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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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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REE Oct 13. 2016

파도타기

어쩌면. 어쩌다 보면

어쩌다가. 어쩌다, 어쩌다 보면, 어찌하다가... 지금의 내 모습이 되었을까.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고,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가끔 샤워를 할 때 거울을 통해 보는 내 모습이 낯설 때가 있다. 

내가 이렇게 생겼었나. 내 눈이 이렇게 생겼었나. 내 이마에 이렇게 주름이 많았었나.

거울을 자주 보지 못하는 나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다른 이들도 그런 것일까.



요즘 매우 예민했고, 예민하다. 

세상의 모든 피해는 내가 보는 것 마냥 힘들어했고, 이렇게 힘들어하는 내 자신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한탄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지.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아등바등 살아야 하지.


포기하고 싶었다. 그냥 팟캐스트 틀어놓고 중얼거리는 휴대폰에서 점점 멀어져 버리면서 잠들고 싶었다.

그런 상상을 하다가.


"어쩌면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의 모습으로 예전의 나의 모습으로... 순진했던 그때로


투박하고 서툴지만 아름다웠던 그때가 그립다.

능숙하고 예리하지만 텁텁한 지금 보다 그때가 그립다.


항상 과거를 먹고 자라는 현재처럼 

나는 과거를 먹고 싶었고 더 나아가 과거로 태어나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과거에 남고 싶었다.


어쩌면 나는 과거에 계속 지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계속 아등바등 거리고 성장하는 나를 모른척하고 싶어 하고 변하는 나를 외면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싫다. 그때가 바로 



                                                        " 너 변했어. "


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싫다.


어쩌면 내가 변하는 모습이 변한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변하는 게 좋았는데 성장하는 내 모습이 좋았는데

어쩌면 내가 바뀌는 모습이 변한지도 모른다. 불변하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이 맴도는데




너 변했어.

나에게는 마치 단두대 같은 말.

모두 변해

나에게는 마치 핑계로 들리는 말.

변하는게 당연해 그래서 이렇게 행동하는 건 더더욱 당연

어쩌면 자기자신을 합리화 시키는 핑계같은 자신을 단두대 위에 올려 놓는 말.


안변해.

어쩌면 이 말을 듣고 싶어하고 이 말을 들으면 변하고 싶어하는 나 자신이 모순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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