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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련 이다겸 Feb 21. 2022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이 오는 길목에서~


                                                            

  3월은 향긋한 봄을 알린다. 밤사이 내린 비로 봄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상큼한 공기를 벗 삼아 여명黎明을 따라나선다.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과 몸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황량하고 스산한 겨울을 보낸 나무들과 교감을 하고, 호젓한 숲길을 거닐며 봄 정취를 담아 본다. 산책길 초입에 우뚝 서있는 목련도 꽃망울을 머금었다. 

   연두 빛 촉은 희망을 노래할 준비가 되어 있다. 뺨이 에이는 쓰라린 추위를 보내고 봄이 주는 기다림의 미학을 생각한다. 봄을 맞는 나는 집안 구석구석 묵혀 두었던 먼지를 훌훌 털어 내었다. 그리고 그린 식탁보로 치장을 하며 산뜻한 봄나물로 차려질 맛난 식탁을 그려본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봄노래로 마음도 활짝 열었다.     

  홍매화가 이른 봄 꽃 봉오리를 피운다. 목련, 홍매화 , 진달래 등 봄 꽃 들은 짧고 단아한 모습만 남긴 채 떠남이 아쉽다. 

  어느 해 봄날 엄마랑 단둘이 원동에 있는 홍매화를 만나러 갔다. 활짝 핀 매화 군락지를 눈과 마음에 담으며 봄과 인생에 대해 담소를 나누었다. “딸이 있어 참 좋다. 딸은 영원한 엄마 친구란다 ”하며 살며시 손을 잡으며 사랑을 표현하셨다. 

 감성이 남달랐던 엄마였다. 정원에 화려한 영산홍 분홍빛 꽃들과 철쭉 등 파릇한 싹이 돋는 나무들을 많이 키웠다. 이웃 사람들은 정원에 있는 꽃들을 즐기러 와 정겹게 다담茶談도 나누었다. 일요일 아침 마당에서 결혼한 언니 가족과 탁구를 치고 있었다. “오늘 탁구 게임에서 진 사람은 아침밥 없다.”하고 웃으시며 엄마는 엄포를 놓고 들어 갔다. 승부욕이 강한 동생과 팀이 되어 아침밥 못 먹을까 혼신의 힘을 다했던 추억이 아련하다. 


  딸은 아직도 천생 여자였던 달콤한 엄마 향이 그립다. 행복과 슬픔을 토로하면서 이제는 조금씩 무디어 가는 지난날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홍매화가 만개한 봄 하늘 아래서 연분홍과 순백의 자태를 지닌 꽃을 보러 가야겠다. 엄마와 친구랑 수다를 떨며 온전한 봄날 하루를 꽃 속에 묻히고 싶다.      

  봄 내음이 향기로운 숲 속 오솔길에 참새들의 지저귐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전율이 흐른다.

참새의 지저귐도 봄을 맞으려는지 분주하고 유난히 시끄럽다.

“짹 짹 짹” 새들의 대화는 수다스럽게 와닿지만 다정다감한 엄마와 딸 모습 같다.

좀처럼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아침 산책길 사람들과 만남도 이어지리라. 질펀한 땅이 마를 즈음 맨발 걷기도 시작된다. 헤아릴 수 있을 만큼 추웠던 산책길 사람들과 이제는 초록빛 봄 인사를 나눈다. 봄을 즐기려고 오는 많은 사람들과 해후邂逅를 하며 봄의 찬란한 아침이 열릴 것이다. 곁가지 나무에 연두 빛 새싹이 “쏙 쏙” 고개를 내미는 아름다운 봄의 향연이 펼쳐질 날을 기다린다. 하루가 다르게 짙어오는 봄 햇살의 따사로움을 낮 시간 온몸으로 느끼며 봄을 만끽한다. 

     

  봄의 새벽은 어느새 환한 빛으로 반가움을 더한다. 

나는 여린 봄을 맞을 준비에  바쁘다. 매일 걷는 정겨운 오솔길도 봄 향기로 채워지겠지..  

소나무 군락지를 걸으며 상큼한 솔 향을 가슴 깊숙이 흡수해 본다.

봄이 오는 길목, 자연과 대지는  서서히 연두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 이 글을 썼던 3년 전 3월이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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