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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 오라클과의 만남

by 스튜던트 비 Sep 11. 2024
"우리가 이해를 하고 나서야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관심을 가지고 나서야 도우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도우려고 했을 때 비로소 그들을 구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제인 구달 -





브런치 글 이미지 1

사자는 다람쥐를 등에 태운 채 일주일 동안 달려, 마침내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산악지대 다마라랜드(Damaraland)에 도착했다. 해 질 녘 붉게 물든 바위산을 올려다보며, 사자와 다람쥐는 왜 이곳이 “신의 산”이라 불리는지, 그리고 많은 동물들이 흰 기린의 예언을 들으러 가는 여정을 “순례”라고 표현하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


막상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흰 기린을 찾아야 할지 막막해지려던 순간, 사자와 다람쥐는 그들을 마중 나온 흰 기린을 발견했다. 소문대로 기린은 순백의 몸을 가졌으며, 머리가 구름에 닿을 듯이 우뚝 솟아 있었다.


“어서 오세요. 새로운 후계자와 그의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물들이 공부하는 것에 대해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러 오신 거죠?” 기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자와 다람쥐를 맞이하며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아셨죠?” 사자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과거의 사자들도 때가 되면 나를 찾아와 같은 질문을 하곤 했지요.”


“설마...”


"맞아요. 아버지 사자도 처음에는 동물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것에 관해 관심이 있었어요. 심지어는 본인도 공부를 하셨답니다.”


기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버지는 어떤 공부를 하셨어요? 그리고 공부를 잘하셨어요?” 사자는 아버지가 '제어'라는 말을 듣고 흥분한 채 길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던 그때부터, 그도 공부를 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짐작은 하고 있었다.


“인간의 역사를 배우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고, 과학은 손도 못 댔어요. 그리고 발바닥이 커서 책장을 넘기는 것 자체를 싫어했죠. 그리고 결국 동물들이 공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결론 내리셨죠.” 기린이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아니, 본인이 공부가 적성에 안 맞는다고 다른 동물들까지 못하게 하다니... 그런데, 흰 기린님. 저는 우리 동물들이 인간들의 책을 읽으면 공부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 생각이 터무니 없는 생각인 걸까요?” 사자가 기린에게 말했다.


사자의 말에 기린이 눈을 들어 사자를 바라보았다.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저도 하나 묻고 싶군요. 도대체 왜 그렇게 공부를 하고 싶은 거죠?”


"나는 동물들이 공부를 하도록 도와서, 인간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도록... 아니, 그보다도 그들이 만든 세계보다 더 멋진 세상을 만들도록 하고 싶어요.”


"흠... 우리가 정말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요?"


기린이 묻자, 사자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기린을 바라보며 질문에 대한 답을 이어갔다.


“어떤 이들은 우리 동물들이 머리가 나쁘다고 하지만, 저는 우리가 공부해서 멋진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죠?"


"우리는 그들보다 다양한 종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그래서 인간보다 훨씬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도 풀어낼 수도 있을 거예요."


기린은 순간 놀란 듯했다. 사자가 자신의 질문에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대답을 했기 때문이었다. 기린은 이내 사자를 유심히 살피며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다시 사자에게 물었다.


"다람쥐와 친한지는 얼마나 되었죠? 둘이 크게 싸운 적은 없나요?"


“어렸을 때부터요. 말다툼을 한 적은 있어도 크게 싸운 적은 없어요. 제가 성격이 좋아서요.”


기린은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다시 다람쥐와 사자를 번갈아 살폈다. 잠시 고민하던 기린은 이내 사자를 돕기로 결심한 듯 말했다.


“동물들을 공부시키겠다는 생각,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히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서 인간의 책을 읽기 위해 굳이 그들의 언어를 처음부터 배울 필요도 없으니까 한 번 해볼만 해요. 우선, 동물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천재 공학자 거북이를 소개해 줄게요.” 2)


“정말요? 오랫동안 그런 동물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혹시 동물 세계에 인간의 지식을 공부한 다른 동물들이 있다면, 그들도 꼭 만나보고 싶어요.”


사자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기린에게 물었다.


"일단 거북이를 만나서 동물들을 공부시키는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고 설득을 해보세요."


이렇게 말한 기린은 미리 준비를 한 듯 거북이 뿐 아니라 너구리, 카피바라, 고양이, 파랑새, 그리고 여우를 그려 넣은 종이들을 사자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거북이가 설득할 수 있다면, 이렇게 생긴 나머지 다섯 마리의 동물들도 모아 오세요. 이들이 제가 아는, 사자 당신을 도울 만한 동물들의 모습을 그린 몽타주에요."


사자가 놀란 표정으로 종이를 받아 들고 거기에 그려진 동물의 얼굴들을 보고 있을 때, 기린이 덧붙여 말했다. 


 "주소도 함께 적어놓았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들을 데려오면, 저도 동물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함께 도울게요.”


"흰 기린님이 직접 도와주신다고요?”


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네.”


젊은 사자는 너무나도 고마운 마음에 포옹을 하려 두 팔을 활짝 벌리며 기린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흰 기린은 긴 앞발을 내밀어 사자를 멀찌감치 밀어내더니, 대신 사자의 머리 위에 살짝 앞발을 얹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1) 흰 기린은 루시즘(Leucism)이라는 유전적 특성으로 인해 흰색의 털을 가지고 있다. 워낙 희소한 존재로, 수년 전 케냐에 한 마리가 남은 것으로 보고가 되었는데, 밀렵꾼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 생존 여부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참고로, 루시즘을 가진 동물은 알비노 동물과는 달리 눈동자가 검은색이며, 번식도 가능하다.  


2) 인간사에 관심이 많은 흰 기린은 AI 기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어 처리 기술의 존재를 알고 있고, 이를 활용해 ‘동물전용 GPT’ (동물용 Chat-GPT로 인간의 언어를 동물의 언어로 변환시켜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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