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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도 달콤함이 있을까?

무미할 것 같은 독일음식에도 달달한 맛은 있다. 꽤 많다.

by 연우

저에게는 독일의 선입견 내지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무뚝뚝하고 무미하다는 것.

흥이라는 것이 없을 것 같은 이들에게서 낯선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축구에 대한 열정. 평소에 그렇게 조용하던 이들이 축구경기에 열광하는 모습이 아직도 너무 낯설게 다가옵니다. 또한 임팩트가 엄청났던 기억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독일인들도 감정 넘치는 사람들이라 각인시켜 준 장면입니다.

독일 함부르크는 바다에 접한 항구 도시답게 일요일 새벽에 열리는 어시장이 있습니다. 여름에는 새벽 5시부터 시작하는 시장이지요. 제가 방문했던 오전 7시 즈음에는 이미 어시장의 분위기가 절정을 치닫고 있었습니다. 록밴드의 음악이 쿵쾅거리며 흡사 클럽에 와 있는 듯한. 이미 맥주에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 아침 7시가 저녁 7 시인 것 같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면서, 이곳이 과연 독일 인가 싶었죠. 어디에 숨겨뒀던 흥이 폭발한 현장은 상상도 못 한 광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매년 10월 초 뮌헨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에서도 같은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아침 10시에 이미 취기가 오른 사람들. 주체할 수 없는 흥에 겨운 사람들. 사실 이런 모습이 독일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즐길 기회가 있을 때 즐기는 사람들.

독일 함부르크의 새벽 어시장에 있는 음악이 있는 맥주바? 아침 7시경에 찍은 사진임. ^^

그래도 아직 이런 현장을 목격할 때면 너무 생경한 모습에 적응이 안 됩니다. 평소에 그렇게 샤이한 사람들의 반전이라고나 할까요? 평소에 어디에 그런 거대한 열정적인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인지? 저만 이렇게 신기한 것일까요?


이런 맥락으로 역시 독일음식이 세상 특징 없다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독일음식도 딱 독일사람들 같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별 특별함 없는 것 같아도 가끔씩 훅 치고 들어오는 킥이 있다는 것을요.

독일 Aying의 비어가르텐에서 맥주와 먹으면 좋을 음식으로 추천받은 사과 카이저슈마렌(kaiserschmarm mit apfelmuss: 디저트 형태의 팬케이크). 살짝 쌉쌀한 맥주와 달콤한 사과소스와 곁들여 먹는 카이저슈마렌은 완벽한 페어링이었습니다. 큰 기대 없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을 감안해도 신기하게 맛있었습니다. 억지스러운 단맛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사과의 단맛과 어우러지는 조합이었지요.

맥주만으로 끼니 자체를 해결하는 독일 식사의 형태에서 단맛의 팬케이크도 메인 식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KakaoTalk_20251124_152852751.jpg 왼쪽이 슈니첼이고요. 오른쪽이 사과 카이저슈마렌(kaiserschmarm mit apfelmuss).


살면서 누군가를 선입견으로 대하는 것을 지양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을 때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럴 때마다 독일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려 하니 너그러워지는 것도 같습니다. 독일사람들처럼 차분하게 화가 없어지나 봅니다.

있던 화도 가라앉히는 맛인 단맛. 독일 사람들의 최애 간식인 하리보를 시작으로 단맛들 정말 다양합니다. 사실 평소 즐겨하지는 않는 단맛이지만 독일의 단맛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브런치북에서는 딱딱한 빵이 아닌 부드럽고 달달한 독일의 후식류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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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만난 다양한 후식류들 중 일부.

한 주 정도 쉬고 다시 시작하려니 처음같이 조금 설레기도 하지만 숙제를 시작하는 마음이기도 하네요. 숙제 끝난 후의 뿌듯함이 중독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의 마음으로 처음보다 조금 더 성장한 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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