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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Dec 02. 2023

양귀자 님의 <모순>

고통이 인생의 지평을 넓힌다는 모순에 관하여

1998년에 나온 이 책은 아직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간 교보문고에서 다시 차지한 베스트셀러자리에서 아직도 내려오고 있지 않은 <모순>을 보고 놀랐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이 소설에 열광하는 걸까.

궁금증이 생긴 저는 결국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다뤄보기로 했습니다. 왠만하면 문학을 읽지 않게 되어버린 저에게도 흥미를 끄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일단 책의 장정. 그리고 단아하고 간결한 문체.

저는 평소에 양귀자님의 팬은 아니지만,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에 그 느낌을 따라보기로 했습니다.




소설의 큰 축은 이렇습니다.


안진진이라는 25살의 숙녀에게는 완전히 판이하게 살아가는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가 있습니다.

엄마는 불행속에서 행복하며, 이모는 평안함속에 불행합니다. 엄마는 이모를 부러워하지 않고 열심히 스스로의 퀘스트를 수행하기에 바쁘며 심지어 행복해 합니다. 이모는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데 너무 외롭고 지루한 삶을 삽니다. 너무 계획적인 남편과 유학 가서 자신의 품을 떠난 아이들 탓이겠지요.


또한 안진진은 두 남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며 결혼을 선택해야하는 입장에 처해 있습니다. 마냥 낭만적이고 형에게 희생적인 사진작가 김장우와 늘 계획되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회사원 나영규. 끌림을 주는 남자와 편안함을 주는 남자사이에서 어찌해야 할 지 고민합니다.


과연 그녀는 누구를 선택해야 현명한 걸까요? 여러분이 그녀라면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또한 여러분이 선택할 수 있다면 이모와 엄마의 삶 중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이 소설에서 가장 크게 올려지는 화두는 단연 삶의 모순성, 입니다.

김장우를 사랑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나영규를 택해야 함을 알고 있는 안진진.

정말 불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행복한 엄마와, 온갖 행복의 요소를 끌어안고 불행해 하는 이모.

단 몇 분 일찍,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완전히 달라져 버린 쌍둥이들의 삶. 그런 엄마와 이모를 바라보며 삶의 모순을 뼛속 깊이 느끼는 안진진의 또다른 모순된 선택.


살아가다보면 정말 삶은 모순 투성이임을 느끼게 됩니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고, 남의 마음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때는 선악의 경계도 희미해집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모순 속에서도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결정이 우리를 만들어간다는 것과, 견뎌낼 수 있을 만큼의 고난과 힘겨움은 인간을 성장시킨다는 진리입니다.


오늘도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 우리에게 신은 딱 그만큼의 자유와 사랑을 허락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이 정갈한 소설 <모순>과 함께 삶의 모순과 아름다움과 즐거움과 자유를 느끼며 마음껏 숨쉬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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