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보다 뜨거운 것

by 수담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다." - 엘리 위젤


우리는
싸웠다.


크게
싸웠다.


소리를 지르고
문을 쾅 닫고
연락을 끊었다.


친구가 물었다.

"이제 끝인 거야?"


나는 대답했다.

"아니.
우리 싸우는 거야."


친구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싸운다는 건

아직 사랑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엘리 위젤은 옳았다.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증오는
뜨겁다.


화가 나고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그건 여전히
감정이다.


무관심은
차갑다.


화도 안 나고
소리도 안 지르고
눈물도 안 난다.


그냥

아무렇지 않다.


그게

진짜

끝이다.


내가 정말
무서워하는 건


네가
나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네가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다.


"미워해도 괜찮아.
그냥 신경 써줘."


이상한
말처럼
들리지만


진심이다.


미움도

사랑의

한 형태니까.


네가
화를 낸다는 건


네가
여전히
나를 신경 쓴다는 뜻이다.


네가
실망한다는 건


네가
여전히
나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네가
울면서
소리를 지른다는 건


네가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네가
무관심하다면


내가
뭘 해도
상관없다는 뜻이고


내가
어디 있든
관심 없다는 뜻이고


내가
누구를 만나든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다.


그게

진짜

무섭다.


엣 연인을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안녕."


무표정하게
인사했다.


웃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갔다.


그 순간
알았다.


진짜 끝났구나.


감정이
없었다.


보고 싶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고


그냥
아무렇지 않았다.


무관심.


이게
사랑의
진짜 반대였다.


화를 낸다는 건
아직 기대한다는 뜻이고


실망한다는 건
아직 믿는다는 뜻이고


소리를 지른다는 건

아직 들려주고 싶다는 뜻이다.


진짜
무서운 건


조용해지는 거다.


싸우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고

그냥

말이 없어지는 것.


"뭐 하고 있어?"
"응, 아무거나."


"어디 갔다 와?"
"응, 그냥."


"오늘 어땠어?"
"그냥 그랬어."


이게

무관심이다.


그래서


나는
네가
화내는 게
좋다.


네가
소리를 지르고
문을 쾅 닫는 게


네가
무표정하게
"응"이라고 대답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왜냐하면


전자는
여전히
뜨겁지만


후자는

이미
식었으니까.


사랑과 미움은


동전의

양면이다.


둘 다

뜨겁다.

둘 다

격렬하다.

둘 다

살아있다.


하지만
무관심은


동전

자체가

없는 것이다.


엘리 위젤이
말했듯이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우리가
계속
싸우기를.


화내고
실망하고
소리 지르기를.


왜냐하면


그게
우리가
아직
서로를
사랑한다는
증거니까.


무관심해지는 날


그날이
진짜 끝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뜨겁다.


싸우고 있으니까.

화내고 있으니까.

관심 있으니까.


그리고


그게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