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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정 Mar 06. 2018

경쟁의 기술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기다

크게 되고 싶다면 작게 행동하라!

베스트셀러 '보라빛 소가 온다'의 저자인 세스 고딘은 이제는 작은 것이 큰 것이다는 저서를 통해 "규모가 성공과 이윤을 보장하는 시대는 지나갔으며,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추어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유일한 자산이므로 작은 것을 취하여 크게 생각하라"라고 조언한다.


그는 또한 "지금까지와 180도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더 이상 큰 것은 능사가 아니다. 규모가 권력과 이익을 상징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촛불이 국가의 최고 권력을 무너뜨렸고, 추악한 문화권력들도 작은 용기가 쓰러뜨리고 있다.


컴퓨터 하나만 있으면 외국의 큰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고, 글을 잘 쓰는 블로거가 언론의 역할을 할 수도 있으며, 유튜브 크리에이터 한 명의 구독자가 텔레비전 방송국보다 높은 영향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작은 것이 경쟁에 유리한 시대가 왔다. 작은 거인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작은 거인들의 핵심경쟁력
반지의 제왕은 작가의 손주들을 위해 쓰여졌다.

영화 '반지의 제왕'은 호빗족 프로도 베긴스의 모험 이야기다. 수많은 전사와 마법사, 화려한 영웅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가장 작고 약해 보이는 프로도가 세상을 구한다. 원작자인 톨킨은 손주들에게 들려줄 이야깃거리가 떨어지자, 직접 소설을 집필했다. 호빗은 작은 아이들을 상징하는 종족이다.


작은 거인에겐 몇 가지 핵심경쟁력이 있다. 첫째, 두려움을 직시한다. 아무리 강한 사람에게도 두려움은 있기 마련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인간의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다.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 그럼 하루하루 두려워하며 살아야 할까?



둘째, 평범함을 거부한다. 모험을 떠나기 전, 프로도의 삶은 윤택했다. 하지만 평범한 삶이었다. 갠달프의 제안을 받은 프로도는 별로 망설이지 않는다. 작은 거인에게 평범함은 나쁜 것이다. 셋째, 호기심과 발전 욕구. 작은 거인은 호기심이 많다. 관심이 있는 것들을 공부해서 나의 동력으로 삼는다.


마지막, 작은 거인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작은 회사는 왜 망할까? 부도가 나서 망하는 건 큰 회사의 경우다. 작은 회사는 어음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왜 망할까? 사장이 포기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돈 몇 푼이 아니라, 경영의지를 내려놓는 순간 망한다. 망하는 것도 싸우는 것도 나의 의지다.


큰 것과 싸우는 기술
큰 상대와의 싸움에는 젼술이 필요하다.

영화 '리얼 스틸'은 버려진 스파링 로봇 아톰이 세계로봇챔피언 대회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아톰은 고물 처리장에 버려져 있었다. 발견 당시엔 말 그대로 폐품 수준이었다. 현역으로 뛰기에는 한 세대 뒤쳐진 로봇이었다. 그런데 아톰에겐 몇 가지 특별한 기능이 숨어 있었다. 첫째는 강한 맷집이다.


아톰은 스파링 로봇이다. 선수가 아닌 연습 상대로 만들어졌다. 스파링 로봇은 큰 로봇들을 자주 상대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맷집 중심으로 설계됐다. 맷집은 버티는 힘이다. 맷집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하는 것이다. 작은 것은 생존에 불리하다. 그래서 특별한 생존기술이 발달된다.



아톰은 작아서 빠르다. 최종 보스인 제우스와 싸우기 전까지, 특유의 스피드를 이용해서 메트로, 식스 슈터, 블랙 톱, 트윈 시티즈를 물리친다. 빠르다는 것은 물리적인 의미만이 아니다. 아톰을 조종하는 찰리 켄튼은 복서 출신으로 매우 빠른 눈썰미를 갖고 있다. 몸도 머리도 빨라야 이길 수 있다.


아톰의 마지막 숨은 기술은 상대의 움직임을 완벽히 복사하는 섀도우 모션이다. 섀도우 모션 기능은 키보드나 음성인식보다 반응 속도가 빠르다. 또한 기계가 흉내내기 힘든 인간의 움직임을 습득할 수 있다. 복제는 베끼는 것이 아니라, 훔치는 것이다. 상대의 결핍을 나의 경쟁력으로 바꾸는 일이다.


저급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일기당천(一騎當千)의 위풍당당함 (디시버 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인간이 말하는 창조는 대부분 무언가의 창조적 복제다.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기는 핵심 기술은 창조적 복제다. 베끼는 것이 아니라 훔치는 것이다. 이 말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예술가라고 평가받는 파블로 피카소의 철학이었다. 훔친다는 것은 완벽한 자기 내재화다.


스티브 잡스는 피카소를 존경했다. 세상에서 가장 창조적인 기업 애플에게도 오명은 있었다. 바로 카피캣(copycat)  논란이다. 애플의 사과 로고는 비틀스의 음원 유통회사를 베낀 것이다. 애플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나 마우스도 사실은 복사기 업체 제록스에서 출발했다. 이런 논란은 신제품 발표회장에서 기자의 질문으로 불거졌다.


기자 : GUI는 제록스에서, 이름은 시스코....
          도대체 애플이 직접 만든 게 뭡니까?
잡스 : 네, 맞습니다.
기자 : 모두 베낀 것이 맞다고요?
잡스 : 네, 저희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단지 새로운 컨셉을 창조했을 뿐입니다.
일동 : (침묵)


베끼는 것은 똑같은 것이다. 훔치는 것은 바꾸는 것이다. 아이폰은 복사기가 아니고, 인터넷 전화도 아니고, 항공기는 더더욱 아니다. 아이폰은 아이폰이다. 존재하는 기술과 개념들을 조합해서 새롭게 탄생한 제품이다. 아이폰이 복사기, 인터넷 전화, 항공기였다면 과연 세상이 바뀌었을까?


큰 회사들도 작은 회사를 모방한다. 이럴 경우 작은 회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마련이다. 자금, 인력의 규모에서 경쟁이 안된다. 대책은 하나다. 먼저 훔치는 것이다. 큰 회사의 결핍을 분석해서 훨씬 빠르게 핵심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만들어야 하냐고? 통찰력을 훈련하면 된다. 끝.


딥 포켓 전략(deep pocket strategy)이란, 경쟁사가 혁신적인 신제품을 출시하면, 유사제품을 깊은 주머니에서 꺼내듯이 재빨리 출시해서 경쟁을 제압하는 전략이다. 깊은 주머니는 경쟁 우위에 있는 큰 회사들이 즐겨 쓴다. 경쟁 관점에서는 매우 정당해 보이지만, 시장 관점에서는 소비자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부당하게 인식되는 경우가 더 많다.


당신보다 약자를 존중하라.
식당 종업원 대하는 태도를 보면,
당신이란 사람을 알 수 있다. by 팀 민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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