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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매일 쓰고 있는 힘껏 읽어라.

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by 박수경

“바람이 불면 사정없이 나부끼는 양귀비처럼, 한 시절 장렬하게 피어 호사스럽도록 자태를 뽐내는 삼다의 시절을 쓰고, 읽으며 보내고 싶다”


제 바람이 이루어졌을까요? 「삼다에서 피우고 싶은 꽃」에서 제가 쓴 문장입니다. 글벗님들이 그리되길 응원해 주셨는데요. 사실 양귀비는 가을에서 겨울을 지나 봄의 문턱까지 진행한 삼다의 시절에 피는 꽃이 아닙니다. 졸업하고 끝난 3월 말에서 5월까지 피어납니다. 글벗님들이 떠나고 수업을 마치고 나면 뒤에 흐드러지게 피어요. 길가에 핀 양귀비를 보고 저를 기억해 주신다면 삼다의 시절을 잘 보낸 거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색을 지닌 고귀한 꽃을 피워 낼 양분을 이곳에서 얻어 갑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식이 전해진 아름다운 계절에 12월 3일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니 시대의 모순이 뼈아프게 느껴졌습니다. 험난한 시절을 삼다로 만나 「시절 인연」이 되어 잘 견딜 수 있게 글벗님들이 연인이 되어 주셨습니다. 함께 지은 글이 책 한 권으로 나와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여섯째를 낳고 백일 무렵 지원해 달려온 7개월 기간 동안 글벗님들을 만나 많이 웃고 행복했습니다. 제가 쓴 글에 대한 배려 깊은 답글에 가만히 머물러 잠시나마 쉼을 얻기도 했습니다. 지나간 삶, 잊고 지내던 시간을 복기하며 그래도 참 괜찮은 인생이었구나! 위안도 받았습니다.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인생의 여정을 걸어갑니다. 지친 날에는 글벗으로 만난 삼다 13기 낮반의 시간을 떠올리겠습니다. 항상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길 바라봅니다. 애쓰시고 참 고생하셨습니다.


삶의 애환이 담긴 글을 마주하고 읽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수많은 세월 속에 묵묵히 견뎌 준 이야기를 품습니다. 우리 글벗님들의 따스한 사랑을 기억에 안고 다시 걸어갈 채비를 해 봅니다. 부재하듯 모든 시간 임재한 글 선생님 박총 원장님의 섬세한 지도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삼다를 보내면서 글벗님들의 글에서 뽑은 문장들을 띄어 봅니다. 인생의 한 구절을 삶에서 길러 내 글 짓는 보통의 하루를 감사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참, 고맙습니다.



1.

우리 부부는 손을 잡고 저녁 산책을 한다. 그리고 서로의 하루를 쏟아낸다. 그 시간만큼은 남편이 최고의 멘토다

2.

들판에 핀 이름 모를 야생화가 지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하듯, 나 또한 내 자신이 행복해지고, 내 글을 통해 다른 사람이 조금이라도 미소 짓는 얼굴이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경험을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3.

장난을 칠 때는 ‘푸’ 소리를 내며 고소한 바람을 일으킨다.

4.

나는 너의 모든 것이 좋다!’라고 말씀해 주신 주님의 마음을 느낄 때, 나를 괴롭히는 자기 거부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5.

지금도 하나님 우편에서 우리의 말도 되지 않는 어리광을 다 들어주시고, 중보(기도)하고 계시는 예수는 육아하는 예수라 할 수 있다.

6.

내가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간이 흘렀다. 시간을 붙잡고 싶다, 그리고 이 시간을 붙잡기 위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7.

지금까지 길지 않은 기간 살아오며 배운 대로 앞으로도 함께한다면, 언젠가는 존중과 사랑, 넓은 품을 겸비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8.

세상이 정한 속도를 벗어나, 지금 순간 크게 호흡하며, 당신의 바람을 느끼면 안 될까. 당신이 만든 땅별에 누워 자유로우면 되지 않을까.

9.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살피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면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나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10.

지금은 그 모든 사람을 한 번 더 이해하고, 한 번 더 안아 주려 애쓰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쉽게 말하는 삶을 이젠 살지 않기 위해, 오늘 하루도 한 번 더 생각하고 있어요.

11.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을 주시는 ‘그분’을 의지하는 ‘나’가 되련다. 그분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윤종서’로서 진정한 홀로서기를 하련다.


공식적인 삼다의 수업을 마치고 졸업식을 했다. 7개월간의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졸업사를 읽으며 글 쓰는 이들과 연대했던 많은 감정들이 교차해 눈물이 쏟아졌다.

졸업식 날, 먹먹한 마음에 기운이 나질 않았다. 이제 다시 시작인데, 글 쓰는 공동체는 나를 참 많이 성장시켰다. 주부로서 오랫동안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한 채 홀로 지내던 시간 끝에 비로소 이루어낸 일이었다. 교회 담임 목사님께서 『그렇게 우리는 문장이 되었다』를 정성 다해 읽으시고 후기를 남겨 주셨다.


