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불면
이번 심야에는
많은 표현보다
생략에 능숙해지기로 한다
지금부터 입 밖에 내는 건
소음이라 불릴 것이니
아침이 올 때까지
내 목을 잠그는 걸로
평화적인 타협안을 냈다
말도 뭣도 나오지 않으니
해열제를 입 안에 털어 넣고
꼴깍 삼키는 소리라도 내본다
조금만 더 기다려 봐
곧 잠에 들 테니
아침이 오고
목소리가 돌아오면 말해주자꾸나
불면의 밤이여 안녕-
주문을 외우듯 천천히
불면의 밤이여 안녕-
불면의 밤이여 안녕-
불면의 밤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