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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경 Nov 11. 2024

여섯 자녀를 낳아 키우는 일은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눈감고 간다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눈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부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눈 감고 간다. 윤동주

유아교육을 전공한 나는 첫째를 10개월 때 어린이집에

맡기고 첫 교사 생활을 했다.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경력을 갖추어 원장 자격을 얻고 싶었다.

그때가 스물세 살이었으니 아기를 잘 키워야 하는 것보다 미래를 계획하고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한 시절도 있었다.  


그 큰 아들이 어느덧 군대를 간 것이다. 11월 11일이라며 동생들과 엄마 먹으라고 빼빼로를 카톡으로 군대에서 선물을 보내왔다. 둘째는 고등학생 셋째는 초5, 넷째는 초3 다섯째는 일곱 살 막내는 생후 5개월

아이들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란다.


여섯 자녀를 키운다고 해서 매일이 바쁘고 힘들고 고단하고 지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섯 명이 겪는 모든 세계를 들여다보고 관찰할 수 있어 책을 통해 읽는 유익 중 간접경험과는 차원이 다른 엄마인 나를 성장시키는 끊임없는 자극과 동기를 얻는다.


조선 중기 이덕무의 수필집에서 복숭아꽃 붉은 물결을 바라보듯 나도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복숭아꽃 붉은 물결

삼월 푸른 계곡에 비가 개고 햇빛은 따사롭게 비춰

복숭아꽃 붉은 물결이 언덕에 넘쳐 출렁인다.

오색빛 작은 붕어가 지느러미를 재빨리 놀리지 못한 채 마름 사이를 헤엄치다가 더러 거꾸로 섰다가

더러 옆으로 눕기도 한다.

물 밖으로 주둥아리를 내밀며 아가미를 벌름벌름하니 참으로 진기한 풍경이다.

따사로운 모래는 맑고 깨끗해 온갖 물새 떼가 서로서로 짝을 지어서 금석에 앉고, 꽃나무에서 지저귀고,

날개를 문지르고, 모래를 끼얹고,

자신의 그림자를 물에 비추어 본다.

스스로 자연의 모습으로 온화함을 즐기니 태평세월이 따로 없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웃음 속에 감춘 칼과 마음속에 품은 화살과 가슴속에 가득 찬

가시가 한순간에 사라짐을 느낀다.

항상 나의 뜻을 삼월의 복숭아꽃물결처럼 하면

물고기의 활력과 새들의 자연스러움이 모나지 않은

온화한 마음을 갖도록 도와줄 것이다.

문장의 온도 이덕무


아이를 키우는 일은

자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흙을 다져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가꾸는 일처럼

아이들은 자란다.

아이들에 입에서 나오는 말이 문장이 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들은 세상의 압축된 언어이자 몸짓이다. 내가 보여주고 들려준 세상에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질대로 가꾸고 뻗어 나가는 모습을 볼 때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절대 지지 않으려는 패기가 있고 뒤로 물러서지 않고 자. 란. 다


어른은 자라기보다는 깊어지는데

아이들은 깊어지기 위해 자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어린이들의 허세는 정말 대담하고 진지하다. 그래서 때론 틀린 표현이 있어도 잡아내기 어렵고, 대놓고 웃기엔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확실히 어린이들은 새말을 익히는 과정에서 필히 겪을 수밖에 없는 실수나 실패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두려울지언정 과감히 시도해 보고 틀리면 수정해 나갈 수 있는 엄청난 용기가 있는 것도 같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그렇게 쉽고 빠르게 새로운 말들을 익히고, 끝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호호호 윤가은


호호호 영화감독 윤가은이 쓴 책 속 문장이다.

우리들, 우리 집 영화를 찍었다. 나를 웃게 하는 것들이라는 부제로 글이 펼쳐진다. 아이들을 통해 오히려 배우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자녀들은 생명력이 넘쳐난다. 툭 터질듯한 매화꽃 향기처럼 번져나가길

바란다. 꽃봉오리 같은 아이들을

조심스레 쳐다보는 것이다. 활짝 피우기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란!

어릴 적 교과서 즐거운 생활 같은 느낌의 산문을 읽으며 영화감독 윤가은의 일상 기록처럼 호불호가 아닌 호호호만 있는 그녀의 일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열망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그녀를 즐겁게 하는 모든 것들을 기록해 놓은 산문집처럼 나를 즐겁게 하는 아이들의

삶을 사진처럼 찍어두고 오래 기억하는 일이다.

중간중간 자신의 원래 생각을 적어 넣어둔 독백 같은 문장에 들어가는 솔직 발랄함처럼 아이들의 행동 뒤에 앞으로 그려낼 내 생각이 있는 것이다. 윤가은처럼 여섯 자녀를 키우는 일은 호호호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어서 그 책을 떠올렸다. 솔직하고 대담한 아이들의 언어를 통해 나의 기쁨은 바다물결처럼 출렁거리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침대에 드러누워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저 멀고 먼 하늘의 끝 빛나는 작은 별

너에게 줄게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요조


좋아하는 요조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말이다.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https://youtu.be/c73RK7DfONA?si=cCfsaQDsOZAJy1py



이덕무와, 요조 그리고 윤가은 정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선시대 이덕무를 여행하고 나와 같은 나이 요조가 들려주는 노래에 몸담고 윤가은 감독의

어린이의 세계를 보는 것이다.

나에게 여섯 자녀를 키우는 일은

앞으로 그들이 어떤 직업을 가질지 무엇을 더 좋아하고 싫어할지 어떤 세계를 보여줄지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는 다채로운 세상인 것이다.


여섯 자녀를 키우는 엄마의 삶이 첫 1화에서

빨래를 널고 개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과 같은 지지부진한 일도 포함이지만 이토록 즐거운 일도 반면 많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내 딸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듣는 일은 엄마인 내가 더욱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언젠가 딸이 부른 노래 가사를 적어본다.


우리들의 마음속엔 아름다운 시가 많아

우리들이 자라나면 세상은 아름답게 변할 거예요

우리들의 머릿속엔 아주 좋은 생각 많아

우리들이 자라나면 세상은 아주 좋게 변할 거예요

김진영 동요 (소리 나는 편지)
우리들의 마음속엔


아이들이 자라나면 그 동요 처럼 온통 아이가 가는 곳이 금빛물결을 이루면 좋겠다.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새로운 소리를 듣는 일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싶은 날이다.


햇살 같은 우리 두 딸과 햇발 같은 아들 넷을 낳아

기르는 나는 햇살처럼 사랑하고 햇발처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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