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뒤에 J는 서울로 간다. 다시 오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생길 당분간에 대한 마지막 날인 오늘은 너를 더 많이 봐둬야 하는데..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실없는 농담들로 인생에 대한 서로의 긴장을 풀고, 어지러운 슬픔이 가만히 잠들 때까지 영원처럼 안고 있어야 하는데
너무 바빴다.
그게 너무 안타까워서 J 앞에서 자꾸만 울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목울대가 저릿하고 뜨거워졌다.
J는 안 되겠다며 시간을 압축한 만큼의 효과를 내보자고 근처 절 보문사로 나를 데려간다. 부처님한테 부탁해 보잔다.
부처님 앞 비석에는 올바른 생각(Right Think), 올바른 견해(Right View), 올바른 삶(Right Living)… 이런 <올바른(Right) 시리즈>가 친절하게 괄호 안에 영어 번역까지 8개나 적혀있다.
J와 나는 ‘올바른’에 ‘Right’가 가장 적합한가에 대해서 농담을 하면서 아무리 그래도 ‘Correct’는 절대 아닐 거라면서 실실 거리며 기도를 마치고 내려왔다. 맞고 틀린 것으로 ‘맞는 생각’, ‘맞는 견해’, ‘맞는 삶’, … 과 ‘틀린 생각’, ‘틀린 견해’, ‘틀린 삶’…. 을 나누고자 한건 아닐 거라고 믿었다.
J 옆에서 이전보다 많이 약해진 나를 인식한다. 얘 없인 아무것도 못할 것만 같은 느낌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괜히 모든 탓을 J로 돌리는 말을 한다.
왜 나를 매번 보호해. 너 없는 시공간이 막연하게 아득해지게 만들어.
매일 독하게 다그치고 살아가면서 별 것 아니라고 속은 바짝 힘을 주고 겉은 염세주의자처럼 그냥 해내던 내가 있었는데.
대체 어떤 방식으로 사랑받는게 나에게 맞는 방식인 걸까.
J는 편지를 쥐어준다.
‘어제 우리 같이 별을 봤잖아.
너도 지금 너무 밝고 예쁘게 빛나고 있어서 울지는 않을까 무섭지는 않을까 계속 돌아보게 되네. 자전거를 타고 가며 계속 너를 돌아보기도, 뒤에서 지켜보기도 하며.
네가 이제 막 세상에서 시작한 아이처럼 느껴졌어.
그리고 그 아이가 세상의 쓴 맛을 보길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널 보고 있어. 겁은 많지만 용기는 또 이상하게 많은 네가 하고 싶은 것들 욕심 잔뜩 부리다 어느 날 어디서 넘어질지 모르니까.
그래서 너에게 용기라도 주려고 해. 너는 잘 해낼 수 있다고.’
나는 순식간에 나는 잘 해낼 수 있다고 믿게 되고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올바른(Right) 사랑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간 이걸 다시 다짐하던 오늘이 나의 환희가 될지도 모르는 아픔일 거라 생각한다.
매일 내가 필요로 할 때 자신의 가방에서 나오던 머리끈이 당분간 없을 테니 샀다는 머리끈이 어제 우리가 같이 본 별같이 생겼다.
노래
('어지러운 슬픔이 가만히 잠들 때까지 영원처럼 안고' 와 '나의 환희가 될지도 모르는 아픔일거'를 이 노래에서 가져왔음)
어휴 이런 쭈굴.. 찡찡.. 침울........ 이런거, 이런 나에 질릴 때
특히 야근하는 개발자 자아가 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