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련 이다겸 Aug 01. 2022

소확행小確幸     
(상추)


                                         이다겸          

    상추가 식탁에 상큼한 여름을 연다. 햇살을 따라 찾아온 여린 잎이다. 온실에서 가꾼 갖가지 채소를 사계절 풍성하게 먹는다. 상추는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특히 샐러드용으로 소스와 곁들인 상추 맛은 일품이다. 종류도 다양해 ‘결구상추’는 식감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아삭아삭한 맛으로 모든 식재료와 짝을 이룬다. 잎에 윤기가 흐르고, 검은색 반점이나 상처가 없는 것이 건강한 상추다. 

 집 옆에 텃밭이 있다. 2-3평 밭에 상추와 방울토마토, 무를 심었다. 키울 줄 몰라 공부도 하고 옆 텃밭 지인한테 물어보며 재미있게 키운다. 새벽에 일어나 물을 준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낮에는 축 늘어져 있는 또 다른 풍경을 접한다. 방울토마토 몇 그루는 계속 열려서, 여름 내내 탱글탱글하고 신선, 달콤한 향을 맛본다. 상추는 겉잎을 뜯어도 돋아나는 잎들은 이웃과 나누어 먹는다. 상추 키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계절이 바뀔 때는 무엇을 심어야 하나 생각을 하며 작은 행복을 함께 한다.


  밀양에 지인이 시골집을 구입했다.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나에게 전해 주라고 아파트 경비실에 맡겼다. 경비실에서 다른 사람한테 전달을 해서 받은 사람이 전화가 와서 알았다고 한다. 미안하다고 하는 경비실에 ‘누구든 맛있게 먹으면 된다.’고 했지만 싱싱한 상추 잎이 그려지면서 아까웠다. 한 주가 지나 지인은 주말에 밀양을 다녀왔다고 퇴근 후 만나자고 전화가 왔다. 업무상 일이 생겨 만날 수가 없었다. 상추를 시골에서 깨끗이 씻어 와 그날 먹지 않으면 상한다고 해서 밀양 상추와 인연이 없나 보다 하고 잊어버렸다. 

  두 주 지난날 상추를 깨끗이 씻어서 그릇에 담고 일부는 흰 봉지에 채소를 담아왔다. 맑은 청정지역 물에서 씻었다. 고 하며 맛있게 먹어라 는 말을 남긴다. 벌레 먹은 케일 잎, 쑥갓, 부드러운 깻잎, 상추는 색깔별로 몇 종류가 있다. 갖가지 채소를 보며 키운 정성과 땀방울이 그려졌다. 밀양에서 가져온 갖가지 쌈 채소를  백색 도자기 그릇에 색깔을 맞추어 담았다. 삼겹살 몇 점 굽고, 양파, 마늘, 큰 고추, 잡곡밥을 식탁에 놓으니 진수성찬이다. 상추에 삼겹살을 얹어 싸 먹으니 이웃의 정겨움이 스멀스멀 다가온다. 평소에도 즐겨 먹는 상추다. 이웃과 나누어 먹으려니 상추에 욕심이 생겨서 혼자 몇 번으로 나누어 먹었다.


  엄마 생각이 난다. 육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채식주의자인 아버지 입맛에 맞춘 식탁에는 고기 없어도 여름에는 상추와 호박잎으로 식탁이 풍성했다. 상추 잎과 잔 파를 몇 등분으로 해서 통깨와 고춧가루, 참기름 듬뿍 넣어서 겉절이를 해서 자주 먹었다. 자랄 때 환경 탓이었는지 지금도 장바구니에는 상추를 빠트리지 않는다. 두부도 상추에 싸서 즐겨 먹는다.     

  밀양 집은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갖추었으리라는 상상이 된다. 이웃과도 서로 상부상조하며 잘 지내고, 손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재능기부로 이웃들에게 나무로 된 문패를 만들어 동네 주민들 가가호호 걸어 주니 집을 드나들 때 기분이 좋다고 하며 농사지은 갖가지 선물이 들어온다고 한다. 마을 이름도 동네 분들과 의논해 ‘산 위에 마을’ 이란 간판을 새겨서 입구에 걸린 사진을 보여 주었다. 매스컴에서 귀농하고 싶은 사람들이 시골에 사는 토착민들과 갈등을 지적하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았다.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로 낯선 사람들과 정겨운 이웃이 되기까지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많이 해 손가락과 팔이 아프다고 한다. 부지런함을 누가 당하랴, 사계절 텃밭에 심는 종류가  달라 빈 땅을 보면 욕심이 생겨 일을 하니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관절 마디와 아킬레스에 무리가 가서 정형외과 치료도 받고 있다.     

   매일 뜨고 지는 해처럼 별 다른 일상이 있을까, 자연에서 맘껏 누리는 소소한 행복이 부럽다. 상큼한 공기와 밤하늘 별빛들, 전원생활하는 아름다움을 하룻밤 함께 나누고 싶다.       요즈음 일상에서 우리에게 격려 말로 소확행小確幸이 회자가 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시골 생활을 맘껏 즐기고 있는 밀양 집 소확행小確幸이 전해져 온다. 여름이 머물고 가을이 오기 전 삼겹살에 상추 싸서 밥 한 숟갈 먹는 풍성한 파티를 즐겨야겠다. 따뜻한 차향과 자연을 닮은 부부와 담소 나누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세상 소음 털어내고 한 걸음 옮기면 숲, 걷는 길은 흙 길, 시골에서 아무 생각 없이 푸르 럼을 친구 삼아, 시끄러운 일상을 떠나 쉼을 하고 싶다. 내 마음은 벌써 산언저리 시골집에 도착해 있다.    

이전 13화 숲길은 스토리텔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