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1년, 드디어 출판사에서 메일을 받았어요.

실망 속에서 '희망'을 기어코 찾아내는 '내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by 기록하는 슬기
'안녕하세요. 슬기님. XX출판사 편집부 000입니다.'


매일 습관처럼 확인하는 메일함을 클릭하자마자 새로운 메일 4개 중 하나의 제목만이 크게 확대가 되어 내 두 눈에 들어왔다. 바로 XX출판사 편집부 000님으로부터 온 메일이었다. 메일 제목을 본 순간부터 이미 내 심장은 기본 박동수의 두 배로 뛰고 있었다. 그 말은 즉슨 나는 그 순간 확신했던 것이다.

'나도 드디어 출판사에서 출판 제안 메일을 받는구나.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님들 포스팅 너머로만 보던 그 이야기가 내 일이 되기도 하는구나!'


떨리는 심장을 겨우 붙들고 클릭한 메일은 다행히 스팸 메일도 아니었고, 브런치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모든 사람에게 랜덤으로 돌리는 광고성 메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언제 한 번 들어본 듯한 출판사 이름을 바로 검색해보니 내 생각보다 규모가 큰 출판사였다. 그리고 그 메일을 쓰신 분께서는 정확히 나의 이름을 써주셨고, 내가 이전에 브런치에 쓴 글의 제목까지 언급해주셨다.


빨라진 심장 박동수에 맞춰 단숨에 읽어버린 이 메일의 끝에서 나는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메일을 보내주신 목적은 출판 제안이 아니었다. 메일의 목적은 XX출판사에서 새로운 소설책이 출간되는데 내가 이전에 썼던 브런치의 글과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면서 원한다면 새 책을 보내줄 테니 그 책에 대한 글을 써주면 아주 감사하겠다는 메일이었다. 정식적으로 협업을 하자고 제안한 메일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아무에게나 보낸 홍보성 메일도 아니었다. 좀 애매했다.

(이런 제안도 처음이라 고민을 하다가 답장 보내는 시기를 놓쳐 지금까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조금 전에 두 배로 빠르게, 크게 뒤던 심장 박동은 다시 제 페이스를 찾았고, 동시에 제정신을 차렸다. 다시 그 출판사 홈페이지를 둘러봤다. 그 출판사는 특정 분야(소설)만 출간하는 곳이었다. 애초에 수필만을 써온 나와는 거리가 먼 출판사였다. 이어서 메일에서 말씀해주신 책 이름을 검색해보니 이미 다양한 플랫폼의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공식적인 광고 활동을 찾아볼 수 있었다. 금세 정신은 돌아왔지만 온몸은 꼭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축 쳐져버렸다.




이제는 실망 앞에서 덤덤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직은 덜 무딘가 보다. <사진 : 2020. 09. 홀로 산책 중>




사실 브런치를 하면서 '제안 메일'을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싶으신 독자분들이 보내주셨던 메일, 함께 글쓰기 모임이나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는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제안, 그리고 얼마 전에는 낭독 전문 유튜버 한 분께서 내 글을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주시기도 했었다. 그렇다. 아직 '출판사'에서 받았던 적은 없다. 그래서 '출 판 사'라는 그 세 글자에 온 몸의 세포들이 벌떡 일어나 그 메일 한 통에 초집중했던 것이다.



현재 '작가 지망생'이라는 타이틀로 살고 있는 나의 목표 중 하나는 당연히 '출판'이다. 정식적으로 등단을 하지 않거나 sns에서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 출판을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출판 기획서를 써서 관련 출판사에 일일이 메일을 보내보는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 지망생들은 이 과정에서 가슴 쓰린 경험을 겪게 된다고 한다. (아직 메일은 안 보내봤지만 이번 연도 안에 시도해볼 생각이다. 아마 겨울쯤 심장 구석구석 많이 쓰릴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답장을 거의 못 받거나 받아도 형식적인 거절 답장뿐 개인에게 맞는 피드백은 들을 수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에 몇십 개씩 출판 기획서를 메일로 받는 출판사의 직원 또한 일일이 메일을 보내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출판이라는 꿈을 안고 찾는 곳이 있다. 바로 '브런치'라는 플랫폼이다. 특히 브런치는 브런치 에디터들에게 심사를 거쳐 '작가'라는 자격이 주어져야 글을 발행할 수 있다. 이점 때문에 브런치는 다른 플랫폼보다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글의 퀄리티가 높다. 그래서 브런치를 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글의 제목이 있다. '브런치를 통해 출판하게 되었어요!', '브런치 글 100개 만에 출판 제안 메일이 왔어요!'. 그만큼 많은 출판사들이 원하는 신인 작가를 찾기 위해 브런치의 글을 눈여겨본다고 들었다.


