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 친해지기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언제인가요?
최근 읽은 책 <퇴사는 여행>에서 내가 얻은 한 문장은 ‘나 자신과 친해지기’이다.
나 자신과 친해지기
요즘 나는 나 말고 ‘누군가’를 쫒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 사람 이걸 잘한다더라, 저 사람은 저걸 잘한다더라. 그래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저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열심히 쫒아 맞장구 치고 느끼고 배운 것은 좋았지만, 난 왜 저런 상황이 아닐까 혹은 나는 왜 저렇게 못했을까 자책했다. 외부에서 받는 자극은 중요하기 때문에,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타인의 삶 보다 나 스스로를 더 들여다보는 시간을 그만큼 갖지 못한 것이 아쉽다. 좀 더 나의 감정을 들여다봤으면 어땠을까, 내 일을, 내 주변 사람을 들여다보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내가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순간을 아주 구체적으로 써볼 것”이라는 주문을 받았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평소에 멋있다고 생각하는 최혜원님의 브런치에서 우연히 읽게 된 글로 상당히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글을 읽은 이후로 이 문장이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계속해서 그런 삶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했다. 내가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순간은? 다르게 말하면, 내일 당장 죽어도 이거 하나는 하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순간이 있냐는 말일 것이다. 나에게 가장 희열을 주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란 무엇일까.
예전 같았으면 자유롭게 여행 다니며 낮에는 맥주를, 새벽에는 클럽을, 태어난 곳이 모두 다른 친구들을 우연히 숙소에서 만나서 함께 여행하는 것들을 꿈꿨을 것이다. 또, 지독히 괴로워하며 일하다가도 한 움큼 크게 성장한다는 기분이 들 때, 잘 몰라서 막혔던 부분을 하나씩 하나씩 조각내서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보았을 때 나는 희열을 느꼈다.
요즘은 남편과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집 근처 남산으로 아침 일찍 혹은 밤늦은 산책을 다녀오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준 꽃, 아끼는 향초, 어두운 방, Ella Fitzgerald의 재즈 음악과 나를 바라보는 글을 쓰는 것. 아침 일찍 일어나서 몽키 마인드를 물리치고 요가를 하고, 안되던 동작이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과정의 순간에 있음을 인지할 때, 일요야학 독서모임에서 내가 읽은 것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온전히 서로를 응원해준다는 기분이 들 때, 요즘 그런 순간에 나는 행복을 느낀다.
나는 나를 돌보는데 시간과 애정을 쏟고 행복해 하는구나.
흥미로운 것은 최근 내가 비슷한 질문을 계속 마주치게 된다는 점이다. 오늘도 퇴근길에 마보앱을 보다가 ‘내 기분과 감정을 알아차린다는 것’에 대해서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했다. 나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오는 7~8분 되는 시간 동안에도 걸으며 마보를 듣곤 하는데, 오늘 딱 눈에 들어와 듣게 된 거였다. 마보지기가 했던 말은, 우울함은 극복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 어떤 감정이든 억누르거나 부정하지 말고 온전히 받아들이라고 했다. 마음 보기 명상을 하면서, 수백 번 들었던 이야기인데도 새롭게 느껴졌다. 요즘 나는 내 감정을 온전히 들여다보지 못한 듯했다.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창조적인 삶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몇 가지 알려주는데, 가장 중요한 액션 중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침 일기 쓰는 것과 혼자서 새로운 장소를 가는 등 새로운 경험을 온전히 혼자 집중 하며 해야 하는 것을 말했다. 삼 년 전쯤, 아티스트 웨이에서 제안한 위 두가지를 육 개월 정도 실행해본 경험이 있는데, 신기하게 그때 난 첫 독립출판을 기획하고 실행했다. 하지만 더 신기했던 경험은 아침마다 나의 마음속 이야기를 토해내듯 글을 쓰면서, 쌓인 마음의 찌꺼기를 뱉어냈더니 나를 보개 되었다는 점이다. 나의 마음속 아이를 바라 볼 기회가 생겼다. 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방치해둔 아이를, 나는 그 시간을 통해서 바라볼 수 있었다. 나의 마음을 돌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깨닫고, 실제로 실천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가, 꽤 마음이 괜찮아지니 또 멈춰 버렸다. 정수기 필터를 갈아 주듯, 화장실 묵은 때를 닦아주듯 마음의 찌거기를 걸러내고 내 마음을 돌보고 이 아이를 돌아보는 것은 꾸준히 필요한데 말이다.
그동안 너무 방치해둬 버렸다. 내 마음을.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리마인드 했다.
그렇다면 나 자신과 친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오늘 나의 마음을 돌보기, 요가를 꾸준히 하기, 건강한 끼니를 챙기기, 나의 마음속 아이를 바라보기, 지식을 비우는 글 외에도 마음을 바라보는 글을 쓰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나 자신과 더 친해지기,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언제인지를 계속 돌이켜 볼 것.
나의 감정과 생각에 더 충실한 시간을 자주 갖기를 생각했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퇴근하고 2시간이 얼마나 값진 시간인지, 새삼 느꼈다.
본문에 소개된 책입니다.
퇴사는 여행
혹시 퇴사를 했다면, 혹은 퇴사를 마음 먹고 있다면 추천합니다. 다른 무엇보다 퇴사를 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 꾸벅 꾸벅 걸어가는 작가의 이야기에 감동 받고, 위안 받기도 했어요.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065043
아티스트 웨이
회사에 다니다보면, 왠지 고갈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때 읽었던 책인데, 책의 부재는 내안의 창조성을 깨우는 프로젝트에요. 우리 누구나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가능성을 얼마나 스스로 깨우치는 지는,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HOW에 대해 말해주는 책입니다. 방법만 알아도, 30%는 되었다고 생각해요.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8870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