育兒, 育我, 六我수필 일곱번째 이야기
출산 후 우리는 습격을 받는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작년에 임신을 했던 내게 다들 말했다. 탈모를 조심하라고.
출산 후 탈모증상이 없었기에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해주었던 그 말을 잊고 있었다. 가끔 탈모에 관한 생각이 올라올 때면, 탈모가 나를 피해가나?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피해가기는 개뿔, 탈모는 출산 후 100일부터가 고비라고 한다. 나도 아기의 백일 무렵과 함께 빗으로 빗기만 해도 떨어져 내리는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아기가 눕는 곳에도, 아기가 빨아대는 공갈젖꼭지 위에도, 화장실은 물론이고 어딜 가나 내 머리카락이 보인다. (남편은 그런 나에게 화장실에서만 머리를 빗으라고 잔소리를 한다.)
그런데 내 머리카락 뿐만이 아니다. 그 무렵 아기 역시 배냇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는지 졸릴 때 베개에다 대고 머리를 좌우로 도리도리 비벼대면 이윽고 베개에 아기의 솜털같은 머리카락이 묻어 나왔다. 결국 청소기를 돌리는 빈도가 늘어나서 이제는 남편이 출근하고 난 후 내가 또 돌리기도 한다. 아기는 백일의 축복을 받고, 나는 출산 백일을 기념하여 탈모의 습격을 받고.
신이 있다면 도대체 왜 출산의 대가가 여자에게만 이토록 잔인한지 묻고 싶다. 적어도 임신과 출산을 여자가 했다면 모유수유를 남자에게 주든지, 탈모를 남자에게 주든지, 관절통증을 남자에게 주었다면 좀 덜 섭섭했을 것이다.
또 다른 습격은 조리원에서 나오고 나면 시작된다. 사실 이건 습격도 아니다. 기습을 받아 포로가 되는 거라고 볼 수 있다. 엄마가 되고 나면 평생 갇히게 되는, 지옥. 집안일 지옥에 입장하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육아서적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아기는 울고, 우여곡절 끝에 빨래는 돌렸다. 아기를 보듬다가 세탁기 탈수가 완료되었는데 아직 전날 빨아놓은 빨래가 널어져 있다. 저걸 언제 걷지, 아기는 울고 세탁기 속에 들어 있는 빨래는 빨리 꺼내지 않으면 구겨지고 냄새가 나는데- 뭐 그런 내용이었다.
당시에는 '무슨 빨래를 그렇게 많이 해?' 하고 생각하고 넘겼다. 그러나 나 역시 아기가 백일이 지나 이 글을 쓰던 시점에, 돌이 지나 이 글을 수정하는 시점에도 매일 빨래를 한다. 신생아 시절만큼 게워내지는 않지만(그래서 난 신생아 시기에만 빨래를 자주할 줄 알았다) 이제는 침을 흘린다. 턱받이는 하루에도 2번씩 갈고, 신생아 시절에는 게워냄으로 인해 빨래를 했다면 지금은 아기가 크면서 대소변 양이 많아져서인지 기저귀를 잘못 채운 나의 문제인지 오줌이 자꾸 허벅지 쪽으로 샌다. 1일 1똥을 주로 왕똥으로 싸는 아기의 똥은 등을 타고 내복과 이불을 적신다.
침을 흘리는 시기가 지났다면? 이제는 그때부터 이유식과 유아식, 간식으로 범벅이 된 내복을 빠느라 하루를 보낸다.
결국 이런 것들을 세탁기를 돌리기 전 비누로 1차 세탁을 한 후 세탁기를 돌려야 하는데, 물든 똥이 잘 안 지워져서 그 옷은 세탁기를 3번 돌린 적도 있다. 아기 옷만이 아니다. 나는 내가 매일 집에만 있으니 옷을 자주 빨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온통 모유범벅이 되는 속옷과 때로는 옆으로 누워 자다 무언가 잘못 조준된건지 속옷을 다 적시고 옷도 다 적시고 아기는 내 옷에 토하고 오줌테러를 일삼는다. 그래서 매일매일 옷을 갈아입으니 내 옷도 플러스. 퇴근하고 온 남편의 옷도 더해지고, 목욕할 때 아기를 닦는 용도로 쓰는 속싸개(속싸개는 참으로 유용한 것 같다)까지 쌓이면 하루가 머다하고 빨래를 돌리고 널고 갠다.
아 참, 손수건 빨래는 별도다. 요즘은 귀찮아서 3-4일에 한 번 정도 삶고 대부분 세탁기에 돌려버리지만 그전엔 거의 매일 삶았다. (하지만 친정엄마는 널어놓은 손수건의 쭈글한 모습을 보고서는 다리미로 다리면 좋을텐데라고 했다. 세상에나? 내일 또 빨아야 하는 손수건을 다림질이라뇨?) 시댁에는 건조기가 있어서 참으로 편했지만 신혼집에는 건조기를 둘 공간이 없다. 그래서 나는 봄의 꽃가루와, 여름의 장마철이 걱정스럽다.
매일 해야하는 빨래만큼 지겨운 게 없다 정말. 세탁기 한 대가 세탁은 물론 건조까지 되고 다림질까지 해서 개어져서 자판기처럼 하나씩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빨래를 차곡차곡 개어본다- 는 내가 개어놓은 빨래를 무너뜨리는 게 아기의 일과다. 그렇게 개켜서 쌓기-무너뜨리기 무한반복을 하다 보면 아, 이것이 진정한 집안일 지옥이구나를 실감하게 된다.