내가 브런치 작가 심사를 받고 첫 글을 올린 건 세계여행을 시작할 무렵 2017년이지만, 정기적으로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기 시작한 건 작년 여름이었다. 그때 정말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내 꿈이 명확해졌기에 자연스럽게 나도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찾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정말 좋은 기회로 자주 다음(daum) 메인과 브런치 메인, 브런치 카카오톡 채널에 내 글이 올라가게 되면서 생전 처음 보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 목표 중 하나인 '출판'을 생각보다 짧은 시간 내에 이뤄낼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를 내심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실망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나'라는 것을. <사진 : 2019. 06. 남한강>



힘 빠진 몸을 이불 위로 눕히고 휴대폰으로 메일함을 열어봤다. 조금 전에 보았던 출판사에서 보낸 메일을 다시 한번 차근차근 읽어봤다. 신기한 게 다시 그 메일을 읽어보니 더욱 힘이 빠지기보다 오히려 기분이 나아졌다. 그 출판사 직원분이 보내주신 메일에서 언급하신 내 브런치 글은 발행한 지 7개월이나 지난 글이었고, 제목에 이어 글의 내용까지 정확하게 적여주셨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 왔던 대로 정말 출판사에서 내 글을 관심 갖고 읽고 있는 것만은 이번 계기로 확인받은 것 같았다.


사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러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마음을 정하기까지 오래 걸렸던 이유는 단 하나다. 결국 내 글로 먹고살려면 많은 대중들이 내 글을 좋아해 줘야 하는데 거기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릴지, 아니 가능하기라도 할지 아무도 예상조차 못 하기 때문이다. 모의고사라도 있다면 점수를 확인하고 내가 지금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지금 공부 방법이 맞는 건지 중간에 검토라도 할 수 있지만 이런 분야에서는 그 과정 조차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작가라는 내 꿈을 정하고 글에만 매진한 지 1년 하고 1개월이 지났다. 이러한 과정을 견딜 수 있던 것은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덕이 크다. 물론 브런치에서 조회수가 잘 나온다고, 구독자 수가 많다고 그 작가의 작품이 뛰어나다거나 인기가 많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틀리는지 조차 모를 때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내 글과 그에 대한 공감만이 나를 글 쓰는 사람으로, 글 쓰는 삶으로 살 수 있도록 버티게 해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받는 출판사의 메일은 내가 걸어가는 이 컴컴한 길 위에서 짧게나마 밝은 빛을 쏴주었던 것은 분명했다. 비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출판 제안 메일이 아니라 아쉽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선택한 이 길, 이 과정이 완전히 빗나간 것만은 아니구나. 그 과정을 확인한 것만 해도 내게는 큰 수확이다.




어둠 속에서 보이는 빛이 가장 선명하고 소중하다. <2019. 09. 추석 보름달>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추석이 무슨 의미 있냐고 해놓고 추석 당일 저녁에도 홀로 운동을 하다가 무심결에 하늘 위에 떠있는 밝은 보름달을 보고 바로 길 위에 멈춰 서서 두 손 모아 기도했던 장면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렇게 두 눈까지 꼭 감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쳤던 내용은 이러하다.


"이제는 '대박'같은 건 바라지 않아요.

그저 노력한 만큼, 아니 그보다 작아도 좋아요.

아주 가끔이라도 제가 이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작은 반응'만이라도 보여주세요."


돌아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많이 지칠 때쯤 크고 작은 반응들이 나를 찾아왔었다. 그런데 나는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도 글을 손에서 확 놓았던 적은 없었다.

결국은 나의 꾸준함이 작은 반응을 일으켰고, 가끔 찾아왔던 (크고) 작은 반응 덕분에 나의 꾸준함은 버틸 수 있던 것이다.


맞다. 이번에 출판사로부터 받은 메일은 내게 '실망'을 주려고 한 소식이 아니라 또다시 찾아온 내 노력에 대한 '작은 반응'이었던 것이다.








지금 나와 상황은 다르더라도 각자만의 어둡고 긴 터널 속을 홀로 걷고 있는 분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혹시 걸어도 걸어도 기다리던 곳이 나오지 않나요?

이 길이 맞는 건지, 왜 자꾸만 '실망'만 하게 되는지, 지치고 힘들죠.

그런데 그 '실망'을 안겨줬던 소식, 결과들이 지금까지 당신이 어디까지 걸어왔는지 알려주기 위한 짧고 밝은 빛줄기는 아니었을까요?

꼭 한 번 지나온 그 빛을 찾기를 바라요.

그 빛을 찾아 지금까지 이 길을 무사히 걸어온 당신에게 수고했다는 격려를,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기를 바라요.

'실망'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희망'은 숨어있더라고요.

당신도, 나도 우리는 결국 다 잘 될 거예요."








오늘도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독자분들의 공감은 글 쓰는 저에게 가장 큰 원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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