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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던트 비 Sep 10. 2024

Chapter 1-3 동물로 태어나서 공부는 무슨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아버지 사자는 걱정이 되었는지 아들 사자가 걸어 나간 긴 복도의 끝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흑표범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아이가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이유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야. 엄마가 어릴 때부터 항상 품에 안고 책을 읽어주었으니까. 아마 그 영향이 분명 있을 거야."


아버지 사자가 슬픈 눈을 하고 어머니 사자의 이야기를 꺼내자 흑표범 왠지 가만히 있었다. 1)


“나는 저 아이의 운명이 너무 걱정돼. 얼마 전에 생생한 꿈을 꾸었는데, 저 아이가 추운 산속에서 배가 홀쭉해진 채로 기절하기 전까지 책을 읽고 있었어. 그리고 그건 모든 동물들에게 추앙받는 왕의 모습은 절대로 아니었어.”




한편, 아들 사자는 풀이 죽은 채로 궁전에서 걸어 나왔다. 아버지에게 스마트폰의 화면은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채, 잔소리만 듣다가 돌아가게 된 것이 너무도 속상했다.


그리고 오늘따라 왠지 궁전 입구까지 가는 복도의 양옆에 비치된 고대의 사자상들 그리고 그중에서도 인간 검투사에게 헤드락을 걸고 꿀밤을 놓는 ‘선대 할아버지 사자'의 조각상이 유난히 자신을 계속 내려다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 혼자야. 나와도 돼.”


아버지의 궁전에서 나온 사자는 궁전 입구의 기둥 뒤에 숨어 있던 다람쥐를 불러냈다.


 “뭐라고 하셨어?” 다람쥐가 물었다.


“갑자기 공부할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화를 내시더라고. 그것 때문에 부르셨나봐. 게다가 흑표범까지 나타나서 잔소리를 했어.” 젊은 사자가 풀이 죽은 모습으로 말했다.


“흑표범한테 같이 혼났어? 하긴 흑표범은 흰 기린하고는 다르게 고리타분하기로 유명하니까.”


다람쥐가 '흰 기린'을 언급하자 사자의 눈이 번뜩였다. 지금 상황에서 자신들을 도와줄 만한 동물이 갑자기 생각난 것이다.


“다람쥐, 나한테 좋은 생각이 났어."


"뭔데?"


"흰 기린을 만나러 가보는 거야.”


"흰 기린은 왜?”


"흰 기린은 고리타분한 성격의 흑표범하고는 다르게 생각이 유연하다고 들었어. 흰 기린이라면 분명 공부와 관련해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거야.”


동물의 세계에는 질서와 생명을 상징하는 두 마리의 '오라클'이 존재하는데, 한 마리는 방금 만났던 흑표범이고 다른 한 마리는 동물 전체의 운명을 예측하는 역할을 하며 많은 동물들에게 신성한 존재로 불리는 흰 기린이다. 미래를 훤히 보고 있는 흰 기린이라면 분명 이 물건에 대해 그리고 동물들이 공부하는 것에 대해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2)


“왜 진작 그 생각을 못 했지? 내일 바로 흰 기린이 있는 다마라랜드(Damaraland)로 가보자.”  3)

사자가 스스로 생각해낸 아이디어 신이 났는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말했다

        


(주석)


1 아버지 사자의 말로 추측하건대 어머니 사자는 책을 읽을 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머니 사자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젊은 사자도 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머니 사자를 제외한 부계의 족보가 궁금하다면 <부록: 바바리 사자의 계보>를 참고하자. 


2 오라클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부록: 오라클은 누구인가?>를 참고하자.


다마라랜드(Damaraland)는 아프리카 서남부 나미비아의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곳이다. 이곳은 붉은색의 화강암 지대로 마치 화성에 있는 것 같은 척박한 풍경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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