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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련 이다겸 Apr 27. 2022

숲길은 스토리텔링

숲길은 스토리텔링~~

(암마이봉 687.3m를 오르다.)     

                                                                       


   싱그러움이 그립다. 다채롭게 변하는 나무들은 나를 산으로 오라 한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새봄에 만남을 기뻐하고 초록 잎들이 고개를 내민다. 산도 꽃도 나도 맘껏 초록을 즐길 준비가 되었다.

   마이산, 암벽으로 된 바위 암마이봉 (687.3m)은 두 봉우리의 모양이 말의 귀처럼 생겨 마이산라고 한다.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의 경계에 있는 두 바위 봉우리로 동봉(수마이산)과 서봉(암마이산)으로 나뉘어 있다. 풍화혈風化穴이 발달해 학술적 가치가 높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승지이기도 하다.  

   

  암마이봉의 거대함을 만나러 간다. 멀리 있는 유명산은 혼자 오를 수 없어 전문 산악회를 동행해야 하는 장. 단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지만 모든 책임은 스스로가 져야 한다. 높은 산을 오를 때는 서로 힘이 된다. 큰 바윗돌을 딛고 오를 때, 암릉을 걸을 때 도움을 주고받는다.


  첫 1km는 가벼운 워밍업이다. 함께 동행하는 사람들도 첫 얼마의 거리는 “휴~” 하는 가벼운 숨이 흘러나온다. 산을 오르면 상큼한 숲길과 큰 나무들 그늘이 힐링을 준다. 얼굴과 팔에 스치는 나뭇잎들의 인사가 정겹다. 멧새들의 지저귐도 맑은 공기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짙은 녹색의 싱그러움이 와닿고, 따사로운 햇살로 온 몸이 땀으로 젖어들었다. 평소에 쌓인 노폐물의 분출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오름 내림의 굴곡이 반복되는 길이다. 암릉과 비탈길의 경사는 몸을 힘들게 한다. 

   급경사는 다리와 팔을 혹사시켰다. 돌 위에 튼튼한 쇠파이프로 된 손잡이를 만들어 준 사람들한테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런 걸 두고 유격훈련이라고 하나 보다.    작은 봉우리에 올랐다. 우뚝 솟아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멀리 보이는 암마이봉이 목적지다. 아스라이 멀어 보이는 우아한 자태를 향해 걸어야 하는 생각에, 어제 무리하고 몸이 피로한 탓인지 지겨움이 엄습해 온다. 뒤돌아 갈 수도 없다.


   능선을 타는 산행이다. 높이 올라가 사방을 살핀다. 넓게 펼쳐진 먼 산과 논밭이 하늘과 어우러진 진초록이 일품이 되어 시야를 채운다. 시원한 바람은 산을 올라온 보람과 쾌감을 늘여준다. 옛날에는 산에 오르면 멀리서 “야호”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럼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호야”하고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난다. 메아리는 서로의 관심과 배려다. 요즈음은 산행 길 만나는 사람들과는 “반갑습니다.” 또는 “고지까지 얼마나 거리가 남았나요.”등 가벼운 인사를 나눈다. 


  얼굴에 감기는 초록 바람이 좋아 마냥 걷는다. 때 묻지 않은 풍경의 일렁임도 좋다. 편안한 B코스 택할 걸 하는 후회도 살짝 되었지만 땀방울은 주말의 행복을 준다. 동행하는 사람들도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사진 찍기 싫어하는 나에게 포즈 취해 보라고 한 마디씩 한다. 누군가 폼 잡고 서면 “이렇게 서라, 저렇게 하면 더 배경이 멋지다.”라는 말도 힘든 산행 길에, 낯선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카타르시스다. 

  첫 선두는 능선 정상에 올라 휴식을 취한다. 물을 마시며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도 즐기고, 다음 사람들을 기다린다. 후진들이 오면 간단한 담소를 나누고, 자리를 비켜준다. 뒷사람과 동행인에 대한 배려이다.      

  몇 시간을 걸었다. 걸어온 능선을  바라보니 내가 대견하다. 숲 속에 커다란 암릉이 자리하고 있다. 저 바위 위를 걷고 숲길,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 상큼한 바람, 하늘과 친구 하며 즐겁게 왔다. 암릉도 많았지만 숲길도 많았던 오늘 산을 잘 이겨 내었다.

  거대한 도도함이 흐르는 암산 암마이봉이다. 아랫부분 바위를 만져 보았다. 어느 바위와 다를 바 없다. 아래를 보니 증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암마이봉 오름을 작은 막대에 산악회 표적을(시그널) 걸어 두었다. 수백 개의 표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취가 느껴졌다. 거대한 바위를 돌고 돌아 나무계단을 한발 두발 드디어 정상에 닿았다. 계단이 없을 때는 위험 수위도 높았을 것 같다. 수마이봉은 암마이봉을 애절하게 바라보고 있는 듯 쓸쓸해 보였다. 암수바위인데...     

   정상을 향한 여정이 끝났다. 정상에서 우리는 눈빛 하나로 서로의 힘든 마음을 다독여 준다. 미세먼지 한 점 없는 공기로 정화를 하고, 인증 숏을 남긴다. 힘들고 불편함을 감수할 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첫 만남의 사람들과 스스로의 선택으로 생명의 숲을 걸으며, 작은 행복을 나눈 소확행小確幸이라 이름 짓는다. 초록 향을 음미하며 한 폭의 수채화를 만나고 햇살 길, 숲길, 사람길이 어우러진 싱그러움을 듬뿍 담은 약 12km, 7시간을 즐긴 하루였다. 파아란 하늘에서 쏟아지는 구름이 내 얼굴 위로 내려와 아름다운 꿈을 꾸는 듯했다. 숲의 노래를 듣는 스토리텔링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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