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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Jul 03. 2024

아, 여기 노키즈존이네

주말에 적적해서 수플레를 먹으러 멀리 다녀왔습니다. 날씨도 좋고, 다 먹고선 출발하기 전에 하늘도 볼 겸 한 바퀴 동네 산책도 했고요. 다시 가게문 앞으로 돌아오니 한 세네살 쯤 된 아이와 주말 산책 나온 젊은 부부가 지나갑니다.



"아 오빠, 좀 쉬었다 갈까?"

"어, 여기 카페 갈까?"

"어어! 수플레 맛있겠다. 


엇, 근데 여기 노키즈존이네."


아,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대문에 <No Kids>라고, 손글씨로 적어두었네요.





개인적인 의견을 먼저 밝히자면 저는 '노키즈존'을 미워합니다. 아니, 그 단어부터 싫어해요. 첫째로는 저출산으로 국가 비상 사태에 직면한 시국에 사회가 용인할 수나 있는 정책인가 싶은 마음이고, 둘째로는 타인을 멋대로 유형화하여 통채로 배척하는 그 몰인정한 태도을 제가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치과를 예로 들면 소아는 결코 병원 경영 측면에서 도움되는 사람은 아닙니다. 대부분 보험이 적용되는데 정부 수가는 택도 없이 낮게 잡혀있고, 입을 안 벌린다는 아이, 소리지르는 아이, 우는 아이, 뒤에서 하나라도 실수하면 꼬투리 잡을지도 모르는 부모님.... 


아이가 와앙- 하고 울기 시작하면 온 진료실은 시장통이 됩니다. 다른 체어에 계신 환자 분들이 '애들은 원래 저러면서 크는 거야~' 해주시면 감사하겠지만 어디 마음에 여유가 가득한 사람만 있는 세상이던가요.


음, 그렇다고 병원이 소아 진료를 싸잡아서 거부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전에 아이가 갑자기 고개를 흔드는 통에 제 손과 아이의 볼이 기구에 찔린 일이 있습니다. 심하진 않았는데 뒤에서 지켜보시던 부모님은 결국 데스크에 컴플레인을 하고 가셨더군요. 다행히 그런 한두 번의 사건으로 제가 소아를 기피하진 않지만, 속상했던 건 사실입니다. 


저는 아직 소아 진료를 꽤 좋아하거든요. 위생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원장님은 진료 밀려있을 때 좀 지쳐가시다가, 소아 진료를 들어갈 때는 오는 얼굴부터 너무 밝아져서 신기해요ㅋㅋㅋ”


딱히 소아가 전공은 아니지만 아무튼 전, 지금의 전 그렇습니다.


전 한 개인개인의 마음가짐을 다 믿지 않습니다. 저조차도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거나, 힘들게 진료를 마쳤는데 ‘원장님이 자꾸 애를 울려요’와 같은 컴플레인을 마주하게 된다면.... 과연 소아가 병원에 들어올 때 지금처럼 웃을 수 있을지 의문이거든요.


모르겠습니다, 저야 아직 식당을 해본 일도 없으니 사장님이 어떤 불편을 겪어왔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니 제도적으로 노키즈존은 멈춰야한다고 믿는 입장입니다. 노키즈존을 펼치는 영업장에 대해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거나 아이로 인한 불편을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정책. 소아에 대한 수가는 올려서, 소아외과와 산부인과는 수련하고 싶어서 안달난 시스템이 되어야합니다. 


어줍잖은 시스템 속에 개개인의 가치관과 능력으로, 미묘한 융통성으로 어떻게든 굴러가던 대한민국은, 이제 똑같은 방식으론 경쟁력이 없습니다.





수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던 마녀 사냥이, 어둡고 주술적이며 신에 모든 걸 의존하던 중세에 이뤄졌다고 생각하겠지만 본격적으로 '사냥'을 하기 시작한 건 1500년대 입니다. 


다빈치가  <비트루비우스 비례도>를 그리고, 미켈란젤로가 <피에타>를 조각한 15세기를 지나 하이 르네상스가 찬란하던 시기. 합리적인 이성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파고드는 인문학이 부활하던 그 시기에, 역사상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무의미한 이웃 살인이 이뤄진 겁니다. 


역사상 가장 전쟁과 범죄율이 낮고, 평균 수명은 늘고 직업 선택의 자유는 보장되어 합리적인 이성과 정확한 과학이 세상을 항상 윤택하게 발전시키고 있다고 믿는 요즘입니다.


다른 나라에 대한, 직업에 대한, 지역에 대한, 나이에 대한, 혹은 어떤 견해와 발언에 대한 멸시와 공격, 갈라치기가 횡행하는... 개인주의가 반(反)타인주의로 기능하는 또 하나의 요즘입니다.


저는 마녀사냥에 대해 생각합니다. 


우리는 과연 정말 합리적이고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가. 


우리는 정말 공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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