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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Jun 25. 2024

강아지 육아의 시작과 끝 함께 하기

강아지 육아,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받다!

새롬이의 소변 실수가 다시 시작되었다.


씩씩이가 떠나고 감쪽같이 배변 실수가 사라졌다고 칭찬했더니만 역시 입이 방정인가 보다.

어쨌거나 한동안 배변 패드 위에 예쁘게 정조준해 소변을 잘 보았던 녀석이 지난주에 두 차례나 배변 패드가 아닌 주방 앞 매트 위에, 그것도 살짝 마킹 정도가 아닌 방광을 싹 비우자 작심 이라도 한 듯 다량의 소변을 싸 놓았다. 한 번은 소변이 급해 배변 패드를 찾을 시간이 없어 실수했나 보다 했는데 다음날도 떡하니 대량의 오줌 지도를 그려 놓은 것으로 보아 필시 심통이 난 게 틀림없어 보인다.


인간의 말을 못 하는 녀석이기에 심통의 원인을 나름 유추하자면 때 이른 폭염에 맥을 못 추는 녀석을 위해 산책 시간을 땅의 지열이 충분히 식은 밤 8시 이후로 미루었는데 아무래도 산책 시간이 대폭 늦어진 것에 대한 불만을 금쪽이 짓으로 표현한 것 같다.


강아지를 키워보니 정말 아기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강아지도 때 되면 밥 주고, 매일 먹는 밥은 물릴 테니 간간히 간식 주고, 대소변도 수시로 치워줘야 한다. 게다가 놀아달라고 하면 장단 맞춰 신나게 놀아줘야 하고 매일 산책도 나가 동족 친구들의 안부 확인 겸 스트레스 해소 겸 운동 시간도 마련해줘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강아지 홀로 산책이 아닌 주인도 함께 동반 산책을 강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느라 산책과 놀이가 전혀 필요 없는 신생아 시기와 비교한다면 강아지 육아의 난이도가 높을수도 있겠다 싶다.

강아지 육아가 아기 육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기는 세월이 흘러 어느 정도 키워놓으면 직접 대소변을 가리고 학교에 입학하면 엄마의 도움 없이도 학교에서 끼니도 해결하고 공부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또 엄마가 아닌 친구들과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하며 엄마 손을 떠나 서서히 독립하는 시간을 늘려간다.


하지만 강아지 육아는 독립적인 개체로의 자립이 영 불가한 데다 한눈 한번 안 팔고 평생 엄마만 바라보는 관계로 견생 내내 신생아 돌보듯 육아해야 한다.

게다가 엄마보다 먼저 생로병사의 과정을 초고속으로 밟으며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박은 홀연히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참으로 불효자식이 따로 없다.


이렇게 내 마음과 시간, 힘과 에너지를 하염없이 소비하고도 녀석들에게 어버이날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다며 카네이션 한 송이 받을 일도 없는 것이 강아지 자식이다. 단순히 손익계산 따져봐도 내 입장에서는 무한 적자를 감수해야만 하는 자선 육아다.


그럼에도 녀석들을 키우는 이유는 분명하고 명료하다.

정말 예뻐서다.


무심히 길을 걷다 아름다운 꽃을 발견하면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다.

얇게 뻗은 가녀린 줄기마다 달려있는 꽃봉오리는 좌우 상하 대칭이 기막히게 절묘할뿐더러 고운 빛깔 또한 아무리 최첨단 염색 가공기술을 이용해 색을 입힌다 해도 꽃잎 한 장에 깃든 형형색색 천연 빛깔의 아름다운 조화를 감히 흉내조차 내지 못할 게다. 예쁜 꽃의 고혹적인 자태에 정신이 번쩍 들어 눈을 크게 뜨고 요리조리 세심히 살피다 혹 향기는 어떠한지 궁금해 코를 갖다 대며 킁킁 냄새도 맡아본다. 그렇게 한참을 눈에 담고도 곁을 떠나기 아쉬워 휴대폰 카메라에 담는다. 아름다운 꽃을 곁에 두고 계속 보고 싶은 마음에 결국 꽃집에 들러 예쁜 꽃을 한 아름 사게 된다.


강아지도 나와 귀한 인연이 되어 반려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면 아름다운 꽃을 보듯 보게 된다.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것도(오죽하면 댕청미라는 표현이...), 발라당 누워 자고 있는 모습도 세상 귀엽고 놀아달라고 치근대는 것 마저 사랑스럽다.


우리 새롬이로 예를 들면 순둥스런 멍한 표정도, 포도알처럼 큰 눈도, 까만 코도, 나이 들어 빠진 앞니의 빈 공간 사이로 살포시 내민 혓바닥도, 까만 입술도 내 눈에는 마냥 사랑스럽고 귀엽다.  나이 들어 굽어진 허리와 약해진 다리로 비틀거리며 조심조심 걸으며 산책하는 모습도 안쓰러우면서도 한없이 대견하고 기특하다.


이 녀석들은 정말 밥만 잘 먹어도, 똥 오줌만 잘 싸도,  생긴 대로 생겼는데도 그 자체로 그냥 예쁘다.

한 마디로 존재 자체가 '예쁨'이다.


누가 내게 밥 잘 먹는다고, 똥 오줌 잘 싼다고, 이 모양 이 꼴로 생겨서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다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감동스러울까. 그게 바로 '찐'사랑일거다.


그 '사랑'이 힘들어도 녀석들을 키우는 원동력이자 힘인것 같다.


사랑은 참 묘하다.

내가 사랑을 준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내가 사랑을 하고 있었고, 결국 내가 사랑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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