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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던트 비 Sep 07. 2024

Chapter 1-3  동물 전용 GPT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다음날 사자는 다람쥐와 함께 곧장 에티오피아 악숨 근처에 있는 “아버지 사자의 궁전”(Lion’s Palace of Axum)으로 향했다.1) 아버지 사자의 궁전은 에티오피아의 전설적인 여왕 시바의 비밀 별장이었다고 알려진 곳으로, 이제는 사람들에게 잊히고 동물들의 왕인 사자를 위한 궁전으로 쓰이고 있었다.

젊은 사자가 도착하자 아버지 사자는 언제나 그렇듯이 근엄한 표정으로 아들을 맞이하며 말했다.


“멜렉(Melek), 리더십 훈련은 잘 진행되었느냐? 왕위를 물려받을 날이 이제 일 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구나.”


“네. 문제없었어요.” 젊은 사자가 답하고서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아버지 앞에 들어 보였다.


"아버지, 신기한 물건을 발견했어요. 인간의 글을 동물의 말로 바꾸어주는 앱이에요!”


아버지 사자가 젊은 사자의 손에 들려져 있는 스마트폰을 물끄러미 보더니 말을 꺼냈다.


“또다시 공부 타령을 하려고 하는구나. 철 좀 들어라 아가야. 지금 나이가 몇 살인데 공부를 하려는 거냐. 몇 번이고 말하지만, 인간의 지식을 공부하는 것은 우리한테 맞는 방식이 아니야.” 순간 아버지 사자의 왕좌 옆을 밝히고 있던 횃불이 흔들리면서 아버지 사자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버지,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지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지식을 공부해서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일부라도 받아들여야 해요. 이 물건을 보세요. 인간들은 이제 세상을 '제어'하는 방법을 배우며 하루가 다르게 놀라운 일들을 해내고 있다고요.”


" ‘제어'라고? 그래 인간들은 공학을 배우면서 그런 말을 하지. 그럼 말해 보거라. 인간의 지식으로 자신들의 사회를 제어하더냐, 아니면 자연을 제대로 제어하더냐. 자신의 개체 수 하나 조절 못 해서 메뚜기 떼처럼 늘었다 줄기를 반복하고, 자연의 모습은 복잡계라고 부르면서 하나도 제대로 이해 못 하고...” 아버지 사자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완벽한 제어를 보려거든 바람을 날개로 받으며 공중에 떠 있는 새를 보아라. 인간들처럼 현란한 지식을 쓰지 않아도 자연의 흐름을 몸으로 체화하면서 조절하는 것 그게 바로 제대로 된 지식이야.”


이때 궁전의 어두운 구석에서 모든 것을 듣고 있던 흑표범이 슬며시 걸어 나오더니 아버지 사자의 말을 이어갔다. 흑표범은 아버지 사자에게 동물 세계의 운영에 대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고 있었으나, 아들 사자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잠시 자리를 피해 있었다. 하지만, 두 사자의 대화를 듣다가 참지 못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동물들이 공부하면 이 세상이 얼마나 흉측하고 괴상할지 상상해 보았나요? 게다가 동물들이 공부를 한 번 시작하면 인간들처럼 문명을 만들고 성장하고 싶어 할 거예요. 거기서 모든 불행이 시작되죠.” 흑표범이 냉소적으로 설명을 덧붙였다.


“저는 그 말에 동의하기 힘들어요.” 젊은 사자가 억울한 듯 자신의 논리를 펼치려다 포기하고 가만히 있었다.

이후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고, 아버지 사자가 한숨을 쉬더니 못 이기듯 말을 꺼냈다.


“멜렉(Melek), 너는 머지않아 왕이 될 것이야. 그전에 네가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한다면 내가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명심해라. 인간의 지식이 화려해 보이고 우리 동물들이 지고 있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그것은 잠시뿐이야. 지금 잘 나갈 때 인간들이 한껏 잘난 체하고 우리를 비웃으라고 해라. 자연의 긴 호흡에서 보면 저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에 불과할 뿐이니까.” 아버지 사자는 벽으로 가서 로마시대에 살았다는 선대 사자의 전리품 '검투사의 검'을 집어 들더니 칼날을 앞발로 쓸어내렸다.


“네. 아버지.” 젊은 사자는 내키지는 않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주석)

1 에티오피아의 고대 왕국인 악숨 제국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솔로몬 왕(King of Solomon, 아랍어로 슐레이만)과 시바의 여왕(Queen of Sheba)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메네리크(Menelik)가 건설하였다고 전해진다. 전설에 의하면, 메네리크는 아버지 솔로몬왕을 만나기 위해 예루살렘을 방문했다가 그곳에 있던 언약궤(Ark of the Covenant)를 몰래 가지고 에티오피아로 돌아갔다고 한다. 전설을 믿는 사람들은 언약궤가 아직도 악숨 제국의 수도인 악숨(Axum)에 보관되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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