나의 브런치 첫 책,

30회 마지막을 가름한다. 다음 주제는 아마도 새로운 책을 준비하기 위한 여정이 될 것 같다. 그동안 내 책을 읽고 수많은 리뷰를 남겨 준 책 포스팅과 후기사진을 이곳에 담는다. 감사드립니다.


소년의 이름은 프랑크다. 프랑크는 외롭다. 친구들은 모두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자기만 혼자라서 슬퍼진 아이는 조용히 집으로 돌아와 빈 냄비를 꺼낸다. 그리고 운다. 굵은 눈물이 냄비 위로 뚝뚝 떨어진다. 냄비가 차면 설탕을 넣고 끓인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뻑뻑해지면 조금 더 울어 농도를 맞춰 가면서.

대체 이 귀여운 레시피는 뭐란 말인가. 힌트는 부엌 곳곳에 놓인 책 제목에 있다. 『가장 맛있는 마멀레이드』, 『세상의 모든 마멀레이드』, 『마멀레이드 소백과』. 그렇다. 소년은 지금 자신이 흘린 눈물로 마멀레이드를 만드는 중이다. 원하는 만큼 시간이 흐르고 알맞게 눈물이 졸아들고 나면, 이제 창문을 열고 식힌 뒤 유리병에 담는다. 눈물로 만든 마멀레이드가 완성된다.


이야기는 슬픔을 회복하는 과정의 알레고리다. 소년은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직면하고, 표출하고, 해소한다.


“모든 게 여는 때와 같아.”


혼자인 것도, 함께인 것도 실은 그저 여느 때와 같은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다. 『우리가 모르는 낙원』 무루 작가가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 『모두 가 버리고』를 『어른을 위한 동화 읽기』에서 소개한다.


“모든 게 여느 때와 같아.”라고 늘 토닥여 주시는 나의 슬픔을 눈여겨보고 알아준 다정한 분, 다정함으로 최고의 겸손을 나타내시는 김병년 목사님께서 『그렇게 우리는 문장이 되었다』를 모두 읽어 주시고… 아름다운 수필 한 편 같은 리뷰를 남겨 주셨다.



박총원장님이 인도하는 삼다 문우들이 만든 『우리는 문장이 되었다』를 선물 받았다. 문장이 된 책 주인공들이 살아온 몸의 기록이었다. 11명의 삼다 회원들 글은 자기 몸에 맞는 문장을 찾아서 뼈를 맞추듯 고통스럽게 삶에 끼워 넣었다. 몇 번이나 아픔의 눈물을 나도 훔쳤다.


내가 아는 사람은 단 한 명이지만, 문장을 새긴 삶들이 아프고 아름다워 읽어 갈수록 이슬비 내리듯 내 마음에도 나의 아픔을 불러왔다. 가시에 피는 장미처럼, 폭풍 치는 밤 공포에 질려 소리치다 자신을 발견한 문우도 있고, 누구는 피할 곳 없는 들판 위에 서성이다 번쩍이는 번개 속을 걸으며 번개가 스스로 피해 가기만을 기다리는 ‘막연한 은혜’로 살아온 문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겪은 어떤 위험과 두려움보다 생명은 강인했다. 살아 있음이 은혜였다. 문장이 생명이었다.


삼다 문우 중 유일한 지인, 수경이 글을 읽었다. 수경이는 이미 채워진 사랑을 나누지 못해 고팠던 사람이었다. 나는 알았다. 할머니가 새긴 손녀 사랑을 그리워하는 수경이 글에서 나는 수경이 엄마와 아빠를 만났다. 엄마의 유언조차 뒤집지 못하는 끈질긴 박수경의 습관 하나는 자기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자신의 생기였다.


나는 수경이의 생기의 뿌리를 발견하고 기뻤다. 밤새 글을 쓰며 수경이는 자신의 삶에 새겨진 엄마 사랑을 발견하며 “사랑받은 나!”를 수백 번 연발했다. “그 사랑이 내게도 있었네!”라며 탄성을 올리고 있었다. 여름날 징검다리를 폴짝폴짝 건너는 소녀가 수경이었다. 수경이 문장에서 현재의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왕성한 생명을 느꼈다.


나는 그런 박수경을 사랑한다. 경이롭다, 우리 수경이! 경이롭다, 생명이여! 경이롭다, 우리 삶들이여! 사람을 회복시키는 삼다의 글쓰기 문우들과 박총원장님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그동안 『그저 매일 쓰고 있는 힘껏 읽어라」 포스팅에 좋아요로 힘껏 라이킷 하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보답하는 마음으로 브런치 작가 한 분께, 선착순 답글을 달아주신 한분께 『그렇게 우리는 문장이 되었다』 책 한 권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https://naver.me/FutZHsw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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