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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던트 비 Sep 05. 2024

Chapter 1-2  동물 전용 GPT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이것 좀 봐. 여기 사파리 왔던 사람이 두고 간 핸드폰에 굉장히 특이한 앱이 있어."


낮잠을 자고 일어난 사자가 얼굴을 좌우로 털며 정신을 겨우 차렸을 때,  다람쥐는 어디선가 주워온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말했다. 하지만 사자는 다람쥐가 들고 온 스마트폰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신이 꾼 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다람쥐, 내가 꿈에서 시험을 봤는데 10점을 넘겼어..."


"아무리 꿈이라지만 대단한데?"


"그래... 아주 잠시이지만 기분이 묘했어."


"그런데 이 앱 좀 한번 봐봐. 너무 신기해."


다람쥐는 자신이 발견한 물건을 꼭 보여주고 싶었는지 다시금 스마트폰을 사자 앞에 꺼내었다.

그리고서는 그 스마트폰으로 길에서 주워 온 세렝게티 국립공원 관광 안내 팸플릿을 스캔하자, 세렝게티의 얼룩말과 가젤, 그리고 흰 꼬리 누의 무리가 언제 어디로 이동하는지 설명이 개로 짐작되는 동물의 음성으로 나왔다. 1) 놀랍게도 스마트폰이 팸플릿에 써져 있는 인간의 글자들을 동물의 언어로 번역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2)


"신기하지?"


어안이 벙벙해하는 사자에게 다람쥐가 말했다.


말도 안 되게 신기한 물건을 본 사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흘렀다. 설명이 개의 목소리로 나온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3), 어쨌거나 이 물건이 자신의 아득한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은 것이다.


"말도 안 돼...  그럼 그 앱을 활용하면 인간들의 책들도 읽을 수 있다는 얘기잖아. 어쩌면 동물들이 10점이 아니라 훨씬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될지 몰라.”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젊은 사자의 눈가에 순간적으로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이 신기한 물건을 당장이라도 동물 세계의 왕인 아버지 사자에게 가져가서 보여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사자가 인간 지식을 공부하는 것을 항상 반대해 온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혁신적인 물건을 보게 된다면 아버지 사자 또한 생각을 달리 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석)

세렝게티의 동물들은 매년 먹이와 물을 찾아 1,000km에 이르는 거리를 이동한다. 수백만 마리의 얼룩말, 가젤, 누, 그리고 포식 동물 그리고 이를 구경하기 위해 따라가는 사파리 관광객까지 모두가 함께 '대이동'(Great Migration)을 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2 동물전용 GPT가 더 궁금하다면, "부록: 동물전용 GPT는 누가 왜 만들었는가?"를 참고하자.

 

동물들은 ‘어디서 개가 짖나’라는 말을 할 정도로 "개"의 소리를 특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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