 무의식에 억압이 된다.

마치 그 속에는 온갖 오물들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무의식에는 오물만 있는가?

왜 이것들이 이 속에 들어 있는지를 하나 둘 꺼내 보면 ‘자존심 다치고 싶지 않아서’, ‘우습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서’, ‘성공하고 싶어서’라는 보다 깊은 이유들과 만나게 된다.

이 이유들은 어쩌면 자신을 더욱 자신답게 만들고자 애썼던 흔적이 아닌가 싶다.     


이 애쓴 흔적을 만나고 나면 이제는 돈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가져야 될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살펴보게 되는 돈에 대한 결핍이 없거나 적은 사람들의 삶에서 배울 것을 찾는다.     


분명 돈에 대한 무의식이 풍요로운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위의 사람들과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

그들은 ‘돈이 있으니 마음껏 살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뭐든 할 수 있다. 돈은 언제든 내가 필요한 만큼 알아서 들어온다.’라는 믿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돈이 돈을 불러온다. 나간 돈은 반드시 돌아온다. 돈이 나간 만큼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은 그만큼 당연히 채워질 것이라는 믿음과도 직결되어 있다.

그들은 행운마저도 자신의 편이라고 굳게 믿는다. 아니 행운이 자신의 편이라고 안다.   

  

때문에 여유롭다.

늘 편안하고 이완된 상태로 살아간다.

그들의 현실은 실제로도 여유롭다.


위기 상황에도 ‘나간 돈은 반드시 돌아온다.’라며 기다린다. 기다리는 그들의 행동이 조급할까? 초조할까? 남의 것을 뺏고 싶을까? 돈 많은 사람들이 부패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다고 볼까?

    

사람은 다 자기 경험으로 외부 세계를 본다고 하지 않던가?


그들은 그들의 경험으로 외부 세계를 보기 때문에 남들도 그렇게 돈을 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젠 결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가 생길 것이다.


자신의 무의식에 숨어 있는 다양한 이유들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낸다. 그리고 조합한다. 왜 그토록 보기 싫어서 숨겨야 했던가, 자신이 없었던가, 무서워했던가의 이유를 찾아본다.


그 이유는 대부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동기로 시작했던 것들이 무산된 아픔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무산된 아픔 즉 절망이나 고통의 전 단계인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고자’했던 그 동기를 다시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동기는 결국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남들과 조화롭게 살고 싶어 했던 순수한 마음이다. 작게나마 뽐내고 자랑하고 싶었던 마음일 뿐이다. 그래야 칭찬받고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마음일 뿐이다.     

우리는 이 마음들을 알아주면 된다.

이 마음을 알아주면 그 뒤에 경험한 절망과 고통, 아픔은 저절로 힘이 빠진다.

고통을 보게 되면 그 속에 있는 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제는 의식화하는 과정으로 들어간다.     

자신의 무의식에 버려둔 것들이 결국에는 자기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데려가고 싶어 했음을 알게 되면 타인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준비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때 돈에 대한 관념도 새롭게 정비한다.     


돈으로 자신의 존재 의미가 달라지는 게 아니라
자신에 의해서 돈의 존재 의미가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다소 노력이 필요하다.

살아온 세월만큼 믿었던 것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에는 글쓰기, 말로 내뱉기와 같은 활동은 물론 이전에 가진 생각들이 올라올 때마다 알아차려 주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돈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게 나를 편하게 하는가? 돈은 그저 돈일뿐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를 편하게 하는가?’에 대해 답을 말하면 된다.     


이전에 우리는 그 답을 말하기보다는 돈때문에 불행한 이유를 찾는데 급급해하며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을 끌어내리려고 불을 켜고 살았지 않았던가?     




이 방법은 나를 만나기 위해 노력한 부분들을 돈에 비추어 각색해 봤다.

돈을 빼고 공부, 쇼핑, 도박, 술이나 고통, 슬픔, 외로움 등등으로 넣어서 따라가다보면 무의식에 숨겨둔 또다른 의미와 기억을 소환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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