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시선에 그저 예쁘게 치장한 모습은 진짜가 아니다. 핑크 물 안경을 끼고 튜브를 타고 있는 첫째 딸, 그 옆으로 둘째아들을 사랑스럽게 보살피는 아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엄마. 네 가족의 수영장 풍경은 결코 화려하지도 않지만 꾸밈없는 순수 그 자체의 일상이다. 그 순간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사랑이 담겨 있어서가 아닐까. 엄마의 몸매가 S라인인것도 비키니를 입고 자태를 뽐내는 것도 아니었다. 엄마로서 아들 딸 그리고 남편을 온몸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아름답다. 그런 엄마의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사랑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자식들에게도 결코 변치 않는 유산을 물려줄 것이다. 사랑과 보살핌을 말이다.
나는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한 젊은 트로트 가수가 요즘 인기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탓에 자신은 건강하게 오래도록 자식과 함께 하리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의 휴대전화 노트에는 자식에게 어떤 아빠가 될 것인지 생각나는 대로 적어 두고 있다고 했다. 나도 한 때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 그 가수처럼 적은 적이 있다.
ㆍ칭찬으로 성취감 맛보게하기
ㆍ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거라고 격려해주기
ㆍ응원을 통해 할수있다는 자신감 높여주기
현실은 그 약속을 지키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아이가 12개월이 될 때까지 부단히도 노력했던 것 같다. 말 못하는 아이의 투정과 울음을 다 받아주었고 내 몸이 힘든 것도 모른 채 다독여주었다. 그런데 더는 버티기 힘든 때가 도달했다. 내가 적은 그 실천약속이 자기계발서나 육아서에 나오는 보기좋은 이론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정성이 결여된 꼭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어떻게 해야한다는 행동적 관점이 아닌 보다 크고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았다.
내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관점을 '부모'가 아닌 '아이'에게 맞추었다. '나'가 아닌 '너'에 시선을 두니 써내려가던 팬이 멈춰섰다. 쉽게 답을 낼 수 없는 삶의 가치관과도 연결되는 내용이었다. 생각에 잠겼다. 유산. 그것은 물질적인 것을 뛰어넘어 부모가 가진 생각과 방향, 삶을 가꾸고 이루어 나가는 방식에 대한 모든 것일 수 있다.
돈과 명예는 쉽게 물려줄 수 있다.
그러나 오래갈 수 없다.
오히려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행복은 어디로부터 비롯되는지, 힘들고 어려운 일은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하는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있어 소중한 건 무엇인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의 고차원적이고 지속적인 질문을 물려주고 싶었다. 그 길을 헤쳐나가는 여정을 함께하는 것이 ‘부모’란 생각에 도달했다. 결국 답은 ‘내 안’에 있다. 그 것은 나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부모이기 전에 나 스스로 주체적이고 긍정적이며 자주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내 아이가 보고 자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생각했다.
문지혁 작가의 소설 <비블리온>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준 유산이 바로 '자신'인 것처럼 '내면'은 인간을 이루는 중요한 '가치'이다. 그래서 나 스스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정확히 얼마의 기간이 걸렸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시작은 2017년 12월이었다. 그리고 완성했다. 다시 읽어도 참 잘 만든 수제 정장처럼 딸의 아들, 딸, 손주, 손녀에게까지 고스란히 되물림되기를 바란다. 색이 바래고 단추가 떨어지고 소매가 닳을지라도 옷감의 형태는 결코 무너지지 않으리라. 삶의 본질을 사랑하고 인생을 찬양하는 그대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