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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  동물로 태어나서 공부는 무슨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by 스튜던트 비 Sep 05. 2024

 


"어떤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인지 질문한다.
하지만 나는 왜 그러면 안 되는지 질문했다."

- 파블로 피카소 -






까마귀, 앵무새, 코끼리, 돼지 등 머리가 좋기로 유명한 동물들이 한 교실에 모여 시험을 보고 있다. 동물들은 4지 선다형 문제를 풀며 깊이 몰두했고, 정적이 흐르는 교실에는 또각또각 연필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사자도 있었다. 그는 시험에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었고, 그 영향 때문인지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갈기까지 잔뜩 곤두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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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 오 분 전!”


시험 종료가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안내가 들리자, 사자는 미처 풀지 못한 문제들을 되짚으며 서둘러 답을 적기 시작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어떻게든 풀어볼 수 있었을 것 같은 문제들이 보였지만, 지금의 촉박한 상황에서는 그저 되는 대로 답을 표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사자는 아쉬움을 삼키며 연필을 내려놓고 두 앞발을 머리 위로 올렸다. 사자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니, 함께 시험을 본 동물들이 어딘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어 왠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쩌면 자신도 시험을 나쁘지 않게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확신을 갖고 답을 적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었지만, 그동안 공부한 덕분인지 지난 시험과는 달리 익숙하게 느껴지는 문제들도 많았었다. 


사자가 자신의 시험을 되새기고 있는 동안, 시험의 감독관인 고릴라가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 시험지를 걷으며 교실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곧 교탁 앞에 서더니 한동안 조용히 채점에 집중했다. 잠시 후, 채점을 마친 고릴라는 고개를 들었고, 이내 점수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앵무새 4점, 까마귀 4점, 돌고래 8점, 코끼리 8점... 그리고 이번 시험 1등은 세 문제를 맞혀 12점을 받은 사자야.”


예상보다 높은 점수를 받자, 사자가 앞발을 불끈 쥐며 소심하게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자 고릴라가 말을 이었다.


“수고들 했지만,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어. 인생 팁을 하나 주자면, 다음부터는 답을 4지 선다중 한 가지로 통일해서 찍어봐. 그러면 너희도 언젠가는 나처럼 25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집중력이 약한 너희들이 한 줄로 찍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야.”


고릴라가 말을 마치자마자, 앵무새가 사자에게 다가와 축하의 말을 건넸다.


“사자 축하해. 네가 정자세로 진득하게 앉아서 시험 보는 걸 보고, 이번엔 잘 볼 줄 알았어.”


앵무새가 사자에게 다가가 축하의 말을 건넸지만 사자의 표정은 어느새 떨떠름하게 변해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10점을 넘겨 1등을 했다는 발표에 신이 났었는데, "갈 길이 멀다"는 고릴라 말에 왠지 마음이 허탈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즐기면서 공부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던데, 내가 공부를 덜 좋아하는 걸까? 나는 분명 공부가 좋은데...”


"아무래도 시험에서 영장류보다 잘 보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아. 고릴라도 저렇게 대단한데, 인간은 이 시험 문제로 100점을 받았대."


"100점?"


사자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지식이라는 게 모조리 인간의 책에 담겨 있는데, 우리는 그걸 안 읽으나까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지. 아무튼 네가 12점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동물의 왕으로서 권위를 지킨 거라고 생각해. 다시 한번 축하해.”


"지식이 쓰인 책이라..."


앵무새의 말을 되뇌던 사자는 옆구리를 누군가가 쿡쿡 찌르는 느낌을 받았다. 찌르는 힘이 점점 강해지며 아파오기 시작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고, 옆을 돌아보니 자신의 친구인 다람쥐가 막대기로 열심히 자신을 찌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제야 사자는 다른 동물들과 함께 시험을 본 것도, 자신이 어렵게 10점을 넘겨 1등을 한 것도 모두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낮잠에서 깨어난 사자는 얼굴을 좌우로 털어낸 뒤, 다람쥐에게 자신이 꾼 꿈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다람쥐, 내가 꿈에서 시험을 봤는데 10점을 넘겼어."


"대단한데? 네가 공부에 관심이 많으니까 자꾸 그런 좋은 꿈을 꾸나 봐.”


다람쥐의 말을 들은 사자는 갑자기 자신의 소지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최근 발견해 보관하고 있던 인간의 물건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것은 사파리 여행을 온 인간들이 흘리고 간 것이었는데, 세렝게티 국립공원 관광 안내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책이었다.


“혹시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동물이 세상에 있을까?”


“글쎄, 인간 세계 주변에서 사는 동물들도 많이 있으니까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지."


다람쥐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던 사자는 무언가 떠오른 듯 혼잣말을 하였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아버지와의 면담 시간에 늦기 전에 들어가 봐야겠다. 그리고 이 책은 아버지에게 들키지 않게 여기 두고 가야지.”


사자는 다람쥐 앞에 책을 놓더니 아버지 사자를 만나기 위해 허둥지둥 그의 궁전으로 뛰어들어갔다. 1)

 


1) “아버지 사자의 궁전”(Lion’s Palace)은 이집트 악숨에 위치한다. 이곳은 에티오피아의 전설적인 여왕 시바의 비밀 별장이었다고 알려진 곳으로, 이제는 사람들에게 잊히고 동물들의 왕인 사자를 위한 궁전으로 쓰이고 있다.


악숨(Axum)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솔로몬 왕(King of Solomon, 아랍어로 슐레이만)과 시바의 여왕(Queen of Sheba)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메네리크(Menelik)가 건설하였다고 전해지는 에티오피아의 고대 왕국, 악숨 제국의 수도이다. 전설에 의하면 메네리크가 예루살렘에서 아버지 솔로몬왕을 만나고 돌아올 때, 그곳에 있던 언약궤(Ark of the Covenant)를 몰래 가져와 이곳에 보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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