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상담 (전화, 방문)

세무사의 하루

by 술술이세무사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상쾌한 공기와 함께 출근하는 아침

혼자 일해 눈치 보일 사람은 없지만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출근시간은 꼭 지키고 있다.


15분 정도 걸려 도착한 2층 원룸사무실

컴퓨터 책상 1개, 상담 테이블 1개, 책장 1개 그리고 옷걸이

조촐하지만 아늑한 나만의 사무실이다.


구조문제인지 공간이 좁아서인지 하루지나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건 꿉꿉한 냄새다. 환기를 위해 창문부터 열었다.


전기포트에 물을 올리고 녹차티백을 준비

2층에 위치하다 보니 주변 건물들로 해가 들지 않아 따뜻한 모닝티는 필수다.


혼자 있는 적적함이 싫어 컴퓨터를 켜면 먼저 유튜브를 클릭, 오디오가 쉬지 않는 잡담영상을 틀어놓는다.


이제 일할 준비는 끝난 상황


하지만


8-12월 하반기 비시즌에는 일이 없기도 하고

영업에 호기롭게 도전했다 몇 번의 실패를 겪고 나니 농땡이를 피고 싶은 오늘이다.


'다른 세무사들은 잘하고 있을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인스타 검색창에 '세무사' 입력했다.


가장 먼저 어느 세무사가 '직원 5명과 소고기 회식'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보다 나이도 어린것 같은데 벌써 직원이 5명이네..'


장기근속직원에게 황금열쇠를 전달하는 사진

새로 이사할 사무실을 인테리어 하는 사진

은근히 나오는 차핸들의 BMW로고


'내가 저 세무사들보다 부족한 게 뭔데!'


텅 빈 사무실을 둘러보자니 화딱지가 난다.


따르릉~!


오랜만에 울리는 전화벨소리

인터넷 지도에 사무실 위치를 등록하고 나서는 일주일에 2~3번 전화가 걸려온다.

PC스피커 볼륨을 최소로 줄이고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안녕하세요 술술이 세무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세무사님, 지금 해당지역 3분만 검색 상위노출로 모시고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바로 끊어버린 전화

오는 전화는 거의 검색어 노출 광고다 보니 벨소리가 그리 반갑진 않다.


따르릉~!


다시 울리는 전화벨소리

'과연 이번에는!?'


"안녕하세요 술술이 세무사입니다."

"안녕하세요."

다행히 광고전화는 아니다.

"양도세 상담되지요?"

광고전화보다 더 싫은 양도세 상담전화다.


"주택 세 개가 있고요, 하나는 상속주택, 하나는 장기임대주택인데 자동말소 예정이고요, 지금 사는 집 비과세 관련해서 물어보려고요"


상대방은 대답도 듣지 않고 벌써 이야기를 시작했다.


경험상 양도세 관련 문의는 잘 몰라서 전화하는 것이 아닌 인터넷과 유튜브, 부동산 카페 등에서 충분히 공부하고 찾아봐도 확실치 않아, 결국 동네세무사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거진 빠꾸미급이라고 보면 된다.


"양도세는 방문상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별도 상담료를 받고 있습니다."

"상담료가 얼마죠?"

"1시간 부가세포함 10만 원입니다."

"으잉, 뭐가 그렇게 비싸요? 30분 상담하면 5만 원인가요?"


"상담은 1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네 다시 알아보고 전화드릴게요."

뚜뚜뚜



변두리세무사 상담료 10만 원은 치킨 5마리에 육박하는 적지 않은 금액

그렇다 보니 방문상담은 1년에 1~2번 하기도 쉽지 않다.



따르릉



"증여세 상담하러 가도 되나요?"


"방문상담은 상담료가 있습니다."


"상담료가 얼마예요?"


"한 시간 기준 10만 원입니다."


"네, 몇 시에 방문하면 될까요?"



10만 원이 오케이 되는 순간 나는 진짜 세무사다.


또렷한 눈빛으로 변신


"오늘은 일정이 있고요, 모레 어떠세요? 우선 상담하실 내용부터 말씀해 주시겠어요?"




후기


글에서는 재미를 위해 각색을 했지만 양도세 포함 모든 전화상담은 세금 계산이나 복잡한 비과세를 제외한 단순 세법문의라면 그때나 지금이나 무료로 답변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무료 답변으로 거진 문제가 해결되다 보니 수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잦은 전화로 본업에 방해까지 될 때면 계속하는 게 맞나 회의감이 들 때도 있고요.


하지만

'이거라도 안 하면 뭐 하게?'

첫 전화상담에서 느낀 초심을 떠올리며 복에 겨운 소리라는 생각에 이내 정신을 차렸습니다.

게다가 전화로 예상치 못한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다 보면 자연스레 공부도 되고, 짧은 통화 안에 답을 이야기해야 하니 상담실력과 순발력도 자연스레 늘게 되었습니다.


+

방문상담료는 대부분 양도, 상속, 증여, 재산 관련 세금에 한해 청구하는데 잦은 양도세법 개정으로,

이제는 상담료가 10만 원에서 30만 원이 되었습니다.

답변이 갖는 무게에 비하면 결코 큰 금액이 아니라는 생각이지만 동네 세무사치곤 상당히 비싼 편이라고 해야겠죠.


그래서인지 10만 원일 때나 지금이나 방문상담자는 가뭄에 콩 보기보다 어렵습니다.


그러나 비싼 상담료에도 불구하고 상담을 예약하는 분이 있다면 답변에 조금의 흠도 있으면 안 되기에 당일보다는 최소 그다음 날로 약속을 잡고, 미리 들은 내용을 몇 시간이 걸리든 정리하여 상담을 준비합니다.


실제 상담은 1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가까이 걸릴 때도 많고, 끝나고 나서도 추가문의로 인해 여러 번 전화통화를 적도 많네요.

상담을 불만족스러워하는 분에게는 돈을 받지 않은 적도 제법 있고요.


무료상담은 재능기부라면 유료상담은 살 떨리는 진검승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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