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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유히유영 Oct 14. 2021

자동차만 사면 다 될 줄 알았지...

많은 추억이 담긴 첫 집을 떠나다

송파구 삼전동에서 산지 2년이 지났다. 재계약의 시점은 다가오고, 우린 당연히 재계약을 선택하리라 생각했다. 집주인도 같은 가격에 재계약해도 괜찮다는 입장이었으니, 고민했다고 하면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무슨 고민을 했느냐고? 바로, 우리가 꿈꾸었던 전원생활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집값은 그리 비싸지 않았다. 지금은 꿈도 못 꿀 가격이다. 송파구 상가주택 전셋값이 1억 3000만 원 정도 나갈 때였다. 지금은 이 가격에 옥탑방도 구하기 힘들다. 이런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던 우리는 지금 사는 곳보다 좀 더 넓고, 주변에 산책로나 공원이 가까이 있는 조용한 경기도 외곽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그땐 서울의 편리한 교통보다 여유있는 경기도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때 아파트를 샀어야...ㅠㅠ)


우리가 구매했던 첫차와 실제 연비


결정을 내리고, 서둘러 자동차를 샀다. 집도 보러 다녀야 하고, 경기도로 이주했을 경우 출퇴근에도 용이하리라는 판단이었다. 당시 아내는 맹장 수술로 입원한 중이었다. 나는 우리 첫차가 될 ‘프리우스’에 대해 아내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와 아내를 만족하게 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괴물같은 연비! 2014년 당시 프리우스만 한 연비의 차는 없었다.


한 달 정도 기다려 프리우스를 받았다. 우리는 그 차로 세상 어디라도 달려갈 기세였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현실은 내가 운전 연수를 받은지 얼마 안 된 때였다. 처음에는 당연히 자동차로 여기저기 가지 못했다. 새 차가 집에 막 도착했을 당시 해외출장 중이었던 아내는 “오빠가 차를 몰고 인천공항으로 올 줄 알았다”고 말했지만, 공항까지 운전하기엔 난 너무 초보라 그럴 수 없었다. 초보운전을 벗어나기 위해 1년 동안 열심히 운전해야 했다. 


할부였지만, 차도 있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경기권에서의 삶을 준비하기로 했다. 차만 있으면 다 되는줄 알았는데, 어머니가 제동을 걸었다. 한적한 시골 동네를 알아보던 우리에게 일단 멈춰 보라고 했다. 당시 어머니 눈에는 주변에 공장 부지가 있는 집을 알아보던 우리가 못 미더우셨나 보다. 


나의 불만은 하늘에 닿을 정도로 쌓였다. 어머니와 여러 번 의견 충돌을 거쳤다. 어머니는 서울을 벗어나려는 우리의 결정을 좋아하지 않으셨다. “너희는 서울에서만 자라서 잘 몰라. 서울 떠나면 불편이 상당할 텐데 괜찮겠니?” 아내는 그 말에 살짝 흔들렸다. 나는 어머니의 걱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철이 없었다. 결국 우리 부부, 어머니의 의견까지 취합해서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신도시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 시절 이제 막 뜨기 시작한 남양주시 별내동이 바로 그곳이었다. 


우리가 이사 전에 방문했을 때(왼쪽)와 우리가 갓 이사하고 텅 빈 집(오른쪽)


부동산을 통해 몇몇 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내는 처음 방문한 집을 마음에 들어 했다. 집 주변에 불암산으로 가는 길이 있고, 무엇보다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어 좋았다. 완전한 전원 느낌은 아니었지만, 삼전동에 있는 집보다는 훨씬 덜 복잡하고 고즈넉한 느낌이 좋았다. 게다가 아내의 로망이었던 복층 집이었다. 결국 우리는 그 복층 빌라를 전세 1억 5000만 원에 계약하기로 결정했다. 어머니도 설득했고, 날짜만 잡으면 되었다.


이사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부동산에 가서 도장 찍고, 전세 관련 대출도 받고, 처음 하는 이사라 신경 쓸 게 많았다. 이사하는 분들도 고생했다. 책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거치며 전공한 서적뿐 아니라, 관심 분야의 책까지 삼전동 집 한쪽 벽면을 다 책으로 채웠었다. 겨우겨우 이사는 무사히 마쳤다.


이삿날에는 짐을 대충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집이 갑자기 넓어져 공간이 많이 비었으니, 채우러 다녀야 했다. 우선 거실부터 횡 하니 비었다. TV장도, 소파도 다 사야 했다. 짐을 옮겼다고 이사가 끝난 게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고양이들 화장실도 바꿔줘야 한다. 이사와 동시에 본격적인 쇼핑이 시작됐다. 자동차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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