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8번 이사했는데, 이해할까?
때는 2013년 11월. 7개월 된 고양이 리앙이가 우리에게 왔다. 내가 아내에게 조르고 조른 결과였다. 나는 리앙이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했다. 마치 그 장면을 위해 살아온 느낌이 들었다. 내 인생의 10장면을 꼽는다면 그 안에 들어갈, 그런 날이었다. 그리고 9개월 후, 랭이가 우리를 찾아왔다. 구조된 랭이를 모시러 분당까지 달려가던 택시 안에서 여러 생각을 하던 시간이 지금도 선명하다. 무척 설레던 시간이었다.
두 고양이가 우리 집에 온 뒤로 일상이 바뀌었다. 대표적으로 우리 꿈은 자동차로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꿈만 꾸던 우리에게 자동차도 생기고 많은 일정이 세워졌다. 그런데 고양이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는 아무리 길어도 4일 이상 집을 비우지 않는다. 해외여행을 가도, 출장을 떠나도 우리는 최대 3박 4일로 떠난다. 그 이상 출장이 잡힐 일정이면, 집에 하루는 꼭 집에 들른다. 그러니 자동차로 떠나는 최대 목표는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후로 일정을 아주 많이 늦추었다. 지금도 아내가 물어본다.
“오빠, 우리 자동차로 유럽 여행 갈 수 있을까?
“갈 수 있지. 10년 뒤에 떠나자.”
대답하면서 아이들이 떠날 날이 대략 10년 남았다고 생각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낸다는 말은 ‘나보다 먼저 떠날 가능성이 높은 존재와 지낸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렇지 않아도 친구 집에서 살던 2살 고양이도 선천적 심장 질환으로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런 존재와 함께 8년 정도 함께 살았으니 감사해야 하지만, 내 짝사랑이 너무 강하다 보니 가끔 꾸는 악몽이 아이들이 갑자기 죽는 꿈이다. 하여튼, 우리 부부는 너무 끔찍하게 두 고양이를 아낀다. 하긴, 고양이를 키우면서 아닌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종종 고양이가 부부싸움의 원인으로 떠오른다. 아내는 아주 조금 깔끔한 편이다. 특히 집 청소에 열을 낸다.(사무실에서는 가장 지저분하다는 전설이 있지만.) 아이맥 근처에 고양이가 오면 우선 난리가 난다. 주로 리앙이가 올라오는데 그럼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어떻게든 내려오기를 바란다. 때론 나를 불러 고양이를 내려놓으라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나는 웃으며, “아껴주라”고 얘기한다. 그러면 아내는 화를 내기 시작한다. 자기가 고양이를 안 아낀다는 의미냐며 말이다.
이런 싸움을 하며 지낸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벌써 6년 이상, 그런 시간을 보내며 지냈다. 아직도 싸우는 양태가 변하지 않았으니, 고양이들이 어디 아파서 병원에 가거나 크게 다친 경험이 없다. 어찌 보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처음 고양이를 맞이한 날, 우리가 했던 부탁을 잘 지키는 모습이 대견스럽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부탁했다. “부디 건강하게만 지내다오. 우리는 네가 외롭지 않게 옆에 있을 테니.”
그렇게 9년 동안 8번 이사를 했다.(최근 이사를 한 번 했다.) 아이들에게 참 미안한 일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공간에서 영역을 이루며 사는 동물인데, 우리 아이들은 9년 동안 8번이나 장소를 옮겼으니. 이사한 공간에서 적응하고 자신만의 장소를 만드는데 상당한 에너지를 쏟았을 터이다. 사실 이번 이사를 하면서도 나는 우리 고양이들을 가장 많이 신경이 쓰였다. 아이들을 이동하면서도 계속 미안해했다. 우리는 고양이와 함께 지내면 안 되는 사람이 아닌가를 많이 고민했다. 그러나 어쩌랴.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 그대로인데.
이제 고양이들도 잘 정착한 느낌이다. 좁은 집에서도 자기 자리를 만들고, 추위가 닥치니 추위를 피해 도망갈 장소도 정했다. 뭐, 그렇게 정하기를 8년째다. 하긴 이 아이들은 이사가 더 익숙하려나. 새로운 장소로 떠나는 인간들과 지내는 감정이 궁금하다. 우리 부부는 우리 아이들을 보며 가끔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 냥이들을 이사를 자주 다니며, 어떤 생각일까? 우리를 보며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아냐, 우리 부부와 함께 이야기하니 이해하지 않을까.”
아내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 냥이들은 우리를 잘 이해하는 편이다. 어쩌면 우리를 그대로 받아주는 존재는 이 아이들뿐일지 모른다. 부모님과 가족들 모두 이해하지 못하지만, 냥이들은 이해해 주는 느낌이 든다. 우리 곁에서 힘을 주는,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존재가 고양이니까. 그래도 오늘도 아내는 리앙이에게 ‘저리 가라’고 소리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