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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던트 비 Sep 12. 2024

Chapter 2-2  오라클과의 만남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사자가 기린과 공부에 대한 상의를 마쳤을 때에는 시간이 늦어 석양으로 바위산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사자와 다람쥐가 떠나자, 언제 여기까지 따라왔던 것인지 흑표범이 기린 앞에 슬며시 나타났다.


“혹시 공부하는 동물들을 소개해 주었나요? 떠나는 저들의 표정을 보니 도움을 준다고 말씀하신 모양인데.” 흑표범이 말했다.


“맞아. 거북이, 고양이, 너구리, 카피바라, 파랑새, 그리고 여우를 소개해 줬어.” 기린이 답했다.


"동물들을 공부시키는 프로젝트는 더 이상 안 하겠다고 결론을 내린 것 아니었나요? 설마 공부를 한 동물들이 모였을 때 생기는 부작용을 잊은 건 아니겠죠?”


흑표범은 기린의 대답에 놀라며 말했다. 동물들에게 공부시키는 것을 포기한다고 이미 선언했던 기린이 또다시 팀을 결성한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저 아이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갈기나 꼬리를 보면 알아. 저 아이는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순한’ 사자야. 분명 다른 동물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함께 일하는 것이 가능할거야.” 기린이 진지하게 말하였다.


"부작용에 예외는 없어요. 공부를 한 동물들이 모이면 이상하게 돌변한다고요.”


흑표범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 그렇치만 동물들을 공부시키는 프로젝트를 다시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어. 여기 트위펠폰테인에서 1) 세상이 더워진다는 계시를 담은 암각화를 새로 발견했어. 땡볕 아래 허덕이는 동물들을 묘사하고 있어.”


"땡볕 아래서 허덕인다... 혹시 그럼 인간들이 환경을 완전히 망치게 되는 건가요?” 흑표범이 기린의 옆에 있는 암각화를 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정말 적색의 바위에 그려진 암각화에는 동물들이 모여서 힘들어하며 하늘을 향해 애원하는 듯한 모습의 형상들이 그려져 있었다. 2)


"맞아. 나도 그거라고 짐작하고 있어. 이제는 우리 동물들이 공부를 시작해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수밖에 없어. 그러니 흑표범, 너도 나와 같이 젊은 사자를 도와줘.”


흑표범은 사자를 돕자는 기린이 제안이 내키지 않았다. 동물들이 공부할 준비가 안되었다는 강한 믿음이 있는 것은 물론 오라클이 예지능력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세상 일에 개입한다면 스스로의 수명을 단축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흰 기린이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닥칠 미래가 정말로 절망적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감당할 수 없는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고 하니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만큼은 돕도록 할게요.” 흑표범은 마지못해 말했다.


“흑표범, 너는 내가 할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을 사자에게 해 줄 수 있을 테니까 분명 도움이 될 거야. 저 아이를 한 번 믿어보자. ” 기린이 흑표범의 앞발을 꼭 잡고 고마워했다.



(주석)

1 다마라랜드의 고대 원주민들은 비와 풍요를 기원하는 그림과 기호를 바위에 새겼다. UNESCO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의 암각화 지대는 ‘가뭄으로 언제 물이 나올지 불확실한 샘’이라는 의미로 트위펠폰테인(Twyfelfontein)이라고 불린다.


2 암각화에 담긴 예언의 전체 내용은 <부록: 트위펠폰테인 암각화의 예언>을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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