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preparation
5. 끝나지 않던 하루
나는 너무 떨려서 수술대 위에서 주문이라도 외워야 할 것 같았다. 보이는 것은 천장 뿐이지만, 내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이 느껴지고 아기 태동이 있는지를 차분히 느끼며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
모든 준비가 되었는지,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산모님, 시작할게요' 항상 듣던 주치의 선생님의 목소리가 나긋하게 들려오니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는 듯 했다. 사실 이미 마취의사선생님께서 등에 무언가 아주 큰 주사바늘을 넣으시는 듯 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시간이 정말 생애 다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서움과 두려움이 느껴졌다.
몇 분 후,
'아기 나와요' 라는 말이 끝나자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우리 아가는 내가 생각하던 응애응애가 아닌 에에에엥 소리를 냈다. 간호사님께서 보여준 아기는 너무 작고 너무 빨간 아기였다. 사실 아기의 얼굴은 그 상황에서 잘 보이지 않았고 그저 잘 태어났구나..이제 끝났구나..싶었다. 안도감과 함께 그렇게 난 잠이 들었다.
수술에서 깨어나 보니 아랫배의 욱신거림이 생각보다 강하게 느껴져 너무 놀랬다. (난 정말 심각한 엄살쟁이다) 몸이 잘 움직여지지는 않았지만, 아주 큰 돌덩이가 내 아랫배를 강하게 누르고 있는 듯 아팠다.
남편의 얼굴을 보니, 수술대에서 무서웠던 마음이 마구 나오면서 서러움과 안도감과.. 어쨋든 너무 반가워 소리를 질렀다.
'여보!!!!!!!' 꽥 너무 아퍼..
'으헝, 고생했어 아팠지.. 다 끝났어 아기두 봤어, 간호사님이 손가락 발가락도 다 세어주고 그랬어!'
'그랬어? 다 있었지?'
'응응, 다 있더라 엄청 작고 엄청 못생겼더라' 우리는 킥킥 거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얼굴을 보며 행복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이제 얼른 몸을 추스르고 아기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소아과 선생님은 아기의 호흡이 좋지 못하다며 3차병원으로 전원을 하자고 말씀하셨다. 아픈 아랫배의 상처부위보다 더 아픈 소리였다. 난 아기를 낳고 제대로 아기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아기를 병원으로 보냈다. 눈물이 마르지 않았던 것 같다. 아기를 낳기 전의 두려움과는 다른 두려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