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반. 알람이 울린다. 전날 몇 시에 잠에 들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언제나 괴롭다. 오늘 약속 없는 것을 확인하고 머리 감기를 포기한 뒤 다시 눕는다. 20분 정도 더 자다가 몸을 겨우 일으켜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머리를 묶고 최소한의 준비만 한 뒤 집을 나선다.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무조건 화장을 했다. 취업준비를 하며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취업한 뒤에는 다시 매일 화장을 했고, 스트레스로 피부가 뒤집어지고 나서 다시 화장을 멈췄다.
남들이 다 하니까,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서,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등 많은 이유로 화장을 했고 머리를 했고 옷을 샀다. 외출하는 날 적어도 한 시간 반 정도는 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며 외출의 기준이 모호해졌다.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분명히 나의 일정이었지만 점점 회사는 신경 쓰고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 되었다. 피부가 뒤집어져서 화장을 자제해야 하기도 했지만, 또래 직원들이 퇴사한 뒤 아저씨들만 있는 회사에 꾸미고 가고 싶지 않아 졌다.
출근 전 준비시간은 점점 짧아졌고, 아침에 조금 더 자고 싶어서 머리감기를 포기하는 날도 생겼다. 내 모습에 신경 쓰지 않다가 약속이 있는 날이면 정성스럽게 화장하고 머리를 손질하는 내 모습을 보며 의문이 생겼다.
약속 있는 날의 나와 보통의 나는 다를까? 어느 모습이 진짜 나일까?
회사 가는 날의 나는 화장을 하지 않고, 어두운 옷을 즐겨 입는다. 안경을 쓰고 머리는 10분 만에 손질이 끝난다. 약속 있는 날의 나는 화장을 하고 예쁜 색의 옷을 고른다. 주로 렌즈를 끼고 머리를 정성스럽게 손질한다. 그렇다면 보통의 나는 과연 누구일까? 나는 누구를 위해 내 모습을 가꾸고 있었던 것일까?
남을 위해 나를 단장하기보다 나를 위해 내 모습을 가꾸고 싶어졌다. 화장을 하고 머리를 손질하고 좋은 옷을 입는 것은 내 선택이지만, 나의 만족을 위해 선택하고 싶어졌다. 나의 결심을 굳히기 위해 애매했던 길이의 머리를 단발로 잘랐다. 퇴사하고 자르려 했지만 지금의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
더 이상 아침에 늦잠은 잘 수 없어졌지만, 나를 위해 머리를 말리는 순간은 기분이 좋다. 나의 하루에 기분 좋은 순간이 더 많아지고, 뿌듯한 선택의 순간이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