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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Apr 11. 2024

2023년 12월 5일 씩씩이
방광암 투병기

투병을 통해 보는 아름다운 세상

시츄는 식탐이 남다르다. 하지만 이제 씩씩이는 밥을 먹지 못한다.


밥을 먹지 못하는 녀석이 안타까워 어떻게든, 무엇이든 먹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강아지 간식을 한 가득 주문했다. 여러 간식을 번갈아 손에 올려 놓고 녀석에게 냄새를 맡게 한 후 반응이 없는 간식은(바로 고개를 휙 돌려버림) 바로 탈락! 그나마 코를 갖다 대며 냄새를 맡는 간식은 먹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씩씩이의 입맛을 자극할 간식을 선별하여 손바닥 위에 하나씩 번갈아 올려 준다. 고맙게도 그 중 입맛이 당기는 것이 있으면 조금씩 먹고 있다.


소변이 기저귀에 지속적으로 새는 만큼 갈증도 심해지는듯 하다.

하지만 씩씩이는 몸을 일이켜 물통까지 걸어갈 힘 조차 없어 보인다. 그런 녀석을 품에 안아 틈 날때 마다 물통이 놓여진 거실 지점까지 데려다 준다.

탈수 직전의 상태였는지 허겁지겁 물을 먹는 녀석.


밤에는 얕은 숨을 빠르게 몰아 쉬기를 반복한다.

밤마다 씩씩이에게 공급되는 생명의 호흡을 누군가 예의주시 지켜보며 언제 거둬갈까 고심하는듯 하다.


나는 최대한 씩씩이 앞에서 슬퍼하지 않으려 한다.

엄마가 슬퍼하면 녀석이 편히 떠나지 못할것 같다.

그저 너무 사랑하고 고마웠고 함께한 9년 동안 정말 행복했다고 말해준다.


모든 것이 최악인 상황에서도 녀석과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나간다.

산책하는 동안은 생사의 기로에 위태롭게 놓인 아이 같지가 않다.

여전히 씩씩이는 꼬리를 말아올린 채 곳곳에 흔적을 남긴 친구들의 냄새를 맡으며 신나게 걷는다.

산책은 녀석에게 통증을 잊게하는 도파민. 엔돌핀이 나오는듯 하다.

씩씩이의 기운이 허락하는 날까지 산책을 나가야겠다 다짐한다.


녀석이 지구별의 아름다운 풍경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모두 추억으로 담아갔으면 한다.


엄마와 함께 걸었던 우이천의 벚꽃길. 초안산의 울창한 숲길과 새소리. 갖가지 예쁜 봄꽃들이 가득했던 중랑천의 예쁜 정원. 첫눈을 맞으며 소복히 쌓였던 눈 밭을 걸었던 기억.


'씩씩아, 엄마 봐봐. 까꿍~~~'

날쌘 발걸음으로 신나게 앞지르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수시로 불러댔던 엄마의 들뜬 목소리.


산책하며 환하게 웃는 강아지의 모습이 신기한지 지나는 사람마다 '어머, 강아지가 기분이 좋은가봐, 웃는다' 라며 신기해 할때 그 미소가 보고 싶어 '씩씩아, 간식 줄까'라고 미끼를 던지면 그 말에 속아 슬쩍 뒤돌아본 네 모습에 '속았지롱'하며 까르르 웃어댔던 엄마의 웃음소리.


너를 안고 쓰다듬던 엄마의 따뜻한 손길까지 모두 간직했음 한다.


씩씩아.

엄마의 건조했던 삶이 너로 인해 환하게 빛나고 아름다웠어.

고맙고 너무 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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